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태탐방로 땅끝길

▲ 문화생태탐방로 땅끝길은 해남의 아름다운 바다를 조망함과 동시에 산자락과 푸릇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이다.
▲ 문화생태탐방로 땅끝길은 해남의 아름다운 바다를 조망함과 동시에 산자락과 푸릇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이다.
 
 
▲ 땅끝길을 알리는 안내표지가 파손된 채 쓰레기에 파묻혀 있다.
▲ 땅끝길을 알리는 안내표지가 파손된 채 쓰레기에 파묻혀 있다.
▲ 동해김치마을을 지나는 코스에 안내표식이 있지만 마을에서 운영하는 수영장을 지나야 해 지나갈 수 없게 되어 있다.
▲ 동해김치마을을 지나는 코스에 안내표식이 있지만 마을에서 운영하는 수영장을 지나야 해 지나갈 수 없게 되어 있다.
▲ 희망길 지도에서는 표기되지 않은 구간에 안내표식이 설치돼 있다.
▲ 희망길 지도에서는 표기되지 않은 구간에 안내표식이 설치돼 있다.

지도와 실제 구간 차이 커
낡고 바랜 표식 관리 안돼

 
 

땅끝길은 해남이 가진 남해안과 산자락을 두루 지나는 길로 총 길이는 43km다. 땅끝길이라는 이름답게 송지면 땅끝마을 맴섬 앞에서 시작되며 북일면 장수마을까지 이어진다.

맴섬 앞에서 통호마을을 지나 사구미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땅끝바닷길(6km), 점재라 불리는 모래미재와 북평면 영전마을을 지나는 점재길(6km), 북평면 안평·묵동·서홍마을을 지나 이진성으로 이어지는 묵동갯길(11km), 신기·차경·동해마을을 지나 쇄노재를 넘고 삼성·흥촌·장수마을까지 이어지는 쇄노재길(18km) 4개 코스가 각각의 이름을 갖고 있다.

1코스인 땅끝바닷길은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다. 시작점인 맴섬에는 문화생태탐방로에 대해 설명한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비릿한 갯내, 알싸한 마늘내 맡으며, 때론 바닷바람에 흔들리고, 따뜻한 남도햇살을 맞이하면서 느리게 걷는 길입니다' 라는 매력적인 문구가 땅끝길을 설명한다.

맴섬에서 땅끝탑 부근을 돌아가는 다른 길과 다르게 땅끝바닷길은 바로 사구미해수욕장 방면으로 향한다. 길을 찾는 것이 크게 어렵지는 않지만 별도의 도보길이 없는 국도를 걸어야하고 갓길이 좁은 구간도 있어 오가는 차량을 주의해야 한다.

조금씩 멀어지는 땅끝전망대를 뒤로하고 통호마을 방면 삼거리에 도착하면 그제서야 땅끝길 안내표지가 나타난다. 다음 안내표지는 땅끝풍경펜션까지 가서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구간은 산자락길만큼이나 안내 표지가 드물게 보인다.

산자락을 끼고 걸으며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은 땅끝바닷길의 가장 큰 장점이다. 멋진 경관 덕분에 기분 좋게 통호마을로 도착했지만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땅끝해남 희망길 지도에는 큰도로에서 해안가로 내려오게끔 표시되어 있었고 안내표지도 세워져 있었으나 방향을 표시하는 부분이 파손된 채 방치돼 있었던 것. 게다가 안내표지 옆에는 쓰레기들이 가득했다.

찜찜함을 안고 해안가를 따라 걸었지만 길조차 끊겨 있었다. 지도상으로는 분명 거쳐갈 수 있게 된 길인데 왜 길이 없을까. 길 근처에 사는 주민에게 지도상 길을 알려달라고 요청하니 아직 연결이 되지 않은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길을 연결한다고 이야기는 있었지만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 같다며 이곳 주민임에도 자세히 모르겠다는 것이다. 결국 왔던 길을 돌아 큰 도로를 통해 사구미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사구미해수욕장의 해송과 모래밭 사이의 수풀길을 걷다가 모래미재에 다다르면 1코스가 끝이다.

