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베스트셀러인 '21세기 자본'에서 'r>g'라는 유명한 부등식을 제시했다. "자본수익률(r)이 경제성장률(g)을 항상 앞서기 때문에 부의 불평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질 수밖에 없다"라는 주장이다. 여기서 'r'은 자본수익률(return of capital)로, 이는 자본가가 고정자본과 금융자본이나 특허를 통해 얻는 투자이익과 배당금, 이자, 임대료 등이고 'g'는 경제성장률(growth rate)로, 인구의 증가나 기술과 생산성의 향상에 비례한다. 피케티는 오늘날의 불평등과 양극화의 근본적인 이유는 산업혁명이후 실증적으로 경제성장률은 년간 1~2%로 자본수익률 연간 4~5%보다 항상 낮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높은 경제성장률의 과실은 대중 모두에게 돌아가지만 높은 자본수익률의 이익은 자본가의 자산만 늘려주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r>g라는 부등식처럼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불평등이 심화 될 것이므로 누진적 부유세와 글로벌 자본세를 통해 불평등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해 격렬한 찬반논쟁을 불러 왔다. 그가 최근 다시 발표한 논문을 통해서 과거에는 r>g라는 부등식에 의해 불평등 현상이 설명되었지만 21세기에는 자본수익률보다 근로소득 격차의 영향이 더 크고 이의 해소는 기술이나 교육을 통해서도 가능하다고 입장 변화를 보였다. 이를 두고 친자본 측은 피케티가 r>g라는 부등식의 오류를 인정했다면서 자본주의와 시장경제가 만든 기술혁신과 세계화의 승리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초부유층 62명의 소득이 전 세계 빈곤층 36억명의 소득을 합한 것 과 같은 오늘날 경제불평등, 격차심화의 원인은 세계화가 초래한 초저가판매경쟁에 있다. 극심한 가격경쟁은 인건비가 싼 해외로 생산거점을 이전하므로 국내기업도산과 산업공동화를 초래하고 임금하락과 실업증가를 불러왔다. 여기에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불평등한 상거래 관행과 임금격차는 일자리와 임금 불안정 상황을 증폭시킨다.

둘째 1945~ 1970년대는 소위 '복지의 황금기' 로 불리우는 시대였다. 동서 진영간 체제와 이념대립 와중에 사회주의 운동의 확산을 우려해 격차해소 노력의 일환으로 복지가 확대되었던 측면도 있었다. 1980년대 사회주의 붕괴이후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무한질주와 무한경쟁은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켰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1920~30년대에 최고조에 달했던 불평등이 1945년 이후 상당부분 개선되어 30여년 동안 아메리칸 드림이 실현되는 듯 했으나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감세정책이 자본소득의 증가에 일조한 반면 경제성장율은 둔화되어 소수 자본가에게 생산 수단이 집중되고 부의 불평등이 커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고치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2016년 기준 미성년자 보유 주식총액이 1조2800억원 이며 주식배당금만 약 166억원, 최근 5년 사이 미성년자(만 20세 미만) 1억원 이상 '금융계좌' 수가 2배 이상 급증했다. 계좌 잔액 또한 2배 이상 증가, 계좌 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6%에서 5.1%로 높아졌다는 통계치는 r>g라는 부등식이 '돈이 돈을 버는 우리사회'에서는 아직도 유효하다는 반증이다. 최우선적으로 좋은 일자리와 분배를 통해 문제해결을 하겠다는 새 정부의 정책방향은 나름의 기대를 갖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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