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옥(해남공고 교사)

 
 

근대화를 향해 달려온 지난 50여년간 농업은 홀대만 당했다. 정부는 농업인구 줄이기에 혈안이었다. 아예 농업청산이 정부의 구호라고 해도 무방할 지경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농사는 천하지대망이었다.

어려움 속에서도 새 길을 찾아보려는 노력들이 시도되기도 했다. 체험형 농업이나, 관광형 농업, 생산에 가공을 더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노력들이 부분적으로 시도되었다. 온라인 판매망을 잘 짜고 적정규모의 생산시설을 갖춰 성공한 농업인의 사례도 있다. 최근엔 정보기술을 농업에 결합시키는 사례들도 있다고 한다.

관광산업과의 연계나 수익이 될 만한 기존의 모델은 그대로 벌이고 또 찾아야겠지만 사정이 어렵다고 일시적 홍보나 사탕발림으로 외지인들을 유치하여 대박을 낼 것이라는 기대는 오래갈 수 없다. 군이 농산물 수출길을 열기 위해 팀을 짜고 노력해서 새 길을 열어보길 제안한다.

생산기술을 개발하고 새 작물을 재배해 농업부가가치를 올리는 일은 물론 중요하지만 국내 수요가 제한된 상황에서 새 돌파구로 농산물 수출의 길을 찾아볼 수 있다. 몇 년 전 해남에서 백합이나 카네이션을 수출한 사례도 있다.

세계화가 진척되고 온라인의 연결이 폭발적으로 확대되는 지금 수출입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농수산물은 그 품질에 따라 가격의 차이가 심하다.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좋은 품질의 농산물이라면 높은 가격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있다. 특히 친환경 생산물이라면 더욱 그렇다. 세계적 흐름이다. 거리가 아무리 멀어도 수송비의 한계도 극복할 수 있다. 좋은 품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면 세계적 판로도 열리는 세상이다.

해안선이 긴 해남에서 생산되는 각종의 수산물도 판로를 뚫어 새 길을 찾아보아야 한다. 소규모 혹은 중대규모의 농수산물 수출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전국적으론 상당히 있다. 이들과의 연결을 통해 생산과 수출의 길을 찾아나서면 길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중앙 정부가 앞장 설 일이지만 중앙이 기대난망이라고 해서 지역까지 손 놓아선 안된다. 군청 내에 농수산물 수출부서를 만들고 중요 인력을 배치하여 수출의 길을 열려는 시도는 새 길을 열수 있다.

그간 군수들은 건물 짓는 삽질에만 애를 썼고, 공사비 중 떨어지는 떡고물에만 관심을 쏟았다. 건물이 세워지고 나면 자신의 치적이라고 차기선거를 위한 선전물을 돌렸을 뿐이다. 결과는 구속과 공백뿐이었다. 범죄가 덜미를 잡히지 않는다 하더라도 군민들과는 별 관심 없는 사업들, 그렇게 건물만 세워놓고 수익을 내기는커녕 건물관리마저 되지 않는 곳도 많았다.

군수는 공백이지만 또 그 자리를 진출하려 준비하는 후보들은 많을 것이다. 제조업 자체가 흔들리고 붕괴하는 세계적 상황에서 너나없이 제조업에만 매달리는 건 지역경제에는 별 보탬을 가져오지도 못하고 환경오염만 남겨놓을 공산이 크다.

지금부터 농수산물 수출을 위해서 어떤 팀과 노력이 필요한지 공부하고 준비해보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자영업자의 몰락, 비정규직의 증대, 제조업의 어려움이 심해지는 요즘에는 농촌이 어렵다는 호소는 누구도 귀담아듣지 않게 되었다. 군민의 다수가 농어업에 종사하는 해남의 살길은 어쨌거나 농수산에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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