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는 생태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제는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 농산물의 개념이 모호해지면서 제주도에서만 나오던 감귤과 한라봉이 중부지방에서도 재배되고 있다. 아열대 작목을 재배하는 것도 점차 북상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911~2010년 국내 대도시 평균기온은 1.8도가 상승했다. 최근 들어서는 상승폭이 더 커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2020년에는 남부, 2070년에는 한반도 이남이 모두 아열대 기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난방을 해야 재배할 수 있었던 아열대 작목이 기온 상승으로 예전만큼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아열대 작물을 재배 할 수 있게 됐다. 해남에서도 다양한 아열대 작물을 도입해 새로운 소득작목으로 키우고 있다. 해남군농업기술센터에서도 지난 2009년부터 파파야와 구아바 등 아열대 작물을 시범재배를 통해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아열대 채소 재배로 농가 소득 올려

<북평면 평암리 김성국·김수정 부부>

소비자 증가 추세

북평면 평암리 김성국(53)·김수정(43) 부부는 다양한 아열대 채소를 심어 농가 소득을 올리고 있다.
김 씨 부부가 아열대 채소를 심기 시작한 것은 부인인 김수정 씨의 영향이 컸다. 김수정 씨는 필리핀인으로 지난 1999년 김성국 씨와 결혼하면서 해남으로 왔다. 고향을 떠나 타국에서 생활하면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남편과 함께 텃밭에 고향의 채소를 길러 고향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한국생활에 정착했다.

조금씩 아열대 작물을 심어오던 중 2009년 농업기술센터와 함께 파파야 시범재배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아열대 작물을 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다양한 아열대 작물을 심어보면서 지역에 맞고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작물들로 골라 팔각수세미, 차요테, 인디안시금치, 오크라, 여주, 줄콩 등을 주로 심고 있다.

김성국 씨는 "아내가 필리핀에서 농사를 지어봐서 아열대 작물 재배는 아내의 도움이 크다"며 "판매도 아내가 맡아 유통업체 등에 보내 음식점 등에도 납품되고 백화점에도 들어간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주 소비층은 결혼이주여성들과 이주노동자들이 많지만 아열대 작물들이 가지고 있는 몸에 좋은 성분들이 한국에 알려지면서 백화점에도 납품되고 있다.

김수정 씨는 "한국 사람들이 보기에는 생소해 보이는 채소들이지만 동남아시아에서는 자주 접했던 것이다"며 "아열대 작물들이 홍보되고 있는 과정이여서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설하우스 2700여평 안에는 한국에서 볼 수 없는 모양을 가진 채소들이 자라고 있다. 시설하우스에는 지열시설을 설치해 노지에서 재배하는 것보다 빠르게 채소들을 수확할 수 있다. 온난화현상으로 온도가 상승하면서 노지에서도 아열대 작물의 재배가 가능하기 때문에 전국에서 물량이 많이 나와 가격이 하락하는 7월 이전부터 작물을 수확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노지수확이 끝나도 시설하우스에서는 작물 수확을 할 수 있어 평균 가격보다 높게 판매되고 있다.

김 씨 부부는 아열대 작물 외에도 벼, 배추 등 다른 작물도 함께 재배하며 농한기 없이 농사를 짓고 있다. 아열대 작물은 평균 5000만원에서 60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얻고 있으며 1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릴 때도 있어 농가소득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김성국 씨는 "올해는 날씨가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추워서 날씨에 민감한 작물들이 잘 자라지 못했다"며 "아열대 작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온도를 맞춰 주는 일이 가장 신경쓰이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이어 "농촌에서 일손을 구하기 힘들어 일손부족만 해결할 수 있으면 재배 면적을 늘리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며 "아열대 작물을 찾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어 충분히 소득 작목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백가지의 과일향이 나는 백향과

<마산면 오호리 민경석 씨>

구마 종순 하우스 활용

마산면 오호리 민경석(60) 씨는 지난해부터 고구마 종순을 키우는 하우스에서 백향과를 함께 재배하고 있다.

민 씨는 지난해부터 백향과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고구마 종순을 키우는 하우스를 휴경기 동안 활용할 방안을 찾던 중 백향과를 선택했다. 그전부터 해남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작물들의 시범재배에 늘 앞장섰던 민 씨는 기후가 변화하는 것이 발 맞춰 아열대 작물에도 도전했다.

민 씨는 "고구마 종순이 6월쯤이면 끝나는데 이후에 하우스가 비어있어 이를 활용할 작목을 찾고 있었다"며 "농업기술센터가 4년전부터 시범사업으로 농가들과 재배하기 시작했던 백향과가 추석과 구정때 수확하는 것을 보고 관심이 갔다"고 말했다.

백향과는 브라질 남부가 원산지인 과일로 100가지의 과일향이 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주로 패션프루트라고도 불린다. 백향과는 석류보다 비타민 C가 3배 이상 높고 노화방지에 효능이 있는 니아신도 5배 이상 함유하고 있어 '여신의 과일'이라고도 불린다. 또 임산부에게 좋은 엽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고 마그네슘과 철, 아연 등이 풍부해 피로와 숙취해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 씨는 작년에 아들인 민진홍(29) 씨와 270주의 백향과를 심어 약 1000만원의 순수익을 올렸다. 열대과일인 백향과는 0℃ 이하로 떨어지면 피해가 발생해 시설하우스에서 재배해야 한다. 민 씨는 월동을 시키기 위한 이중하우스와 수막 시설, 화목난로 등을 설치했지만 백향과 재배에 익숙치 않았는지 80여주만 월동에 성공했다.

민 씨는 "동남아에서는 노지에서 재배하지만 한국에서는 하우스로 온도가 떨어져 서리피해를 받지 않도록 해야한다"며 "월동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봤는데 화목난로는 하우스 전체에 열을 전달하지 못해 큰 효과를 얻지 못했고 이중하우스와 촛불로 온도를 유지 시킨 쪽이 많이 살았다"고 말했다.

이어 "월동을 실패해 200주를 더 심으려고 신청했지만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한국에서 산목한 120주를 급하게 구해 심어놨는데 너무 늦게 심어 오는 추석에는 수확 못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백향과는 익으면 스스로 땅으로 떨어진다. 수확시기에는 땅에 떨어진 과실을 주워 담아 포장해 판매한다. 과실 속에 들어있는 젤라틴 상태의 과육을 꺼내 판매하기도 한다. 하우스에서 재배할 경우 추석과 구정에 수확이 가능하다.

민 씨는 "지난해 1kg에 5만원씩 팔리는 등 인터넷으로 많이 팔았다"며 "가공품으로 개발하면 소득이 더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백향과만 전문적으로 하진 않았지만 고구마 종순이 끝나면 백향과가 자라고 있어 휴경지 활용에 딱 맞는 작물이다"며 "농가의 수입원으로서 충분한 역할을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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