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책 쓰레기 행정, 군민의식 실종
군민들만 피해, 앞으로가 더 걱정

<쓰레기 하치장으로 변하고 있는 해남읍 매일시장>

▲ 3월 4일.
▲ 3월 4일.
▲ 3월 11일.
▲ 3월 11일.
▲ 3월 18일.
▲ 3월 18일.

<쓰레기 더미가 쌓여있는 해남터미널 부근 건물 앞>

▲ 3월 4일.
▲ 3월 4일.
▲ 3월 11일.
▲ 3월 11일.
▲ 3월 18일.
▲ 3월 18일.

# 지난 18일 토요일 오후 해남읍 매일시장.

인도와 차도로 쓰여야 할 곳이 거대한 쓰레기 하치장이 되버렸다. 쓰레기를 종량제 규격봉투에 넣어 버려야 함에도 정체 불명의 비닐봉지들이 보이고 아예 까만 봉지에 담겨 버려진 쓰레기들도 보인다. 이렇게 모인 봉투들이 족히 30여개에 이르는데 일부는 쓰러져 나뒹굴고 있고 구멍이 뚫려 쓰레기가 언제 쏟아질지 모르는 것들도 보이는가 하면 음식물쓰레기와 일반쓰레기가 분리되지 않은채 함께 버려지며 쓰레기 봉투에서 침전수가 새 나오는 것들도 눈에 띈다. 파리가 날리고 악취가 코를 찌른다. 쓰레기 봉투에 어떤 것들이 버려지고 있는지 살펴봤더니 일반 쓰레기는 물론 굴껍질과 조개껍질, 그리고 상품성이 없어진 것들인지 배추와 무가 수십개씩 통째로 버려지고 있었다.

또 썩은 고구마에서부터 파와 양파 등 채소 뿌리와 껍질도 한 곳을 차지고 있었다. 대부분 시민들이 얼굴을 찡그리고 코를 막고 어쩔 수 없이 쓰레기 더미를 피해, 뒤에서 오는 차들을 피해 위험스럽게 이곳을 지나고 있었다.

'2017년 1월 1일부터 토요일과 공휴일에는 쓰레기를 수거하지 않는다'는 현수막이 뻘줌하기까지 하다.

# 같은 날 해남읍 터미널 부근 4층 건물 앞.

약국과 병원, 빵집과 화장품 가게, 미용실, 피자 가게 등이 밀집한 곳인데 부서진 채 전봇대에 철사로 묶인 '약'이라는 간판 주위에 30여개의 쓰레기 봉투들이 더미를 이루고 있다. 재활용품과 일반 쓰레기들이 함께 섞여서 나뒹굴고 있고 스티로폼과 박스도 보인다. 쓰레기 더미를 이루고 있다보니 지나가던 사람들도 아무 거리낌 없이 이곳에 음료수 캔이나 과자 봉지를 버린 흔적도 있다. 게다가 고장난 소화기까지 이 곳에 버려져 있었다. 병원과 약국이 많아서인지 수십개의 약병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약'이라는 간판을 '쓰레기'라고 바꿔야 할 형편이다.

3월 들어 지난 3주 동안 토요일 비슷한 시간대에 두 곳을 집중적으로 살펴본 결과 쓰레기 양이나 버려진 쓰레기 형태, 주변의 모습들이 큰 차이가 없었다. 이 2곳 뿐만 아니라 해남읍 곳곳이 토요일과 일요일에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실정이다. 시민들의 양심도 길바닥에 버려지고 있지만 행정기관의 적극적인 대처나 단속도 뒷전이다.

해남군은 지난 1월 1일부터 토요일과 일요일에 쓰레기를 수거하지 않기로 하고 토요일과 일요일에 쓰레기를 배출하지 말 것을 지난해 12월부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누구를 위한 5일제 쓰레기 행정인가

쓰레기를 수거하지 않으니 조금 불편하더라도 일요일 해진 후부터 금요일 새벽까지만 쓰레기를 버려달라는 내용이다.

그동안 해남읍 지역의 경우 일반 생활쓰레기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수거하고 음식물쓰레기는 격일로 수거해갔는데 다른 면단위와 근무시간을 통일시키고 주 5일제를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 이렇게 쓰레기 수거 행정을 바꾼 것이다.

