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규(공점엽할머니와 함께하는 해남나비)

 
 

내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공점엽 할머니를 만난 것은 2013년 여름 해남신문에 게재된 '지역 무관심 속 해남에도 위안부 할머니'라는 기사를 통해 병원에 입원 중인 할머니의 소식을 접하고 부터이다. 계속해서 해남신문은 해남에 거주하는 일본인 여성들이 할머니를 찾아와 위로와 위문품을 전달했다는 소식과 한 정육점 사장이 수익금의 일부를 공 할머니 입원비로 기탁한다는 현수막을 내걸고 활동하고 있는 소식을 전했다. 당시 막연하게 위안부 할머니와 가족들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꺼려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던 중 용기 있는 해남신문의 기사는 할머니를 만나야겠다는 마음이 들게 하였다.

이 문제에 관심 있는 주위의 몇몇 분들과 할머니를 만나러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여 아무 말도 못하였다. 우리는 의사의 동의를 얻어 매주 금요일 할머니와 점심식사를 하는 것으로 정하고 전복죽을 함께 나누며 만남을 이어갔다.

그러한 과정에서 2013년 8월에 '공점엽할머니와 함께하는 해남나비'가 결성되었고, 9월에는 '평화나눔 한마당과 평화나비 콘서트'가 열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건강이 악화된 할머니는 전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하여 안타깝게 하였고, 할머니는 우리의 간절한 기도의 결과 전대병원에서 손녀들이 있는 목포의 한 병원으로 옮기게 되었다.

이렇게 행복한 사랑을 나누던 우리 모두는 어느 순간 서서히 닫힌 마음의 문을 열고 우리를 기다리시는 할머니를 발견하게 되었고 할머니께서 건강에 문제가 있어 안색이 좋지 않으면 함께 걱정하고, 밝은 모습이면 함께 행복해 하게 되었다.

2015년 12월 12일에는 '해남 평화비'가 많은 군민들의 참여 속에 전남에서 1호로 해남공원에 건립되었다. 병원과 집을 오고 가던 할머니는 2016년 5월 17일 오후 96년간의 이 땅에서의 삶을 마치셨다.

그 분의 1주기 추모일이 다가온다. 할머니가 계시지 않은 지난 1년은 우리에게 할머니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금 깨닫게 했다. 할머니는 정말 소중한 인연들과 삶의 진리를 우리에게 확인시키고 떠났다. 회의와 행사로만 만나는 사람은 얻기 어려운 진실하고 든든한 동지들을 만들어 주었고 그토록 엄청난 아픔을 간직하고 살아 온 할머니도 사랑의 힘으로 치유받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기적을 확인시켜 주었다. 사랑으로 만들어가는 해남이 되길 소망해 본다.

새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더 늦기 전에 '12.28 한일합의'를 무효화하고 '일본군성노예제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힘써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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