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의 절반은 하늘이 짓는다'는 말이 있다. 농민들이 정성껏 농작물을 키워도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농사는 망하게 된다. 농산물 가격이 요동쳐 시름에 잠긴 농민들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하늘마저 농민들을 외면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이상기후가 나타나 평소와 같이 농사를 짓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지난해 월동작물 파종시기에는 비가 너무 내렸고 농작물이 자라야할 봄에는 가뭄이 지속됐다. 이상기후는 농작물의 원활한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다. 관수시설을 설치해 농작물에 물을 주며 가뭄을 이겨내고는 있지만 농민들은 하늘을 바라보며 비가 내리길 바라고 있다.

지난 23일 저녁부터 24일에는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다. 실제로 23일에는 빗방울이 떨어지긴 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강수량도 기록하지 못하는 정도의 비. 비라고 할 수 없는 것이 하늘에 떨어졌다. 24일엔 하늘에 구름은 있었지만 빗방울은 떨어지지 않았다. 이날 최저기온은 5월 중 가장 높은 15.4℃, 최고기온은 26.8℃였다.

앞으로 기온은 더욱 올라갈 것이고 설상가상으로 기상청에서는 여름 강수량이 지난해보다 적을 것이라고 전망해 가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쉽게 판단할 수 없다.

비가 오지 않아 일부 저수지에는 물이 말라가고 있지만 다행히 해남 관내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78%를 넘었다. 충청남도의 경우 평균 저수율이 50%에 가깝게 내려가 제한급수를 하는 등 농업용수 공급에 큰 차질을 빗고 있다.

해남에는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수확을 앞둔 양배추에서 꽃대가 올라오는 추대현상이 발생했다. 전체 147ha의 재배면적 중 70ha 이상에서 이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 매년 같은 자리에 같은 시기에 양배추를 심어 재배했는데 대부분의 밭에서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종자문제인지 기후문제인지 농촌진흥청에서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나왔다.

심는 시기도 다르고 종자도 다른 밭에서 같은 현상이 발생해 이상기후의 문제일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의 피해라면 정부차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농가와 계약재배한 상인들도 수확을 포기 하고 있어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농민들이 받는 피해를 막을 수 없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확인하고 재해로 인정하고 지원할지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산물의 주산지가 계속해서 북쪽으로 이동해가고 있다. 기후변화로 해남에서 재배되지 않았던 아열대작목 등이 재배되는 것이 그렇다.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신품종을 개발하거나 작목전환을 하는 방안이 있다. 하지만 그동안 해왔던 농사방식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어렵다.

무작정 하늘만 쳐다보며 날씨가 좋기만 바라기보다는 매년 달라지는 기후변화에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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