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 15년 이상, 고장에 사고까지

▲ 트렁크가 고장 나 항상 발로 찬 다음에 열어야 해 버스 트렁크에 발자국이 선명하다.
▲ 트렁크가 고장 나 항상 발로 찬 다음에 열어야 해 버스 트렁크에 발자국이 선명하다.
▲ 안전벨트 일부가 고장 나 작동이 안되고 정비도 제대로 받지 않아 위험한 상황이다.
▲ 안전벨트 일부가 고장 나 작동이 안되고 정비도 제대로 받지 않아 위험한 상황이다.

해남에 있는 일선 학교의 축구부 버스가 사고위험을 안고 운행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 한 축구부 버스의 경우 연식이 15년이 지나 현재 주행거리가 38만km에 달하고 있다.
▲ 한 축구부 버스의 경우 연식이 15년이 지나 현재 주행거리가 38만km에 달하고 있다.

게다가 위험하다는 것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데도 규정이 없고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그대로 방치되고 있어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A학교의 축구부 버스는 주행거리가 현재 38만km다. 47인식 대형버스로 연식이 2002년이어서 출고된 지 15년이 된 셈이다. 명의는 현재 축구부 감독으로 돼 있고 보험도 감독 명의로 가입돼 있다.

10년 전에 당시 축구부 감독이 중고로 샀다가 축구부 감독이 바뀔때마다 바뀐 감독들 앞으로 명의를 이전해 왔다. 대회가 열릴 때마다 이 버스는 축구부 학부모가 운전을 하는데 차가 워낙에 낡다 보니 운전할 때마다 항상 불안하다고 말한다.

이 학부모는 "지난해 브레이크 장치 이상으로 운행중에 우슬터널에서 차가 선 적이 있고 브레이크가 말을 잘 듣지 않아 항상 밀리는 느낌이어서 불안하다"며 "10여년 넘게 대형버스를 몰아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낡은 차를 계속 몰 수 있지만,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기 에 다른 사람한테 운전대를 맡길 수 없다"고 호소한다.

차가 낡아서 정비를 하는데도 한계가 있고 이쪽을 손보면 저쪽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이라 감독과 학부모들은 학생들에게 안전벨트를 꼭 매라는 말 밖에 할 수 없는 처지다.

게다가 운전을 하고 있는 학부모의 경우 자녀가 현재 3학년이라 내년부터는 이 버스를 운전할 수 없는데 감독이 대형면허를 가지고 있지만 사실상 초보수준이어서 앞으로 어찌해야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B학교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학부모들이 모아서 35인승 대형버스를 마련했는데 명의는 감독들 앞으로 이어가고 있다. 이 버스는 연식이 2000년으로 출고된지 17년이나 됐다. 대회가 열릴 때 현재 감독이 직접 버스를 운전하고 있는데 사고가 난 적도 있다고 한다.

해당 감독은 "3년전에 축구부 학생들을 태우고 화순으로 가는 길에 브레이크가 밀리면서 차가 빗길에 미끄러져 도로 옆 논으로 빠진 적이 있고 지난해에는 장흥으로 가던 중 도로에서 타이어가 터지는 사고도 발생했다"고 말한다.

다행히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아찔했던 순간였다. 이 차는 에어컨마저 낡다보니 고쳐도 금방 고장이 나는 바람에 지난해에는 경주로 가는 길에 수시간동안 학생들이 봉지에 얼음을 담아서 머리와 등에 대는 등 체력을 모두 소진해 버렸다는 웃지 못할 일도 전해진다. 게다가 안전벨트 일부는 아예 고장난 상태로 그대로 방치돼 있고 안전벨트가 빡빡해 채우고 빼기도 힘든 상태다.

버스 트렁크는 작동이 잘 되지 않아 발로 찬 다음에 열어야 하는데 그래서인지 차 트렁크에는 발자국이 지워지지 않은 채로 항상 남아있다.

감독은 "차가 하도 낡아서 한해 정비하는 데만 400만원 가까이 드는데 깨진 독에 물 붓기 수준이지만 고쳐 쓰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학교, 행정기관 모두 나 몰라라

현재 해남에는 고등학교까지 합쳐 모두 5개 학교에 8개 운동부가 있다. 해남군과 해남교육지원청은 장학사업기금으로 이들 학교에 한해 2억원이 넘는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이 예산들은 지도자들 인건비와 훈련비, 대회 출전비, 유니폼 등 장비 구입비 등에 쓰인다.

