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석 문구 잘못되고 안보이고
일부 쓰레기 투기장에 잡초 무성

▲ 풀숲과 잡초에 잘 보이지 않는 우슬재 정상 표지석<왼쪽>. 쓰레기 투기장이 되고 문구가 잘못된 상등리 국도변 표지석.
▲ 풀숲과 잡초에 잘 보이지 않는 우슬재 정상 표지석<왼쪽>. 쓰레기 투기장이 되고 문구가 잘못된 상등리 국도변 표지석.

해남에 있는 5·18민중항쟁 사적지가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어 재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해남에는 5·18과 관련한 사적지가 해남군청 앞과 해남중학교, 상등리 국도변, 백야리 군부대 앞, 우슬재 2곳, 대흥사 일대 2곳 등 모두 8곳이며 이곳에는 현재 대리석으로 표지석이 세워져 5·18당시 역사적 상황과 시민들의 항쟁 내용들을 담고 있다.

그러나 지난 15일 현장을 답사한 결과 상등리 국도변에 있는 표지석 주변은 쓰레기 투기장을 방불케 했다. 곳곳에 담배꽁초가 버려져 그대로 방치돼 있는가하면 박스와 종이컵, 비닐, 생수병, 플라스틱이 주변에 함께 버려져있고 심지어 쓰레기가 가득 담긴 파란색 봉지까지 발견됐다.

또 이곳 표지석의 문구도 잘못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곳 표지석에는 '5·18민중항쟁 소식을 진도군에 전하기 위해 해남에서 진도로 가던 시민의 차량을 향해 잠복한 군인들이 총기를 발포한 현장'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고등학교 3학년생으로 이곳에서 잠복한 군인들의 총에 실제 맞아 부상을 입은 5·18부상자 김병용 씨는 "진도쪽에 소식을 전하고 해남으로 돌아오던 시위대 차량에 잠복한 군인들이 총을 쏜 것으로 시기나 상황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해남 5·18동지회 김병일 회장도 "수년 전부터 문구가 잘못됐다고 해남군에 얘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심지어 해남군이 2015년에 안내 표지판을 황동에서 지금의 대리석으로 바꿀 때도 5·18당사자들에게 문구 등에 대해 협의를 하지 않아 잘못된 문구가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고 혀를 찼다.

그런가하면 우슬재 정상에 있는 표지석은 풀숲과 잡초 사이에 가려 절반 가까이가 안보이는 상황으로 표지석 앞까지 가려면 풀숲을 헤치고 10여미터를 들어가야 하는 실정이다.

우슬재 내리막길에 있는 표지석은 대리석에 새긴 글씨들이 비와 바람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뚜렷하지 않아 흐릿하고 일부 단어는 보이지 않을 정도다.

해남군 관계자는 "쓰레기가 투기된 곳이나 잡초가 많은 곳 등은 즉각 정비에 나서고 문구가 잘못된 부분은 당사자들은 물론 전라남도와 5·18기념재단과 상의해 처리할 부분으로 다음 정비 기간 때 입장을 전하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해남군은 예전에 황동으로 만들어진 표지판이 분실이나 훼손 등에 노출되고 있다는 5·18관계자들의 요청에 따라 800만원의 예산을 들여 2015년에 황동에서 대리석으로 교체를 했는데 문구 수정에 대한 협의 없이 예전 문구 그대로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라남도는 지난해 해남을 비롯해 전남지역 사적지에 대해 문구 수정이나 정비 등 요구사항을 직접 조사해 올해부터 정비 작업에 나서고 있는데 해남의 경우 교체한지가 얼마 되지 않아 이번 사업에서 빼기로 해 결국 해남군의 인식부족과 소통 부족으로 애꿎은 예산만 날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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