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순함을 표상하는 백목련꽃.
▲ 청순함을 표상하는 백목련꽃.

하얀목련이 필 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 봄비 내린 거리마다 슬픈 그대 뒷모습~.

목련과(Magnoliaceae) 목련속(Magnolia)의 종들은 좀 복잡하다. 목련(木蓮)이란 한자 그대로 '나무의 연(蓮)'이라는 뜻으로 연꽃모양 비슷하게 보였나 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두툼하고 매끄러운 목련종은 중국 원산 백목련이다.

꽃이 피기 직전에 꽃봉오리를 채취하여 그늘에 말린 후 약재로 쓰면 진통과 소염 효능이 있고 코 막힘, 축농증 등에 좋다. 최근에 "아줌마들을 창업 사장으로~"라는 모토로 붐이 일어난 꽃차에서 차의 재료로도 인기가 좋다.

우리 동네는 잎이 더 가늘고 퍼지는 목련종 밖에 없었다. 초등학교 교정에도 목련이 피었을텐데 기억 속에는 없다. 군대 가기 전 정원화단을 만들 때 큰아버지 댁에서 얻어온 작은 목련 한 그루를 심었던 기억이 시작이다.

내가 좋아하는 가곡 중의 하나가 '목련화'이다. 젊은 청년의 가슴을 뛰게 했던 오토피아(Oughtopia) 이론의 창시자이자 경희대 설립자이신 조영식 박사님이 작사하고 김동진 씨가 작곡한 가곡이다. 그분이 별세하신 날, 아내와 찾아간 경희대 교정의 목련들은 바짝 말라 봄은 멀었지만, 내 가슴에 세계시민사회를 꿈꿨던 박사님의 이상이 목련꽃처럼 활짝 피었다.

대학원 다닐 때 우리 대학원은 서울대 법대 건물 3~4층을 빌려 썼다. 과제도 많고 공부할 것도 많아 저녁 늦게까지 스튜디오에 남아 있었다. 11시가 넘으면 수위 아저씨는 어김없이 1층 현관문을 잠근다. 새벽에 우리는 1층 화장실 문을 열고 몸을 뺀 다음 나무줄기를 타고 밖으로 나와야 했다. 그 나무가 백목련이었다.

백목련이 일조량에 민감함을 그때 알았다. 우리가 밟고 오른 목련은 한강 쪽을 바라보는 건물 북쪽에 있어 항상 그림자가 졌다. 반면 건물 앞쪽은 관악산을 바라보는 남향이었다. 두 곳의 꽃피는 시기는 거의 2주 차이가 났다.

지금도 여름이 가고 가을의 문턱에 접어들 때마다 목련꽃 그리운 첫사랑의 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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