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자(보길도비파원 원장)

 
 

해남, 완도를 비롯한 바다를 끼고 있는 남해안 섬 일대는 주산업이 양식업이다. 보길도의 경우만 해도 도시에서는 관광지로만 알았었는데 막상 들어와 살고 보니 관광은 한물 건너간 옛이야기인지 막상 주민들은 별 관심이 없고 온통 양식업에 매달려 있다.

완도군에 살면서 완도해조류박람회라는 큰 축제행사를 지나칠 수 없어 행사가 끝나는 마지막 날 겨우 짬을 내어 다녀왔다. '1980년대 초만 해도 해조류를 전량 일본 등 선진국으로 수출하는 바람에 서민들의 밥상에 올라오기가 힘들었지만, 지금은 양식 산업이 발달하여 손쉽게 접할 수 있다.

완도는 우리나라 주요 해조류인 미역, 김, 다시마의 45% 이상이 생산되어 해조류의 메카로 선점되고 있다. 해조류 양식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볼 수 있는 다양한 모습들을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다녀오기를 매우 잘했다는 생각이다.

해조류의 효능은 단백질, 칼륨, 철분, 비타민, 인 등 각종 미네랄이 풍부하여 혈중 콜레스테롤 및 동맥경화 위험성 저하, 암 예방, 노화방지 뿐만 아니라, 남성의 정자 생성에서 필수성분인 아연함유량이 풍부하고, 전통적으로 산모의 출산 시 미역국이 피를 맑게 하고 기를 강화한다는 내용이 본초 강목 등 문헌에 나타나 있다. 청정해변에 해조류가 풍부한 남해안 일대의 미래가 보이는 듯 하여 매우 흥미로웠다.

내가 최근에 흥미를 느껴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전복, 그 중에서도 전복껍질은 그동안 쓰레기취급만 받았는데 공예품뿐만 아니라 그 기능도 다양하게 소개되어 더욱 유익한 발걸음이었다.

그 중에서도 흥미로운 것은 전복껍질이 총알도 뚫지 못하는 단단한 재료를 개발하는 과학자들에게 전복만큼 흥미로운 소재라는 것이다. 전복 껍질은 트럭이 밟고 지나가도 깨지지 않을 정도로 강하다고 한다. 그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전복 껍질의 성분을 보자. 95% 이상이 탄산칼슘(CaCO3)으로 구성돼 있다. 분필의 성분 역시 대부분이 탄산칼슘이다. 그런데 분필은 손에 조금만 힘을 줘도 잘 부러진다. 왜 비슷한 성분으로 이뤄진 전복 껍질과 분필은 강도에서 이렇게 큰 차이가 날까. 과학자들은 그 해답이 전복 껍질만의 독특한 구조에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래서 전복 껍질을 부수고 그 미세 구조를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해 마침내 전복 껍질의 구조는 알아낼 수 있었다.

놀랍게도 전복은 인간이 만든 어떤 건축물보다 정교하게 껍질을 만들어냈다는 것. 먼저 껍질의 바깥층과 안층이 확실하게 구별된다. 바깥층은 껍질 면과 수직으로 정렬된 기둥으로 가득 차 있다. 이에 비해 안층에는 수평으로 얇은 판이 빼곡하게 쌓여 있다. 마치 빨간 돌집 벽에서 위는 세로로, 아래는 가로로 벽돌을 쌓아놓은 모습과 유사하다. 또한 겉껍질과 안 껍질 사이를 연결해주는 단백질이라는 '접착제'층이 있어 벽돌 사이에 채워지는 시멘트처럼 벽돌들을 단단히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전복 껍질의 구조를 모방해 단단하면서 가벼운 인공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는데 탱크의 철갑은 물론 자동차, 항공기, 인공위성 등의 신소재로 개발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하지만 인간의 기술은 아직도 이 단백질 층의 성질을 흉내 낼 수 있는 단계에까지는 오지 못했다고 한다.

하찮은 전복껍질, 완도에서는 쓰레기처럼 귀찮은 존재인 전복껍질에서 내가 최근에 감동을 받은 것은 등껍질에 수많은 이물질을 붙이고도 내면에서는 진주물질을 만들어내는 그 희생의 모습이었는데 오늘아침 먹고 버린 전복껍질의 기능과 재생산 가능성에 눈을 돌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우리나라의 세계적 문화유산인 나전칠기산업도 이 전복껍질에서 얻은 나전칠기라는 것을 생각하며 다시 한 번 전복껍질 속의 영롱한 빛에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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