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1위에 가려진 가정위탁 1위

▲ 일반 위탁 세대인 이종진씨 부부와 두 딸의 모습이 행복하기만 하다.
▲ 일반 위탁 세대인 이종진씨 부부와 두 딸의 모습이 행복하기만 하다.
▲ 지난 11월 9기 위원회 최종보고회를 갖고 있는 해남군청소년참여위원회.
▲ 지난 11월 9기 위원회 최종보고회를 갖고 있는 해남군청소년참여위원회.
 
 

해남은 전국적으로도 출산율 1위 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전남 22개 시·군 가운데 가정위탁에서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먹튀 논란에 원정 출산 논란은 뒤로 하더라도 출산율 1위 도시 해남이 역설적으로 가정해체 위기상황에 가장 많이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전라남도가정위탁센터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으로 해남에서 친부모와 생활하지 못하고 위탁보호를 받고 있는 아동은 140명에 이르고 있다. 이는 전남 전체 1204명 가운데 12%를 차지하는 것으로 22개 시·군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이다.

140명 가운데 부모의 이혼이 54%인 76명으로 가장 많았고 부모의 별거나 가출이 28명, 친부모 가운데 한명이 사망한 경우가 15명, 부모의 실직과 빈곤이 14명을 차지했다. 또 학대와 방임이 2명, 부모가 모두 수감된 경우도 1명이었다.

이들을 시설로 보내지 않고 다른 가정에서 보호하고 양육해 건전한 사회인으로 자라나도록 하고 가족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로 가정위탁제도이다.

가정위탁은 혈연관계가 전혀 없는 일반 가정에서 보호를 받는 일반 위탁, 고모나 이모 등 친인척에게 맡기는 친인척 위탁, 조부모와 함께 생활하는 대리양육위탁으로 나뉜다.

해남에서는 일반 위탁이 1세대에 3명, 친인척위탁이 14세대에 19명, 대리양육위탁이 97세대에 118명으로 전체의 84%가 조부모와 생활하고 있는 셈인데 인식부족과 지원부족 등의 이유로 일반 위탁은 거의 없고 사실상 가정위탁 대부분을 조손가정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실적인 지원, 사회인식 개선 필요

66살 이종진 씨는 목사인 아내와 함께 슬하에 3남매를 두고 있지만 친자식외에도 성이 다른 3남매를 키우며 16년째 함께 생활하고 있다.

친부모가 이혼해 어렸을 때부터 뿔뿔히 헤어져 지내던 이들 남매의 소식을 접하고 모두를 가정으로 데려와 10여년전부터는 고향인 해남에서 같이 생활해왔다. 2명은 이제 어엿한 대학생이 됐고 막내는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서울에서 개인택시를 25년 해왔고 안산에서는 목사인 아내와 함께 교회를 개척했으며 이제 고향으로 내려와 교회생활을 하며 부족한 생활비는 택배 일을 하며 충당하고 있다.

가정위탁을 하면서 정부에서 이들 3남매를 위해 지원되는 지원금은 한달에 모두 95만원. 그것도 첫째가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돼 생계비를 포함한 액수이다. 다행히 대학에 다니는 두명은 복지 재단 등에서 장학생으로 추천을 해줘 학비에는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왜 남의 자식을 키우냐는 편견에다 친부모가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이 미성년자였을 때 통장 개설이나 휴대폰 개통도 제대로 해줄 수 없었고 행여 아이들이 사고가 나고 다치면 법적으로 책임까지 져야 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키울 수 있었던 원동력은 종교와 사랑이었다.

이 씨는 "하느님의 뜻이어서 한 일이지 하느님의 뜻이 아니었다면 할 수 없었을 것이었다"며 "나를 아빠라고 따르며 지금까지 아무 문제 없이 잘 자라주었고 막내의 경우 성인이 되면 자신의 성을 이씨로 바꾸겠다고 해 감사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현재 가정위탁 세대를 위한 지원제도는 위탁아동 1인당 양육비 월 12만원~15만원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수급자 선정기준에 따른 생계비·의료비·교육비 지원, 상해보험료 지원, 전세자금 지원, 아이들을 위해 정부에서 한달에 4만원을 적립해주는 디딤 씨앗 통장 지원, 심리치료비 지원 등이 있다.

