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목요일에는 모처럼 비다운 비가 쏟아졌다. 호우주의보와 함께 기상청 기준 86mm의 강수량을 보였다. 장마철이지만 비는 내리지 않고 내리더라도 그 양이 많지 않았다. 오랜 가뭄에 목말라하던 농민들에게는 단비였다.

다행히 해남은 저수율이 전국 평균보다는 높아 농업용수 부족에 큰 차질은 없었지만 일부 천수답과 인근에 수원이 없는 곳은 농작물에 물을 주기 힘든 상황이었다. 장마철이지만 비가 오지 않고 구름 낀 습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어 이에 맞는 기사를 준비했고 작성까지 마쳤었다.

비가 온다는 예보는 있었지만 기상청의 날씨예보가 틀린 적이 많아 신뢰하지 않았다. 곧 수확철인 고구마의 생육과 가뭄 상황 등을 보기 위해 화산면 안정마을을 방문했다. 마을에 도착하기 전에 있는 안호저수지는 둑 인근만 물이 조금 있어 차에서 내려 살펴봤다. 장마 기간 동안 비가 좀 내려 바닥이 바짝 말라있진 않았지만 거북이 등같이 갈라져 있었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조금 있었지만 저수지를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저수지 인근에 있는 고구마 밭은 멀리서 보기에 잘 자라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가까이 가보니 말라버린 고구마 순과 곳곳이 비어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안정마을의 경우 양파나 마늘을 수확한 곳에 고구마를 심는 경우가 많지만 비가 내리지 않아 고구마를 못 심고 놔둔 빈 밭들도 있었다. 고구마 순을 심어도 비는 오지 않고 태양이 뜨거워 크지 못하고 말라버려 몇 번이고 새로 정식했다고 한다.

지대가 높은 곳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한 주민은 인근에 물이 없어 하루에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차에다 물을 싣고 밭을 오갔고 5번의 정식을 새로 했다. 가뭄으로 성장이 더뎌 고구마가 아직 자라지도 못했다.

다른 작물들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작물을 심어도 싹이 나오지 않는 곳이 많고 물을 줘도 금방 말라버려 시들시들한 모습을 보였다. 가뭄으로 고구마가 자라지 않아 수확도 작년보다 늦게 해야 할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멧돼지가 또 극성을 부리고 있다. 고구마밭을 다 헤집어 놓고 좀 굵어진 고구마를 다 먹어 치웠다. 집에서 멀리 있는 밭을 하루종일 지킬 수도 없는 상황이라 주민들은 걱정만 할 뿐 딱히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멧돼지를 직접 잡으면 야생동물보호법으로 처벌을 받기 때문에 그저 바라만 볼 뿐이다. 며칠 전에는 인가 근처까지 멧돼지가 돌아다녔다고 한다.

지금까지 장마기간 중 비다운 비는 지난 6일 한차례, 당장 급한 불은 끈 듯하지만 아직 가뭄 해갈에는 부족하다. 지난해보다 턱없이 부족한 강수량은 바짝 마른 땅처럼 농민들의 마음도 타들어가게 하고 있다.

이제 앞으로가 걱정이다. 장마는 끝나가고 있지만 비는 적게 오고 언제쯤 저수지의 물은 가득 찰지…. 장마니 이제 가뭄은 끝이라하지 말고 앞일을 대비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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