2코스는 삼남길과 모든 구간이 겹친다. 점재길또한 사구미마을에서 모래미재를 넘어 북평 영전마을로 향하는 길을 찾을 수 없어 돌아가야 하는 상황. 영전마을에서부터는 안내표지 이외에 화살표로 코스를 안내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으나 오래전 붙여서인지 색이 바래고 코팅지가 떨어져 있는 등 지저분한 모습이 아쉬웠다. 구불구불한 마을길을 따라 안평마을에 도착하면 2코스가 끝이 난다.

3코스는 지도상 해안선을 따라 걷는 길이다. 영전마을에서 안평마을까지는 빛바랜 화살표 표지가 가끔이나마 도보여행자들을 안내해준다. 하지만 안평마을에서 신홍마을로 향하는 구간의 시작점은 안내표지도, 길도 사라져있었다. 삼남길과 같은 구간을 걷다가 두 갈래로 나뉘어 해안가를 따라가는 코스지만, 지도대로 좁은 둑을 따라 걷다보면 표시된 코스와 달리 안평교 부근으로 나오는 형태였다. 또한 이진마을에서 차경마을을 거쳐 신기마을로 향하는 구간은 수풀이 가득한데도 안내 표지가 없어 길이 겹치는 삼남길 표식을 따라가야 했다.

쇄노재길도 험난함은 매한가지였다. 이 구간은 동해리 김치마을을 지나게끔 되어 있다. 마을 내부에는 집 담벼락 곳곳에 안내 화살표를 부착해놓았다. 하지만 문제는 지도상 가리키는 길과 부착된 안내표지에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동해김치마을에서 조성한 수영장 한복판을 가로지르게끔 되어 있고 수영장측에서 길을 막아놓았다는 점이다.

마을길을 돌아 나와 쇄노재를 지나 북일면 장수마을로 향하는 길은 도보길이라 보기에는 어렵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반 국도를 따라 걷는 구간이지만 차량 통행량이 많은데다 도로가 구불구불해 안전상 위험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또한 지도에서는 55번 국도를 따라가게끔 되어있는 구간이 실제 안내표지는 도로 옆쪽 산길에 설치되어 있는 등 중구난방으로 되어 있어 제대로 길을 걸을 수 없었다.

삼성마을과 만월마을로 향하는 구간 또한 길을 찾을 수 없어 결국 자동차로 몇 바퀴를 돌아야 했다. 삼성마을에서 흥촌마을로 향하는 구간은 실제로는 두륜중학교 옆쪽 길을 지나 좌일시장을 거치게끔 되어 있었다. 길 걷기가 아니라 숨은 안내표식을 찾는 여정에 가까웠다.

땅끝길의 마지막 마을인 장수마을에서는 강진군으로 지나는 남도유배길 코스를 만날 수 있었다. 이 유배길 코스는 전체 구간의 안내와 함께 장수마을 버스정류장에 유배길 표식을 설치해놓고 있어 땅끝길과 다소 비교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로 지정되기도 했으며 해남문화원이 문체부의 지원을 받아 2011년 정식 개통한 땅끝길이지만, 현재 특별한 지원이나 보수는 이뤄지지 않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 또한 길을 걸으며 해남만의 '이야기'를 살필 수 있는 기회가 전무하다.

땅끝길은 해안가를 따라 걸으며 아름다움을 한껏 느낄 수 있고 마을을 지나치며 만나는 푸른 배추밭의 시원함도, 산등성이를 바라보며 걷는 호젓함도 얻을 수 있는 구간이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이 묻혀버릴 만한 불친절한 길 안내와 관리되지 않은 길 등의 문제점은 전 구간에 걸쳐 상당한 보완을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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