현재 해남에 있는 운동부 가운데 버스가 있는 곳은 초등학교 축구부 한 곳과 중학교 축구부 한 곳이다. 수영이나 육상, 레슬링, 펜싱 같은 종목은 선수층이 10명 안팎이어서 대회에 출전할 때 감독이나 학부모들이 개인 승용차로 이동하면 되지만 축구부는 선수층이 20~30명 이상이라 대형버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운동부를 지원하는 장학사업기금에 운동부 차량 구입비와 정비를 비롯한 운영비 지원 항목은 아예 없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축구부 버스는 그동안 감독이나 학부모들이 직접 구입해 관리해 왔고 전문기사가 아닌 감독이나 학부모가 직접 운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비나 보험, 기타 운영도 모두 감독과 학부모의 몫이다.

이렇게 개인 소유로 돼 있다 보니 행정기관에서 관리할 수 있는 법적 장치도 없다. 현재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는 버스 차량 연한을 10년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들 축구부 버스는 개인 소유여서 15년이 넘었어도 강제로 폐차를 시킬 수 없고 정기검사에 대한 규정도 없어 자체 점검에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남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축구부 차량이 낡아 교육청 예산으로 새 차를 사 줄 수는 있지만 그렇게 되면 교육청이 차를 관리해야 하고 운영비를 부담해야 하는데다 기사도 정식으로 채용해야 돼 열악한 재정 여건상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해남군 관계자도 "문제가 심각한 상황인지 알고 있지만 관련 규정이 없는데다 설령 축구부에 버스 구입비나 운영비를 지원하더라도 다른 운동부와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이렇듯 행정기관에서는 문제에 대한 인식을 하고 있지만 관련 규정이 없고 방법이 없다며 사실상 나 몰라라하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항상 예산에 허덕이는 학교가 나설 수도 없는 형편이다. 축구부 학생들이 갈수록 줄고 있는 상황에서 학부모들이 그 많은 돈을 들여 새 차를 구입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안전 볼모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이런 가운데 한 축구부 학교 학부모들은 오는 25일 학부모 총회를 열고 버스 문제를 공식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불안해서 이대로 나둘 수는 없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현재 두 학교 학부모들과 감독들은 차량을 새로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노후화된 버스를 매각하고 전세버스 회사와 계약을 통해 버스를 전세로 전환하길 원하고 있다.

1년에 정비비와 보험료 등을 합쳐 1000만원이 조금 넘게 드는 현실이니만큼 차라리 이 비용이면 전세로 전환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행정기관에서 추가로 이 비용을 지원해주길 바라고 있다.

지금처럼 축구부 학생들에게 미안해서 눈도 못 마주치며 안전벨트 꼭 매라는 말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제발 이제는 마음 편하게 그리고 안전하게 버스를 운영하고 싶은 마음에서이다.

학부모들은 100% 지원이 어렵다면 학부모들이 일부를 부담하고서라도 행정기관에서 나서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지만 이 역시도 만만치 않다. 해남군과 해남교육지원청은 이 역시도 규정이 없고 운영비가 너무 많이 들며 다른 운동부와 형평성을 들어 난색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아예 해남 FC로 축구부를 통합해 그 안에 초등부와 중등부를 두고 해남군이나 해남군체육회가 해남 FC를 운영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이 역시 해남군과 해남군체육회가 같은 이유로 손사래를 치고 있다.

1사 1운동부 지원같은 결연사업을 통해 도울 수 있는 방안이 있냐는 질문에도 행정기관은 해남이나 해남향우들이 운영하는 업체 중에 그런 여력이 있는 업체는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사고위험을 안고 달리고 있는 축구부 버스. 과연 방법이 진짜 없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규정이 없으면 만들면 되고 방법이 없으면 방법을 찾으면 될 것이다. 형평성이 거론되면 이해와 설득을 구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정말 규정이 없고 방법이 없다고 한다면 행정기관은 당장 축구부 버스 운행을 중지시켜야 한다. 학생들 안전이 문제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행정기관이 이를 방관하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오늘도 더운 날씨를 이겨가며 훈련을 하고 있는 초등학교 축구부 학생들. 주말리그 왕중왕전 진출을 코 앞에 두고 열의를 다지고 있는 중학교 축구부 학생들. 지역사회가 이들의 꿈을 지켜주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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