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를 넘어 더욱 심화된 빈곤문제

 
 

| 싣는순서 |

1. 베이비붐세대의 은퇴와 고령사회 진입
2. 노후파산의 요인
3. 노후파산과 노년케어의 문제
4. 일본 - 2025년 문제
5. 노후파산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

"법률과 관습에 의하여 인위적으로 문명의 한복판에 지옥을 만들고 인간적 숙명으로 신성한 운명을 복잡하게 만드는 영원한 사회적 형벌이 존재하는 한, 빈곤으로 말미암은 인간 존엄성의 훼손과 기아로 인한 여인의 추락과 무지로 인한 아이의 지적 발육 부진 등, 금세기의 이 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어떤 계급에 사회적 질식이 가능한 한, 그리고 더욱 넓은 견지에서 말하자면, 지상에 무지와 빈곤이 존재하는 한, 이 책 같은 종류의 책들도 무익하지는 않으리라" 1862년 빅토르 위고는 레 미제라블의 서문에 이렇게 썼다. 빅토르 위고가 꼽았던 세 가지 문제는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았고 더욱 악화되고 심화된 상태로 세기를 넘어서 존재하고 있다.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은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최근 일본에서는 '로우고미제라블(老後ミゼラブル)' 이라는 용어가 유행이다. 고령사회에 본격적으로 들어서면서 노년의 비참한 생활 상태를 표현하는 말로 '노후파산', '하류노인', '노후난민' ,'노인표류사회' 등의 비슷한 신조어가 등장했다.

세계의 대표적인 장수국가인 일본에서 만들어진 '노후파산' 이라는 용어가 우리나라에서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평균수명의 증가로 도래한 장수사회에 빈곤과 질병으로 의식주 모든 면에서 자립능력을 상실한 '노후파산'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이러한 노년의 비참한 삶은 평범한 삶을 살아왔던 사람들이 노후 생활자금의 소진이나 질병, 자녀로 부터 부양받기보다는 자녀가 경제적으로 독립을 못해 오히려 부양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발생된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상황에서 2020년 이후 고령화율의 급상승과 급격한 사회 경제변화에 대비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 노후파산(老後破産)의 문제

노후파산은 '노후에 생활이 곤궁하여 파산상태에 놓여 있는 노인'을 나타내는 말이다. 좀 더 구체적인 상태로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지 않으면 생활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 즉 생활이 파산상태에 놓여 있는 것을 말한다.

일본의 경우 2014년 기준 약 200만명의 노인이 노후파산 상태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미 65세 이상 노인이 3000만명을 넘어섰고 그중에 독거노인이 약 600만명에 이른다. 독거노인의 절반 가량이 빈곤상태에 놓여 있으며 여기에서 생활보호를 받고 있는 사람 70여만명을 뺀 약 200만명이 노후파산의 상태이며 대부분은 자신의 연금에 의지하여 근근이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연금의 감소, 질병 등으로 인한 의료나 요양비의 증가, 저축이 거의 바닥난 상태에서 살아가는 노인들은 노후파산 직전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우리나라의 노년 빈곤율은 OECD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노인 2명 중 1명꼴로 빈곤상태에 놓여있다. 전국적으로 인구대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비율은 전남이 4.6%로 전북(5.5%), 광주(4.9%)에 이어 전국 세 번째로 높으며 해남은 4.9%로 전남도의 평균을 상회하고 있다.

수급자 중 65세 이상 비율은 전남 평균이 30.8%, 해남군은 36.9%로 나타나고 있다. 수급자 중에서는 남성은 중년기(46~64세)가 가장 높고, 여성의 경우 노년기(65세 이상)이 가장 높아 특히 여성노인의 빈곤 문제가 심각함을 나타내고 있다.

-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일본의 단카이세대(團塊世代)는 태평양 전쟁 이후 1947년~1949년 3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를 가리킨다. 한 해 출생수가 250만명이 넘어 3년 합계 806만명에 이르는 인구집단이다. 이들이 정년퇴직을 하기 시작한 2012년을 '2012년 문제', 이들이 75세 이상 후기 고령인구가 되는 2025년을 '2025년 문제'라고 하여 사회문제로 받아들이고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전쟁 이후 1955∼1963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는 2010년 추계로 모두 712만명으로 총 인구의 14.6%에 달한다. 이미 시작된 베이비붐 세대의 실업과 은퇴 후 고용문제 등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경제와 사회 전반적으로 적지 않은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은퇴함에 따라 노후를 대비해 충분한 자산을 확보하지 못해 취약계층으로 전락하는 노후파산의 문제, 부동산 가격 하락과 거품 붕괴에 따른 자산가치 감소, 세수 부족으로 인한 정부 재정악화와 베이비붐 세대 이후 세대의 조세 부담 증가, 숙련된 노동력의 은퇴에 따른 대체인력 부족으로 인한 노동생산성·기업 경쟁력 감소 등의 문제가 다발적으로 발생될 우려가 있다.

고령사회로의 진입은 각 개인에게 생활양식과 가족관계, 주거공간의 변화 등을 가져오지만 국가차원에서는 생산과 소비, 국가경제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 우리나라의 고령화 실태

우리에게 일본의 인구구조와 사회변화가 주는 시사점이 중요한 이유는 고령화 문제를 선행하여 가고 있기 때문이다.

65세 이상인구가 7%를 넘어서는 고령화 사회에 일본은 1970년 우리나라는 2000년에 접어들어 30년의 격차가 있었으나 고령인구가 14%가 되는 고령사회는 일본이 1994년 우리나라는 2018년에 접어들어 24년으로 격차가 줄어들었다. 일본이 고령인구가 20%가 넘는 초고령사회에 2006년에 접어들었고 우리는 2026년에 접어들게 되어 20년의 시차를 두고 일본을 뒤따라가게 된다.

우리나라가 일본에 비해 현재 시점에서 고령화율이 상당히 낮은 이유는 일본보다는 늦고 긴 베이비붐 시기와 2000년도까지 일본보다 높은 출산율을 유지하였고, 평균수명은 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이비붐세대가 65세가 되는 2020년부터 급격히 고령화율이 상승하기 시작하여 2060년경에는 일본과 거의 비슷한 고령화율이 39.9%에 이르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2015년 12월 기준 전라남도의 고령화율은 21.1%로 전국최고의 고령화율을 보이고 있다. 해남의 고령화율은 2017년 2월 기준 28.8%이며 군내에서는 계곡면이 43.4%로 가장 높은 고령화율을 보이고 있다. 노후빈곤이나 노년의 건강, 케어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불과 같이 시급한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부양비(생산가능인구(14~65세) 대비 비생산가능인구 비율)의 급증으로 성장동력을 상실하고 저성장의 늪에 빠졌던 일본의 사례는 준비할 시간이나 제도정비가 충분하지 못한 우리에게는 노인 대국 일본의 대책이나 시행착오를 잘 살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