그러나 당장 먹고 살고 생활하는데 많은 돈이 필요하지만 양육비와 수급비 등을 합쳐 많아야 1인당 50만원이 지원되는 셈인데 사실상 아동 양육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고 조손가정의 경우 경제적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데다 건강 등의 이유까지 겹쳐 가정 전체가 위기에 처할 위험이 더 높은 현실이다.

이에 따라 선진국처럼 가정위탁이 활성화하고 특히 조손 가정보다 일반가정 위탁이 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양육비 인상 등 현실적인 지원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는 지자체에 복지를 미루고 지자체는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미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전라남도가정위탁지원센터 관계자는 "정부 지원금을 조정하고 아동이나 위탁가정의 특성,경제적 형편을 고려해 지원금을 차등해 지원하는 등 현실적 대책이 필요하며 특히 위탁아동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자체의 세분화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해남군이 출산율 1위만 내세워 여기에 모든 대책을 쏟을 것이 아니라 이제 가정위탁에도 관심을 돌려 보다 많은 지원과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힘써야 할 때이다.

청소년 위한 조례 언제쯤 나올까

해남에는 청소년 관련 조례가 어떤 것이 있을까? 해남군홈페이지 자치법규 시스템에서 청소년 조례를 검색해봤더니 해남에는 청소년 육성위원회 운영 및 지도위원 위촉에 관한 조례와 황산 청소년 문화의 집 관리 및 운영 조례, 청소년 상담복지센터 운영 조례 등 3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라남도 22개 시군에서 각 시군마다 평균 6건 정도인 120여건의 청소년 조례가 있고 광주광역시에만 44건의 청소년 조례가 있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저조한 상황이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할 수 있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조례는 강진군과 곡성군, 광양시, 나주시, 목포시, 순천시, 여수시에서 제정해 시행하고 있고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 및 증진 조례는 목포시와 여수시에서 시행하고 있지만 해남군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해남군과 군의회는 "정부에서 하고 있는데 굳이 군에서도 해야 하느냐" "다른 지자체에서도 시행하지 않는 것을 왜 나서서 해야 하느냐" "하고 싶어도 예산이 문제다" 등의 반응이다.

청소년 정책에 대한 한계를 스스로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에만 1000억원의 예산을 다 쓰지 못해 불용처리된 상황에서 예산 타령만 하고 있는데다 이렇게 청소년 정책이 겉돌면서 해남에서 학교 밖 청소년이 몇 명이고 어떻게 생활하는지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청소년이 몇 명이고 이들이 제대로 임금을 받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알아서 관련 조례를 만들어 줄테니 군의원들이 제발 발의만이라도 해줬으면 한다는 반응이다.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정책을 직접 만들어보고 실제 청소년 정책에도 활용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해남군 청소년참여위원회.

올해 8기째가 구성됐는데 여기에 참여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다. 지난해 7기에서 각 학교에서 추천받은 청소년 17명으로 구성된 청소년위원들이 논의를 거쳐 군내 길거리와 관광지 외딴 지역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는 지역을 청소년들이 방문해 청소하고 전후 비교 영상을 올리면 봉사활동을 1시간 인정해주는 제도와 면 단위 청소년들을 위해 버스 막차가 끊긴 시간대인 저녁 7시부터 밤 11시 사이에 청소년증을 제시하면 택시요금을 할인해주는 제도가 제안됐다.

지난해 11월 군 관계자와 군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최종보고회까지 열었는데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이 제안이 어떻게 됐는지 청소년위원 누구도 그리고 이 사업을 위탁해 추진하고 있는 관련 청소년 단체 관계자 누구도 알지 못하고 있다.

해남군에 문의했더니 "봉사활동 인정은 추진하기로 했고 택시요금 할인은 예산이 필요한 문제라 관계부서에서 논의중이다"고 말했다.

홍보도 없고 답변도 없고 반응도 없고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는 청소년 조례, 청소년 정책. 이것이 해남군의 현실이다.

해남군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윤영신 센터장은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조례와 청소년 인권 조례는 해남의 상황에서 반드시 필요한 조례다"며 "지금이라도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토론회나 논의를 거쳐 하루빨리 조례가 제정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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