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산 향교리 김순복 농부화가
29일까지 행촌미술관 전시회

▲ 김순복 농부화가가 농촌의 모습을 알록달록 색연필로 생동감 넘치게 그린 그림으로 전시회를 열었다.
▲ 김순복 농부화가가 농촌의 모습을 알록달록 색연필로 생동감 넘치게 그린 그림으로 전시회를 열었다.
 
 

"아유, 농부화가라고 불리는 게 쑥스럽기도 하고 오랫동안 꿈으로 간직해온 일이 이뤄져서 좋기도 하고. 좋아하는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했는데 많은 관심을 받으니 얼떨떨할 때도 있지요"

현산면 향교리 김순복(59) 씨는 농사도 짓고 그림도 그리는 '농부화가'다.

충청도 청주에서 태어난 김 농부화가는 30여년 전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다 남편과 결혼하면서 남편의 고향인 해남에 터를 잡았다. 농사일은 배운 적이 없어 시어머니 어깨 너머로 농사를 배우며 다섯 아이를 낳아 길렀다. 그러다 11년 전 남편은 먼저 세상을 떠났고, 남은 아이들을 위해 홀로 농사일을 감당해야 했다.

손에서 흙먼지가 떠날 새 없이 바쁘게 일 해온 그녀는 삶이 고되고 힘들 때면 언제나 그림을 떠올렸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상을 받기도 했을 만큼 그림을 좋아했고 관심이 많았지만 가정 형편상 포기해야만 했던 분야다. 언젠가 그림을 그리는 꿈을 이루겠노라며 마음에 위안으로 삼았다.

자녀들을 대학에 보내고 결혼을 시키면서 어느새 환갑에 가까워지자 3년 전 딸들이 작은 선물을 건넸다. 스케치북과 색연필 세트였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유기농 벼농사와 단호박·대파 등의 밭농사를 지으며 집안일을 해내고, 저녁이면 색연필로 신문이나 잡지에 나온 사진을 따라 그리기 시작했다. 화가에게 제대로 그림을 배우고 싶었지만 농사일에 바빠 여유가 없다보니 독학이 전부였다. 때로는 시를 써서 마음을 표현키도 했다.

그렇게 틈틈이 그림을 그리던 그녀는 삶의 터전인 농촌과 주변의 인물들을 그림 대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굽은 허리와 아픈 다리를 이끌고 흙 속에서 생명을 키우는 치열한 삶이 담긴 농촌이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만큼 아름다운 모습이라 생각한 것. 알록달록 농촌 풍경이 담긴 그림에는 찰진 사투리 해설이 붙어 더욱 정감간다.

그녀의 농촌 풍경은 우연히 유기농생산자 단체 한살림을 통해 소개되면서 큰 호응을 얻어 달력까지 제작하게 됐다. 지역 주민들에게도 소개되면서 행촌문화재단을 통해 고소한 참기름 그림전시회까지 열었다. 오는 29일까지 행촌미술관에서 3년간 그린 100여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김 농부화가는 "저녁 늦게 나만의 그림 시간을 갖는 것이 너무 행복하고 즐거웠는데 전시회까지 열게 돼 꿈만 같다"며 "색연필이 아닌 유화로 그림을 그려내고 싶고, 내 작품이 담긴 책을 발간하는 것이 소원이다"고 말했다.

한편 행촌문화재단은 2017 풍류남도 아트프로젝트 일환으로 김순복 농부화가의 '순 진짜 참기름처럼 고소한 그림 전시회'를 오는 29일까지 행촌미술관에서 진행한다.

이와 함께 에듀케이터 해설이 함께하는 미술수다 5월 프로그램에 김 농부화가를 초청했다. 김 농부화가는 오는 24일 저녁 7시 행촌미술관에서 생생하고 고소한 그림 이야기를 풀어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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