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잎혹파리나방 피해 30여 년 후의 곰솔숲.
▲ 솔잎혹파리나방 피해 30여 년 후의 곰솔숲.

소나무는 상록침엽수 심근성 대교목이다. (4계절 내내 푸르고 잎이 뾰쪽한 뿌리가 깊게 뻗고 크게 자라는 나무라는 뜻) 중부지방에서 흔히 보는 껍데기가 붉은 소나무는 Pinus densiflora인 적송이다. 학명풀이를 해보면 소나무속의 치밀한(densi) 잎(flora)을 가진 나무라는 뜻이다.

소나무는 '솔'과 '나무'의 합성어이다. 솔은 '수리'라는 순수 우리말로 '우두머리' 혹은 '으뜸'을 뜻하므로 '나무 중의 으뜸'이라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인 소나무는 한민족과 가장 오랫동안 고락을 함께 해온 소중한 향토 자산이다.

바닷가에 위치한 해남은 대부분이 곰솔이고 중부지방에서는 흔한 적송은 참 귀했다. 어쩌다 곰솔 사이에 한 두 그루 서있는 적송을 그래서 '참솔'이라 불렀다.

30여 년 전 군대에 입대할 때 쯤, 해남의 소나무들은 솔잎혹파리나방으로 몸살을 앓았다. 이때 거의 베어져 팔려나갔고 그때 마침 산판에서 아르바이트 하다 허리가 삐끗해 아직도 뻐근하다.

그 당시 나는 소나무 아래에 움츠려 있던 참나무류들이 해를 가리는 소나무를 베어냈으니 빠르게 자라나 산을 덮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생각과는 달리 떨어진 씨가 자라 더 빽빽한 곰솔숲이 되었다.

초등학교 때 고열로 학교를 못가고 사랑방에 누워 있었다. 어머니가 중발(대접)에 무언가를 가득 떠 오셔서 먹여 주셨다. 솔향이 나면서 너무 달지도 않은 시원한 음료수였다. 다름 아닌 참솔 음료수, 지금 용어로 솔잎효소다.

참솔의 다른 용도는 송편을 찔 때 바닥에 깔아 솔잎향이 배게할 때도 썼다. 그러나 솔잎향이 워낙 강해 향이 없는 시누대(이대) 잎을 대신 사용하기도 했다.

우리 초등학교 땐 송충이 피해가 많아 방과 후에 10마리씩 잡아 학교에 제출했다. 송충이는 한문으로 벽라(碧羅)라고 한다. 비단처럼 우아한 털을 가졌으나 몸에 닿으면 벌겋게 붓고 가려웠다. 이때마다 등장하는 만병통치약 아까징끼(머큐로크롬액)….

얼마 전 아까징끼를 발라주었던 그 친구와 서울 성북에서 만나 소주한잔 하면서 어린시절 나의 생태선생이었던 소나무를 그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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