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나무(Rosa multiflora)는 장미과 낙엽관목이다. 찔리는 가시가 있어 찔레나무라 하였다.

찔레나무는 세련된 향이 나는 흰꽃이 핀다. 찔레의 어린순은 껍질을 벗겨 먹으면 아삭아삭하고 달짝지근해 먹을 만했다. 우리는 찔레를 찔구라고 불렀다.

학교에 갔다 논둑길 10리를 걸어오면서 땀똑(논에 박혀 있는 돌을 날라 쌓아둔 곳)에 피어난 찔구를 따서 간식으로 먹었다. 새순이 굳어지면 질겨서 못 먹는다. 찔구 다음은 삐비철이 이어진다. 봄은 항상 풍요로왔다.

가을이면 빨갛게 열매가 익는다. 열매에는 멀티플로린(multi-florin)이 함유되어 피순환, 이뇨, 해독, 변비 등에 효능이 있다. 이 열매로 꿩을 잡기도 했다. 붉은 열매 껍질을 조금 잘라 낸 후 씨를 긁어내고 독극물인 싸이나(청산가리)를 넣는다. 양초로 봉한 후 꿩이 많이 오는 보리밭가에 놓으면 먹고 많이 못날라가 죽었다.

우리는 찔레나무를 꿩을 잡는 밥으로 쓰인다고 해서 꿩밥이라 부르기도 했다. 춘란도 꿩밥이라 칭했는데 이유는 모르겠다. 찔레나무 열매가 없을 때는 콩에 구멍을 뚫어 싸이나를 넣고 촛농으로 봉해 쓰기도 했다.

가시가 많아 미꾸라지 잡을 때, 소띠낄 때, 산에서 나무를 할 때 가장 없어져야 할 잡목이라 생각했었다. 어른이 되고 나서야 찔레나무가 장미랑 한 가족이고 장미 못지않은 멋이 있음을 알았다. 요즘 매일 왕복 10km씩 걸어서 출퇴근하는 청계천 가에도 찔레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그때마다 생각한다. 내 정원에는 어린 시절 향기 가득했던 찔레나무를 꼭 심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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