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강술래에 대한 필자의 첫 기억은 초등학생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남서초등학교를 다녔는데, 운동회 날이 되면 새하얀 긴팔·긴바지 체육복을 입고 청·백군으로 나뉘어 운동장 주위 시멘트 바닥에 앉아 경기가 시작되길 기다렸다. 그런데 운동회를 시작하기 전 고학년 언니들이 우르르 운동장으로 몰려나왔다. 어린 아이가 듣기에도 옛날 노래구나 싶은 음악에 맞춰 손을 잡고 운동장을 빙글빙글 도는 모습, 그게 필자가 본 첫 강강술래였다.

사실 당시 강강술래가 어땠는지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은 '이건 대체 뭐 길래 이렇게 길게 하지'라는 푸념이다. 친구들과 손장난을 치며 그저 강강술래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멀찌감치 앉아 빙빙 도는 모습을 보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리라.

강강술래는 재밌게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필자가 어릴 적 재미없다고 느꼈기 때문인 것도 있겠으나, 모름지기 재미가 있어야 조금이라도 더 관심이 가는 법이다. 어릴 때부터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강강술래를 개발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 아이들이 자라 강강술래를 전승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난해 8월 "'공동체'가 아이를 키운다" 기획취재로 서울 서초구 '함께 크는 어린이집'을 취재한 적이 있다. 공동육아에서도 선구적이었지만, 전통 세시풍속과 절기행사에 관심이 많다는 점도 주목할 만 했다.

이 어린이집은 인근 공원이나 산으로 나들이를 갈 때면 다함께 강강술래를 한다. 한복을 입고 모든 아이들이 함께, 때론 자유롭게 뛰놀던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강강술래를 한다. 뛰놀기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강강술래는 최고의 놀이인 것이다. 도심 한복판에서 자란 아이들이지만 어릴 때부터 강강술래를 자주 해오다보니 우리 장단에 익숙하다고 한다.

해남에서도 강강술래를 친숙하게 여길 수 있도록 놀이형 강강술래를 교육키도 했다. 하지만 학교에서의 수업은 소규모 신청자로만 진행해 10여명 남짓한 아이들만이 배운다고 하니 아쉬울 따름이다.

해남공업고등학교 학생들이 연극을 통해 강강술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처럼 여러 방면으로 강강술래를 접할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도 좋겠다. 지난 19일 강강술래 학술연구 최종보고회에서 제시된 교육 활성화 방안에 공감하는 이유다.

강강술래는 무형문화재이고, 지역의 문화유산이다. 문화는 시대와 함께 변화한다. 원형을 전승하려는 노력과 함께 원형을 뛰어 넘는 발전, 문화유산에 관심을 가지도록 할 새로운 방안 마련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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