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인기(전 해남지역자활센터 관장)

 
 

지난 6월 말로 13년 넘게 일해 왔던 해남지역자활센터 관장직에서 정년퇴임했다. 자활센터는 국민기초생활 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 속하는 사람들 중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 참여하여 자활 자립을 목표로 일하는 일터이다.

자활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든지 현실적으로 살기 어려워 고통과 슬픔에 젖어있는 사람들이다. 자활에서 하루 4만원을 받는 대가로는 근근이 살기도 힘들어 요즘 자활에 오는 사람들의 수가 갈수록 줄어든다. 그럼에도 참여자중 마음은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반은 된다.

일하면서 몇가지 나름대로의 원칙이 있었다. 우선 사람에 대한 따뜻하고 끝없는 사랑이었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 권리를 가진 존엄한 존재이며 현대 민주주의 국가는 국민의 행복한 생활을 보장해야 하는 책임을 가진다.

일반 상품을 생산하는 공장과 달리 사람사업을 하는 자활에서 사람을 버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돈이 중심이 되고 경쟁과 효율이 우선시되는 약육강식과 승자독식의 정글사회에서 사람의 가치가 존중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존속하지 어렵다는 생각을 해왔다.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일해 왔다. 만나면 먼저 반갑게 인사를 하고 어려운 사정을 끝까지 듣고 그 해결방안을 찾아 함께 노력했지만 되는 일은 많지 않았다. 마음과 말과 행동이 언제나 같은 것은 아니어서 되돌아보니 부족함이 많았다.

자활사업은 국가로부터 운영비와 사업비를 보조받는 위탁사업이어서 사업집행에 있어 참여자들에게 만족을 줄 수 없는 비현실적인 지침이라는 규제장치를 따를 수밖에 없다. 행정과 회계업무에 있어 문제가 발생하면 아무리 좋은 뜻으로 열심히 일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시의 적절하게 행정업무를 처리하고 투명하고 어김없는 재정집행을 하려니 긴장감을 버리기 어려웠다.

일은 사람이 한다. 주인인 참여자들을 지원하는 일꾼인 직원들이 매우 중요하다. 직책과 직급에 따라 업무가 주어지고 그에 따른 권한과 책임이 부여된다. 일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인권을 침해하거나 인간적인 모멸감을 주게 되면 직장내의 민주적 조직문화가 파괴되어 직원들의 창의성과 자발성은 상실된다. 직원들에게 높임말을 쓰는 등 공공성을 중심으로 일하려고 노력했지만 퇴임을 맞아 직원들의 공감과 호응을 얼마나 얻었는지 알기 힘들었다.

자활사업은 일자리와 복지를 함께 어우르는 사회적 안전망을 위해 시작된 우리나라만의 특색 있는 사업이다. 따라서 자활사업은 국가의 정책방향에 따라 그 성공여부가 결정되게 된다. 촛불혁명으로 새로운 정부가 탄생한 지금의 정치상황을 볼 때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지역사회에서도 자활사업 자체만으로 자활사업의 근본 목적을 실현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하여 그동안 지역 민주화와 지역발전을 위한 시민사회 운동과 연계된 활동에 열심히 참여해 왔다.

자활은 주인인 참여자들의 자활 자립과 돌봄서비스의 사회적 경제영역 편입으로 돈이 중심이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되는 지역발전의 한축이 되어야 한다. 지역사회도 자활사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의 폭을 넓혀야 한다. 어떻게 보면 자활사업이 성숙한 해남사회 발전의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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