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고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지정된 날. 그런 의미를 담아 이 날을 '역지사지의 날'이라고 부르고 싶다.

장애인의 날에 제37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이 해남 우슬체육관에서 열렸다. 전남 각지에서 해남을 방문한 장애인들은 주차장에 마련된 다양한 부스 체험에 참여키도 하고 기념 공연을 관람하며 그들만의 날을 누렸다.

이날 기념식 취재를 위해 9시 40분쯤 우슬체육관을 방문했다. 많은 인원이 몰리면서 우슬체육관의 좁은 복도는 오가는 장애인과 관계자들로 가득했다. 주최측과 군 관계자들이 행사장 안내와 관리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기념식 이모저모를 촬영하다가 여자 화장실에 가니 휠체어를 탄 장애인과 도우미가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보였다. 우슬체육관은 오래돼 화장실 내부가 좁은 편인데 휠체어 때문에 기다리는 공간이 꽉 차버려 움직이기조차 힘들었던 것. 여자 장애인화장실이 별도로 있었지만 알지 못했다고 한다. 또다른 남자 장애인은 체육관 정문에서 남자 장애인 화장실을 찾지 못해 기자에게 길을 물어 안내해드리기도 했다.

우슬체육관 정문에서 오른쪽으로 향하면 여자 장애인 화장실, 왼쪽에는 남자 장애인 화장실이 있고 남녀공용 장애인화장실 두 곳도 체육관 뒤쪽에 마련돼 있다. 하지만 시설 전체 안내는 정문 양측 계단 옆에만 부착돼 있다.

이 때문에 주차 공간이 넓어 장애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오른쪽 쪽문 위치에서는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어렵다. 더군다나 자주 방문하지 않는 생소한 곳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많은 장애인들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됐던 만큼 화장실 안내문을 부착하는 작은 도움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내가 장애인이라면'을 전제로 한 번 더 생각해봤으면 어땠을까. 열심히 준비한 모습이 보인 만큼 아쉬움이 남는다.

오는 5월 10일부터 12일에는 전남 장애인체육대회가 개최된다. 현재 우슬체육관을 비롯한 많은 체육관은 정지 점자블록 몇 개만 설치돼 있고 장애인 화장실에는 청소도구가 어지럽게 놓여있기도 한 상태다. 경사로를 매끄럽게 다듬지 못해 턱이 있는 구간도 있다.

다행히 군은 경기장 13개소에 점자블럭을 새로 설치하고 장애인손잡이, 난간대와 경사로 등을 마련하는 등 장애인들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겠다며 계획을 세웠다. 숙박업소 3곳과 음식점 6곳에도 장애인편의시설을 설치키로 했다.

계획을 세웠으니 어떻게 설치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내가 휠체어를 타고 이동한다면, 내가 앞이 보이지 않는다면, 내가 말을 할 수 없다면 체육대회 참여와 편의시설 이용에 어떤 불편함이 있을지 먼저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해남을 찾은 장애인들이 좋은 기억을 안고 갈 수 있도록 역지사지의 시각으로 준비에 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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