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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친환경 농사 대표 선수 우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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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14  11: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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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2달 만에 내리는 단비에 땅이 촉촉해질 무렵, 이젠 제법 자란 벼 줄기로 또 개천 수초들 사이로 분홍색 알들이 무더기로 군데군데 보인다. 영락없는 물고기알로 보이고 그래서 맛있어 보인다. 먹어 보지 않아서 그 맛이야 모르겠지만 이놈들이 이제는 오리와 더불어 친환경 벼농사에 없어서는 안 될 왕우렁이 알들이다.

이 알들이 자라 약 2주가 되면 분홍빛이 회백색으로 바뀌면서 부화되어 어린 새끼가 물로 떨어져 나온다. 새끼는 보통 붉은빛을 띠는데 왕우렁이로 자라는 데는 약 2달이면 충분하다. 즉 두달이면 벌써 다음 세대를 생산하는 산란기능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때쯤이면 그 크기가 3cm 정도 되는데 우리가 흔히 보는 달팽이보다 2배이다.

달팽이는 풀숲이나 밭에 살기에 폐호흡을 하면서 주로 배추나 상추같은 잎채소를 뜯어먹지만 우렁이는 폐와 아가미 모두로 숨을 쉴 수 있어서 물속은 물론 물 밖에서도 죽지 않는다. 그러나 산란한지 5일 정도 되는 알들은 물속에 잠기면 모두 죽는다. 그래서 이쁜 분홍빛 알들은 물위 풀줄기에 붙여두는 것이다. 그러다 일단 알 상태만 벗어나면 위대한 식욕으로 생장이 번개처럼 빠르다. 게다가 왕성한 식욕을 주체하지 못해 풀만이 아니라 배합사료나 물고기 사체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운다.

이런 잡식성 식욕이 논에 나는 벼 아닌 풀들을 먹어치우는데 안성맞춤이다. 우렁이도 두렁넘을 꾀가 있다고 제초제 없이 땅을 살리는 농사를 돕는데 제격이다. 1.2cm 정도 되는 우렁이가 1㎡당 2 마리 이상 있으면 김매기는 걱정 붙들어 매 두시어도 된다. 그 식욕이 얼마나 왕성한지 지난 해 1cm 크기로 겨울을 난 놈이 6월쯤 물을 만나 눈을 뜨면 7월 말엔 벌써 3cm로 자라있다. 또 한 달이 지나 8월 말이면 4cm까지 몸집을 불린다. 이러니 친환경농법에서는 어떤 농법보다도 효율이 높다.

이런 먹성이 또 한편으로는 벼에 큰 피해를 가져오기도 한다. 애초에 일본 우렁이 양식장이 문을 닫으면서 갈 곳 잃은 우렁이들이 막 자라나기 시작하는 벼에 해충으로 변했듯이 관리가 소홀하면 큰 피해를 가져올 수도 있다. 따뜻한 땅끝에선 겨울을 나지 못한다는 우렁이가 겨울을 나고 막 모내기가 끝난 논으로 물을 따라 들어와서는 한해 농사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것이 매년 반복된다.

우렁이는 날이 추워지면서 땅속 3cm 깊이로 들어가 겨울을 난다. 그래도 논에서는 겨울갈이 그리고 추위를 더 이기지 못하고 거의가 죽는다. 특히나 5mm보다 작은 새끼나 3cm 이상인 어른 우렁이는 더 추위에 약해서 영하 아래로 떨어지는 기온에 대부분 죽는다. 그런데 따뜻한 남쪽나라 땅끝에선 겨울을 나는 왕우렁이가 이런 피해를 주는 것이다. 태어난 지 30일 지나 1.5cm 이상이 되면 하루에 벼 한 포기까지도 먹어 치울 수 있다. 벼는 이앙한 지 20일이 지나면 피해가 줄지만 어린 벼는 부드러워서 쉽게 먹히는 것이다.

토종 우렁이가 총배설강으로 부화된 새끼를 낳고 크기도 작다면 왕우렁이는 식욕과 크기에서 압도적이다. 천적을 만나지 않는다면 곧 그 지역을 다 차지해버리고 토종 우렁이는 변방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우렁이를 단순한 제초제 갈음으로 쓰는 것을 넘어 공존을 통한 새 기술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는 다른 풀들도 같이 자랄 여지를 남겨줘야 한다. 그래야 그 풀들을 근거로 살아가는 다른 생명체들이 살아갈 공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을걷이까지 벼 말고 다른 풀들을 찾아볼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왕우렁이는 생물 다양성 차원에서는 우렁이 속만큼이나 알다가도 모를 존재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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