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인기(해남지역자활센터 관장)

 
 

봄을 알리는 입춘이 지난지 한 달이 되고 모레면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어서 이제 생명이 움트고 희망이 솟아나는 봄이다.

사람들은 봄은 왔지만 봄같지 않을 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고 한다. 이 말은 꽃샘추위 등 비정상적인 자연현상을 말하지만 어떤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마음이 겨울 같다는 사회현상에 대한 비관적인 의미로도 쓰인다. 금년 봄은 춘래불사춘이 아닌 진정한 희망을 가져오는 봄이 될 것인가?

본래 3·1절은 대한민국의 출발을 기리는 국경일로 올해 3·1절은 3·1운동 98주년이다. 3·1운동으로 나라 이름을 '대한민국'으로 한 임시정부가 상해에 수립되었다. 여기에서 '민국(民國)'은 백성의 나라 오늘날의 의미로 주권재민의 민주공화국을 나타낸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대통령 탄핵정국으로 탄핵과 나라 바로 세우기를 요구하는 위대한 촛불집회와 탄핵을 반대하는 이른바 '태극기 집회'가 이날 서울의 도심에서 열렸다. 태극기가 이렇게 이용되어도 좋은지 모르겠다.

이번 3·1절을 맞아 국민이 국가의 주인노릇을 제대로 하고 국가는 제역할을 하고 있는가 생각해 본다. 국민이라 통칭하지만 국민 모두가 하나일 수 없고 생각이나 이해관계에서 다양성을 가지는 것이 민주공화국이다.

최근 나이 드신 분들이 행동대원으로 나선 탄핵반대 세력이 자칭하는 보수는 원래 소중한 가치를 지닌 좋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 보수는 레드 콤플렉스와 엘리트주의를 기반으로 우리사회의 주류와 기득권세력의 권력과 이권을 극대화하여 대다수 국민의 삶을 어렵게 하고 나라를 망치는 세력의 구호가 되었다. 이는 탄핵정국 속에서 보여준 국정농단 비선실세와 최고위 공직자들과 재벌들의 모습에서 여실히 확인되었다. 한국사회에는 '진정한 보수'는 없고 '짝퉁 보수'만 있다.

대다수 국민들은 살기 어렵고 힘든 게 현실이다, 청년들의 형편은 더욱 심각하다. 요즈음 대학 졸업생들이 취직공부를 하거나 백수여서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아 어느 대학은 졸업생의 3분의 1이 졸업장을 택배로 받는다고 하니 씁쓸하다. 취업준비생이 1년 전보다 4만명이 늘어 60만9000명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 역사에서 잘못된 세상을 바꾸는 힘은 늘 청년에게서 나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앞날이 걱정스럽다. 그럼에도 대통령과 정부당국은 흙수저라 탓하지 말고 헬조선이라 말하지 말고 그저 '노오∼력하라'고 채근대기만 한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판결이 곧 있을 것 같다. 대통령과 비선실세의 국정농단과 이에 대해 분노하는 다수 국민들의 촛불혁명을 볼 때 탄핵이 이뤄질 것 같다. 빠른 시일 안에 대통령 선거가 치러져 새정부가 들어서고 정권교체만이 아닌 사회경제적 개혁을 통하여 나라를 바로 다시 세워야 한다.

요즘 해남사람들은 나라 돌아가는 꼴과 해남의 상황이 닮았다고 답답해한다. 우리 해남에도 군수의 공백으로 인한 군정의 파행이 오래 지속되어서는 안된다. 군수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과는 별개로 해남군과 해남군민을 위해 사퇴해야 한다. 사퇴만이 공직자인 군수로서 책임지는 모습이다. 군민들도 마냥 인간적인 연민이나 동정심에 빠져 조용히 있어서는 안된다. 대법원의 신속한 판결을 요구하는 서명운동 등 전군민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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