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역사를 돌아보면 바다를 장악한 나라가 세계역사를 지배했다. 16~18세기 스페인과 영국은 강력한 해군력을 앞세워 해상지배권을 장악한 절대강자였다.

그들은 태평양에 비하면 규모가 훨씬 작은 대서양 너머의 아메리카 대륙으로 진출해 금과 은을 비롯한 자원을 약탈해 부를 쌓으며 국력을 키웠다.

그러나 스페인과 영국보다 앞선 해상 강국은 중국 명(明)나라 였다. 명나라 3대 황제 영락제는 정화(鄭和)를 대장으로 하는 대규모 원정함대를 파견했다. 1405년 7월 쑤저우(蘇州)에서 출발한 길이 137m, 폭 56m, 중량 8000톤에 이르는 보선(寶船) 62척을 포함해 2만7800명의 승무원을 태운 함대는 남쪽 바다를 향해 출발했다. 정화는 윈난(雲南)성 이슬람 가계출신으로 12살 때 포로로 잡힌 뒤 거세되어 황실에 바쳐진 환관이었지만 영락제의 왕위찬탈에 공을 세워 절대적 신임을 받았다. 위대한 탐험가, 외교관, 무역상이었던 정화가 이끄는 함대는 1433년까지 7차례에 걸쳐 인도양을 거쳐 아프리카 소말리아까지 이르는 항해를 통해 동남아, 인도, 중동,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와 외교 관계를 맺고 무역거점을 형성하고 중국문물을 전파하며 명나라 위상을 드높였다.

그러나 원정함대의 절대적 후원자 였던 영락제가 죽자 북방의 침략과 국가재정의 고갈을 이유로 정화함대의 해양원정의 항해기록과 해도등의 경험과 성과는 망각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후 해금(海禁)정책으로 대륙에 고립된 중국은 19~20세기에 들어 일본과 서구 열강에 유린당하는 치욕을 당하게 되었고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태평양을 장악하면서 절대강자로 군림했다.

최근 중국이 최근 절대강자 미국에 맞서기 위해 해군력 강화와 함께 본격적인 해상굴기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해군력은 구소련의 건조중단 항공모함을 수선해 취역시킨 1호 항공모함에 이어 2번째 항공모함은 자신들이 설계하고 자국산 레이더, 통신, 무기 등을 장착하고 이지스함과 호위함, 잠수함을 거느린 명실상부한 항공모함 전단을 꾸려서 연안방어형에서 원양전략형 해군으로 거듭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21세기 육상 해상 실크로드인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야심찬 '진주목걸이 전략'을 통해 대양 진출을 위해서 동남아시아와 인도양, 아프리카의 에너지 및 화물 수송로에 위치한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미얀마,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지부티, 탄자니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정치와 외교는 물론 경제와 군사 협력까지 맺는 등 관계를 강화하면서 주요 거점항구의 운영권을 단계적으로 확보해 나가고 있다. 청해부대가 파견되어 있는 아덴만의 지부티에는 군사기지를 건설하여 국익 향상에 전력을 쏟고 있다.

5월 31일은 바다의 날이었다. 장보고가 청해진을 설치한 날로 바다관련 산업의 중요성과 의의를 높이고 국민의 해양사상을 고취하고 관계자의 노고를 위로하는 날이다. 장보고시대의 해상 강국의 역사만 되뇌이며 우리나라는 아직도 꿈속(夢中)이다. 3면이 바다인 반도국가 이지만 대륙진출로가 막혀 섬이나 다름없다. 하루 빨리 꿈에서 깨어 대륙으로 진출하기 위한 철로개통과 함께 해군력의 증강, 해양과학 기술에 적극적 투자가 필요하다. 21세기의 패자는 바다와 마지막 남은 미지의 공간 심해양을 장악하는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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