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수꽃다리.
▲ 수수꽃다리.

배식학에서 라일락은 남동풍이 부는 정원 앞, 또는 후정에 심어 향기가 머무르게 하라고 배운다. 물푸레나무과의 라일락(Syringa vulgaris)은 유럽 원산(원예종)으로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잘 자라는 낙엽활엽소교목이다.

4~5월에 묵은 가지에서 지름 8~12mm의 보라색 또는 연보라색의 꽃이 풍성하게 핀다. 세련되고 향긋한 향기가 일품이고 타원형의 열매는 9월에 익는다.

우리나라에 자생하고 있는 수수꽃다리(Syringa dilatata)는 잎이나 꽃이 더 작아 라일락과 쉽게 구분된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쌀 20섬을 팔아 구입했던 흑백 TV를 틀면 "쥬시후레쉬, 후레쉬민트, 스피아민트 오 롯데껌~~~"이라는 CM송이 너무 자주 흘러나왔다. 단맛이 특징이었던 이 껌들은 1972년 출시되어 아직도 팔리고 있다. 라일락 향기가 묻어나는 껌종이를 벗겨내고 한참 향기를 음미했다. 우리 동창 중에 가장 바른 맨 친구가 공무원이 된 해원리 영호이다. 초등학교 때 자기 생일파티에 몇 사람만 초대할 때도 나를 빼놓지 않을 정도로 친했다. 일제강점기 때 조성한 해원저수지 중간에 있는 말 무덤 섬까지 영호랑 자유형으로 갔다 오기도 했다.

영호가 막둥이라 나이 차이가 나는 누님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았다. 설날이나 추석 때마다 영호 작은 누나는 과자와 풍선껌을 엄청 많이 사왔고 영호는 그때마다 잊지 않고 나를 챙겨주었다.

껌이 귀한 시대라 씹다가 기둥에 붙여놓고 학교 갈 때 떼서 씹고, 밥 먹을 때 붙여 놨다 소띠 끼러갈 때 또 씹고….

라일락의 꽃말이 '첫사랑', '젊은 날의 추억'이다. 내 기억 속에는 초등학교 때 라일락꽃이 활짝 피던 날 영호랑 함께 걸었던 교정의 라일락 향기가 아직도 향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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