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과 지식이 부족했던 시대에 서양의 동양에 대한 동경이나 호기심은 문학이나 예술로 표현되었다. 그러나 대항해시대를 거치면서 세력을 확장하고 패권을 장악한 서구세계의 인식과 태도에는 자신을 주체나 정상으로 보고 동양을 비정상으로 규정하는 '서구우월주의'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이 자리 잡았다. 팔레스타인 출신 문명비평가 에드워드 사이드는 1978년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저서에서 본래 오리엔탈리즘은 신비주의 혹은 낭만주의와 결합한 감성적 단어에 가까웠지만 서양이 동양을 식민지화하는 과정에서 서구의 우월의식이 끼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와 대척점에 있는 옥시덴탈리즘(Occidentalism)이라는 용어는 산업혁명의 비인간적인 행태에 대한 당시 서구지식인들의 비판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옥시덴탈리즘은 서양의 자본주의나 물질주의는 천박하고 퇴폐적이며, 공동체를 파괴하는 비인간적으로 동양의 높은 수준의 정신문명에 미치지 못한다고 보는 시각을 뜻한다.

반자본주의, 반세계화, 알카에다나 IS(이슬람국가)와 같은 종교적 극단주의도 옥시덴탈리즘에 연원을 두고 있는 셈이다. 지구상의 전쟁이나 빈곤, 환경오염이 서구세계의 탓이라고 판단하고 그 대표 주자로 미국을 손꼽는다. 2001년 9·11테러는 이의 극단적 표출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미국 내의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비판이나 소수자나 유색인종에 대한 관용이 사라지고 자존심에 상처 입은 미국의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전쟁으로 이어지는 피의 보복을 불러왔을 뿐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사드배치를 계기로 동서양의 대표적 강국인 중국과 미국이 한반도를 무대로 충돌하고 하고 있다.

지구상의 벌어지고 있는 분쟁과 갈등, 한반도에 드리워져 있는 전쟁의 먹구름을 해소하고 평화와 공생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첫째 옥시덴탈리즘에 기반한 정치세력에 대한 이해와 대화가 필요하다. 서구사회를 향해 빈발하고 있는 테러사건의 행위자들은 서구사회에 대한 적대감에 종교적 가치를 부가해서 테러는 범죄행위가 아닌 종교적 성전이나 순교자적 희생으로, 선과 악간의 전쟁으로 포장하여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 하고 있다.

자유시장과 자본주의에 대한 낙관적 믿음과 무한질주의 폐해에 대한 외면, 상대가 소중히 여기나 정신이나 가치에 대한 무지와 편견은 갈등과 분쟁의 악순환을 불러올 뿐이다.

둘째 선민사상이나 민족우월주의는 배타성과 폐쇄성의 극단으로 치닫기 때문에 평화를 가져 올 수 없다. 국가공동체 내에서 특별한 지역이나 계층들의 선민사상, 동양에서 중국의 중화사상이나 일본의 메이지유신 기부터 지속되어온 탈아입구의 이율배반지향이나 우경화의 흐름은 또 다른 자기민족 우월주의이다. 다양성과 공생을 추구하는 열린 민족주의가 사라진 공간에는 갈등과 대립, 전쟁의 위험이 자리 잡게 된다.

대통령선거 후보 토론회에 우리가 지향해야할 가치나 5년 후, 10년 후 미래를 상정하고 공존하는 방법을 묻기보다는 같은 민족을 두고 주적논쟁에 이어 사전내통 논쟁을 벌이면서 과거로 회귀하는 현실은 씁쓸하다. 동서양의 대표주자의 이해관계 충돌현장인 이 땅에 남북 간의 극한충돌 까지 더해진다면 우리의 미래는 100년 전 역사의 도돌이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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