윤영신(해남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

 
 

청소년기본법상 청소년의 범위는 만 9~24세입니다. 해남군의 청소년인구는 2016년 기준으로 1만1885명(15.8%)입니다. 이 많은 아이들과 관련한 해남군의 청소년정책은 누가 만들까요? '해남군 청소년정책'이란 것이 있을까요? 청소년들은 사회적으로 약자, 소수자 위치이고 사회적 영향력이 작습니다. 어른들은 청소년들을 지도하고 통제하고 원하는 방식으로 육성하는데 관심이 있어서 그런 관점에서 정책과 사업이 만들어지고 시행이 됩니다. 아이들의 권리와 이익은 누가 대변해줄까요? 부모님들일까요?

지방의 청소년정책은 대부분 중앙정부의 정책에 따라 시행됩니다. 국가의 청소년 육성정책의 그림에 따라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사업이 진행됩니다. 우리군에도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다양한 체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지역 실정과 요구에 맞는 구체적이고 생활 밀착형 정책들은 많이 부족합니다. 더구나 정치적으로 사회적 약자, 소수자의 위치다보니 정치인들도 공무원들도 아이들에게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관심을 보인다 해도 아이들 입장에서 보는 관심은 아닙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군의 전체예산에서 차지하는 청소년관련 예산이 빈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인구비율로 예산을 배분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영유아 지원을 제외하고 10%는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청소년들이 어른들처럼 자신들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외치지 않는다고 해서 소외되거나 배제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작년부터 군으로부터 위탁을 받아 저희 센터에서 청소년참여위원회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청소년들이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사업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토록 하여 청소년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고 청소년의 권익을 증진하기 위하여 청소년참여위원회가 설치가 되었습니다. 매년 해남군에서 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심사를 거쳐 청소년 위원을 선발하고 해남군수가 위촉합니다. 청소년참여위원들은 지자체의 청소년관련 정책 및 사업에 대한 의견 제시, 자문 및 평가, 지역의 청소년 관련 프로그램, 토론회, 캠페인 개최 및 참여 등의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3월에 구성된 청소년위원들은 어설프게라도 토론을 시작하고 나름의 정책제안을 내놓고 조율해서 주제를 좁혀갔습니다. 모듬별로 주제를 구체화 시키고 현장을 모니터링하고 주변 또래들의 의견도 들어서 반영해갔습니다. 최종 정책발표회 때 청소년위원들은 진지했고 정책은 정확한 근거 하에 논리적이었고 구체적인 실행방안까지 제시했습니다. 1년 동안 준비한 청소년정책에 대해 반영하겠다, 검토해보겠다는 어른들의 답변을 청소년위원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정책은 묻혔습니다.

얼마 전 의외의 소식에 저희들은 놀랐습니다. 작년에 해남군청소년참여위원회가 만들어낸 정책제안이 여성가족부의 상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해남군청소년들이 만든 정책이 미숙한 것이 아니라 훌륭하다는 것을 다시 알게 해주었고 작년에 참여했던 청소년위원들에게 나름 위로가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위로받는 것으로 끝나게 해서는 안 되겠다 다시 생각을 다잡습니다. 지역사회에 아이들이 목소리가 전달될 수 있도록 하고 그것이 해남군의 청소년 정책에 반드시 반영되도록 도와야겠다 생각합니다.

청소년들은 우리지역사회의 일원이고 얼마든지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지역사회 기관과 어른들은 청소년들이 민주시민으로서의 역할을 배울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고 격려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해남군의 민주시민으로서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목소리가 소중하게 여겨지고 반영되는 경험을 갖게 하고 싶습니다. 지역의 많은 어른들이 청소년들을 보호와 통제, 육성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협력해야할 동반자로 대접해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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