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복사기로 앞면만 인쇄돼
시장 바쁜 시간 허점 노린 듯

▲ 5만원권 위조지폐를 받은 오일장 바지락 상인이 5만원권 지폐와 위조지폐를 비교하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5만원권 위조지폐를 받은 오일장 바지락 상인이 5만원권 지폐와 위조지폐를 비교하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해남읍 오일장에서 5만원권 위조지폐가 발견돼 영세 상인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 16일 해남읍 오일장 어물전에서 15년째 바지락을 파는 A 씨. 한창 손님이 몰리는 오전 시간 막바지에 거스름돈을 찾고자 복대 주머니를 살피던 중 5만원권 위조지폐 1장을 발견했다.

발견된 위조지폐는 컬러복사기를 사용해 5만원권 앞면만 인쇄된 것으로,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도 쉽게 구분할 수 있는 조악한 형태였다. 위조지폐는 3번 접어 뒷면이 보이지 않는 교묘한 상태로 발견됐다.

하지만 A 씨는 오일장 특성상 오전에 손님이 몰리다보니 계산을 빠르게 처리하는 과정에서 돈을 제대로 펴보지 않고 받는 대로 주머니에 넣다보니 위조지폐인지 몰랐다고 밝혔다.

A 씨는 "위조지폐를 줄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해본 적이 없어 받은 시간이나 준 사람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며 "중년 이상의 여성들만 바지락을 구매했다. 보통 바지락 1만원어치를 사가기 때문에 위조지폐 5만원권을 내고 4만원을 거슬러 받아갔을거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위조지폐 발견 신고를 받은 해남경찰서는 위조지폐를 수거하고 수사에 나섰으며 전남지방청에 1차 감식을 의뢰한 상황이다.

오일장 민현기(63) 상인은 "해남읍 오일장에서 30년간 일했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다"며 "CCTV도 없는 열악한 환경이어서 위조지폐를 사용한 사람을 잡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발견된 위조지폐는 1373장으로 만원권 667장, 5000원권 662장, 1000원권이 25장, 5만원권이 19장 발견됐고 대부분 일반 컬러복사기나 프린터로 제작돼 주요 위조방지장치가 없는 상태여서 육안으로 쉽게 구별할 수 있는 수준이다.

위조지폐는 현금이 오가는 시장 영세상인들을 대상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만원·5만원권은 지폐를 펴서 살펴보면 앞면 왼쪽 홀로그램에 우리나라 지도·태극·4괘가 각도에 따라 번갈아 나타나 위조지폐와 구분할 수 있다. 또한 빛을 비췄을 때 세종대왕과 신사임당 모습이 각각 보이고 5만원권의 경우 기울여보면 노출은선 안 태극무늬가 움직인다.

한편 위조지폐 발견 신고와 관련해 신고자와 해남경찰서 읍내파출소간 혼선이 빚어져 경찰이 뒤늦게 출동한 사실이 드러났다.

바지락 상인 맞은편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신고자 B 씨는 다른 시장 상인들도 피해를 입을 수 있어 예방차원에서 신고했는데 2시간 가까이 지나도 경찰이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두 번째 신고를 받은 해남경찰서와 읍내파출소는 곧바로 5명의 경찰을 현장에 출동시키고 위조지폐 수거와 탐문수사에 나섰다. 출동지연에 대해 읍내파출소 관계자는 신고 접수 당시 오일시장 어물전을 매일시장으로 잘못 들어 매일시장 순찰을 지시했다며, 수사를 고의로 지연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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