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이란 타인과의 접촉, 관계나 교류가 없는 상태를 말한다.

고독의 유형에는 타인으로부터 강제된 '격리(隔離)', 사회적으로 주위사람 들로부터 경원시 되는 '소외(疎外)', 단순히 외톨이가 되어 있는 '고립(孤立)',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뛰어남을 나타내는 '고고(孤高)' 등이 있다. 홀로 있는 듯이 외롭고 쓸쓸함이라는 사전적 의미처럼 현대사회에서 '고독은 산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시 안에 있다'는 말이 실감난다.

최근 들어 고독하게 삶의 최후를 맞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고독사(孤獨死)이다. 지난주에 우리 해남에서도 황산면으로 귀농한 70대가 고독사한 사건이 있었다. 그이는 홀로 살면서 반찬배달서비스도 받고 있었지만 반찬통 2개가 그대로 있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직원이 마을이장에 알려 발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독사가 증가하는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고령화가 진전되고 독거노인이 증가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독거노인이 늘어나는 것은 사회변화에 따라 나타난 다양한 가족형태의 한 현상이지 고독사 증가의 근본원인은 아니다. 고독사가 증가하고 있는 근본원인은 인간관계 단절과 고립이다.

경제적 어려움과 외로움으로 인해 독거노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일주일 후에 발견되었다면 이는 '고독사' 라기 보다는 '자살' 이다. 혼자서 생활하는 독거노인이 만성질환으로 쓰러진 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으면 위기를 넘길 수 있었음에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러 며칠 후 발견되었다면 '고독사'이다.

즉 고독사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으로 고독사가 발생하기 쉬운 조건으로는 첫째 고령노인으로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많다. 둘째 배우자와의 사별을 포함한 독신자에게 많다. 셋째 가족이 없거나 있더라도 멀리 떨어져 산다. 넷째 은퇴 또는 실업이나 해고 등으로 인해 직업이 없다. 다섯째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여섯째 지역사회나 이웃과의 교류가 없다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요인 중 여러 조건이 중복될수록 고독사 고위험군에 해당된다. 최근에는 가정이나 가족 간의 갈등, 사회진출의 어려움, 인간관계 스트레스 때문에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버린 은둔형 외톨이 청년들에게서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전라남도가 독거노인과 1인 가구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전남 지역에 고독사 위험군은 모두 2787명이고 이 가운데 위험군이 2592명이고 고독사 위험이 매우 높은 고위험군은 195명으로 나타났다. 해남은 고독사 위험군이 238명 이고, 고위험군은 27명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전남도가 '고독사 지킴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고독사의 위험에 노출된 사람들은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지역사회에서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더욱 촘촘한 사회안전망의 구축과 이웃에게 작은 관심과 함께 도움의 손을 내밀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 세상에 죽음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겨우살이는 준비하면서도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 라는 톨스토이의 말처럼 존엄한 죽음-웰 다잉(Well Dying)에 대한 준비도 중요한 인생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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