해남군 관계자는 "해남읍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들의 경우 다른 면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들보다 근무량과 근무시간이 많아 불만이 있어왔고 청소인력이 부족해 주 5일제 시행을 하고 싶어도 못했는데 지난해 대흥사와 땅끝 관광지에 있던 환경미화원들을 해남읍지역에서 근무하도록 바꾸면서 인력이 충원돼 올해 1월부터 주 5일제를 시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군민들의 참여도와 의식변화가 뒤따라주지 않고 있고 해남군도 시행 석달이 지났지만 뒷짐만 지고 있어 오히려 토요일과 일요일에 해남읍 곳곳에 쓰레기만 쌓이고 있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또 이같은 제도 시행에 대해 상당수 환경미화원들도 반기지 않고 있고 일부 군민들도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매일시장에서 노점을 하고 있는 한 상인은 "매일 하루하루 야채나 어패류를 다듬어서 바로 팔고 있는데 쓰레기를 따로 쌓아둘 곳도 없고 냄새가 나면 손님들이 오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금요일 저녁이나 토요일에도 쓰레기를 버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터미널 빌딩 근처의 한 상점 상인도 "토요일과 일요일 가게 문을 여는 곳은 매일 매일 나오는 쓰레기를 가게 안에 나두기가 불편하고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문을 닫는 가게는 일을 마치고 밖에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것이 습관이어서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해남읍의 한 시민은 "일부 시민들의 경우 쓰레기가 쌓여있고 가져가지도 않으니 그 곳에 쓰레기를 몰래 버리거나 분리수거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지만 단속마저 이뤄지지 않으면서 악순환이 계속 반복돼 결국 제대로 지키고 있는 시민들만 선량한 피해자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미화원들도 "이틀동안 쌓인 쓰레기를 한꺼번에 치워야 하다보니 월요일에 새벽부터 오후 4시까지 쉬지 않고 치워도 다 소화하지 못해 화요일, 수요일이 돼서야 처리하는 쓰레기도 많다"며 "그러다보니 쓰레기를 빨리 치우지 않는다는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고 엄청난 작업량에 해남읍에서 일하기 싫다는 환경미화원들도 많다"고 호소했다.

또다른 환경미화원은 "주 5일제 시행을 위해서라지만 사실 환경미화원들에게 지급되는 초과수당을 없애 예산을 줄이기 위해 시행된 측면이 강하다"며 "이 제도가 시행되면서 전에 보다 월급이 10%넘게 줄어 환경미화원들의 불만이 크다"고 말했다.

다가오는 여름 더 큰 문제 대책은

문제는 3월인 지금도 이 상황인데 앞으로 다가올 여름에는 더 큰 문제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관광객이 차츰 늘면서 쓰레기 발생량도 더 늘 것이고 쓰레기 처리도 더 빨리 이뤄져야 하지만 지금처럼 문제가 반복된다면 올 여름 해남은 도심 곳곳이 악취에 시달리고 쓰레기 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해남군은 제도 시행 후 석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당초 기대한대로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문제점이 발생했고 어떤 보완점이 필요한지 등에 대한 평가를 단 한차례도 가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제도만 시행하고 사실상 뒷짐만 지면서 올들어 쓰레기 불법 투기 등에 대한 과태료 부과도 한건도 없는 실정이다.

한 환경미화원은 "해남군이 환경미화원들과 어떠한 대화나 협의도 없이 그냥 통보하는 식으로 제도를 시행하더니 민원과 문제점이 제기되자 지금은 좀 더 지켜보자며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지금이라도 환경미화원이나 주민들과 대화를 하고 중간평가 등을 거쳐 여름이 오기 전에 보완점이나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남군 관계자는 "그동안 홍보와 계도 위주로 접근을 하다보니 주민들 실생활에 깊숙히 파고들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며 "현재도 장날과 토요일이 겹치면 해당 날에는 일부 근무를 하도록 하고 있는데 앞으로 여름에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을 위해 군민들이 솔선수범해 쓰레기 배출시간을 잘 지키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지만 누구는 지키고 누구는 지키지 않은 상황에서 행정기관마저 손을 놓고 있다면 제도가 정착될리 만무하다.

특히 곳곳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해남군이 현장의 목소리를 잘 경청하고 의견을 모아 제도 정착이나 제도 보완을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적극적인 행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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