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만(산이초등학교 교사)

올 해는 산이서초와 우리 학교가 협동학교군으로 묶여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됐다. 무언가 힘을 합쳐서 같이 해본다고 하면 힘도 솟고 설레기도 해야 하는데,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렇지 못했다. '또 일이 늘었군' 이제 3년차에 접어든 풋내기 교사로서 부끄럽게도 솔직한 심정이 그랬다. "부담 없이, 서로 즐기며 합시다" 너그러우신 교장 선생님도 부담되지 않게 하라 하시고, 준비하면서 두 학교 네 선생님끼리 이야기를 나눌 때도 그랬다.

하지만 공동 수업시간이 다가올수록 부담감이 설산에 눈덩이가 굴러가는 듯 빠르고 크고 무겁게 다가왔다. 폭탄 돌리기 놀이에서 내게 온 폭탄을 빨리 넘기듯이 이 과제가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라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비자발적인 협동학교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이왕 하는 거면 아이들도 즐겁고 우리 교사들도 서로 힘을 합쳐 좋은 수업을 했다는 보람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다짐도 가졌다.

막상 당일에 산이서초 아이들과 함께 한 수업을 하면서 나의 걱정들은 기우에 불과했다는 걸 알았다. 나의 옹졸하고 못된 생각을 깨뜨린 건 학생들이었다. 그것도 이제 1·2학년인 학생들 말이다. 다른 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지역적으로 근거리에 있는 학생들은 어린이집을 포함해서 지역기관을 통해 여러 교류를 해왔다. 아니 교류라기보다는 그냥 하나였다. 학교가 끝나면 공부방에서 만나고, 그렇지 않고도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껴안고 악수하고 인사하는 이 학생들의 모습은 협동학교로 묶여있다고 생각하는 나와는 대비됐다.

오늘 산이서초 친구들과 함께 체육수업을 하면서 평소였으면 7명밖에 되지 않는 적은 수의 학생으로 어떻게 재미있게 교과수업을 진행할까 생각했겠지만, 1학년만 24명, 2학년까지 40명이 넘는 학생들이 모인 체육수업은 공 한 개여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수업이 됐다. 최선을 다해 운동을 하는 학생들부터 소극적이지만 참여해서 어떠한 행위를 하고 있는 학생들까지 함께 호흡하며 즐길 수 있는 뜻깊은 수업이 되었다.

청군, 백군으로 뒤섞인 학생들은 여러 운동을 하고 나서 누가 이겼는지를 가르고 싶어 나에게 물었다. "선생님 누가 이겼어요?"하고 말이다.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너희들 모두가 이겼어, 선생님을 말이야. 너희는 항상 함께하는 친구들인데 둘이라고 생각하고 지레 걱정부터 한 선생님을 가르쳐 준 거야"

오늘은 산이초 선생님에서 산이면 선생님이 된 것 같았다. 앞으론 해남 선생님, 더 나아가서 전남 선생님이 되고 싶다. 오늘 하루도 조금 더 자랐다. 아이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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