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옥(해남공고 교사)

 
 

박근혜! 이제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붙어주기도 어렵다. 탄핵 여부에 관계없이 그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범죄자일 뿐이다. 그의 어떤 정치적 언술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정치적 좌, 우 입장이나, 배운자 못 배운자, 정치에 관심 없는 시골의 촌노들도 그의 발언엔 분노만 할 뿐이다. 범죄도 손 작은 도둑이 아니라 나라의 기둥인 헌법질서를 부정하고 농단했으니 내란수괴에 해당한다는 규정이 장난이 아니라 내용적인 규정에 근접한다.

지난 연말부터 폭발하는 민심의 분노를 읽는 관점은 여러 가지다. 경제가 IMF 때보다 더 어렵고 청년들 대다수가 취업하지 못하는 막막함이, 그 속에 공고하게 내재된 차별의 질서가 원인이고 그간의 정치가 쌓고 해결하지 못한 각종의 적폐들이 분노의 원인이다는 사회과학자 정치가들의 분석은 물론 타당하지만, 그런 사회적 분석보다 사람들이 더 화나는 대목은 그의 뻔뻔함이다. 경제적 곤궁이나 정경유착, 권력의 사유화와 농단은 전부터 있어왔던 문제이고 사람들 마음 속에선 조금씩 포기하는 대목도 없지 않았다.

사람들이 가장 화나는 대목은 그의 딴소리다. 탄핵국면 이전부터 그의 말은 처음부터 끝까지 잡아떼기, 거짓말, 딴소리하기였다. 사람들은 거기에 유체이탈화법이라고 이름 붙였다. 불리한 정황에서 사실을 말하거나 교묘하게 거짓말을 하는 정도가 아니다. 그는 아주 갑자기 달나라에서 온 사람처럼 말한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거짓말을 추궁하는 사람에게 달나라 이야기를 하는 건 사건과 본인과는 아무런 관련이 있을 수 없다는, 질문하는 자가 한참 모르거나 잘못 알고 허튼 소리한다는 꾸중이다. 논리적 맥락을 무기로 서로 대등하게 대화하는 게 아니라 그의 말을 참고 들어주는 피해자를 무시하는 꼴이다. 눈앞에서 대놓고 '너희들 따위야 아무것도 아니야', 이 말이 그의 화법에 내재된 차별적 본질이다. 꾸중 들어야 할 이가 근엄한 자세로 꾸중을 하는데 복창터지지 않을 사람은 없다. 그의 악행 보다 사람을 열 받게 하는 대목은 이 지점이다.

재심에서 형이 확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군수 사퇴 없이 상고를 저지른 박철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법원 상고심에선 형량을 다루지 않는다. 기소와 재판 과정에서 증거를 잘못 적용했거나, 피고에 적용되어야 할 법률이 아닌 딴 법률을 적용했는가의 여부만 판가름 할 뿐이다. 그의 감형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것을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진데 그는 상고를 감행한 것이다. 피해자인 군민들, 어렵고도 어려운 군정은 안중에도 없고 대법판결의 시간 동안이라도 군수직을 유지하는 게 실오라기 만큼이라도 자신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군민들이 안중에 없는 정도가 아니라 너희들이 잘못이라고 약을 올리는 꼴이다. 시쳇말로 군민들은 개무시를 당하고 있다.

1심 선고 이전에도 재판에서 이긴다는 소문을 만들어가며, 2심이 확정되기 전까지도 그는 무죄, 군수직 유지 판결이 날거라며 민심조작에 열심이었다. 그 땐 동정심을 보이는 이들도 몇은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누구보다 본인이 그게 아니란 걸 더 잘 안다. 다 떠나서 군정의 공백을 걱정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 일이다.

대통령도 없이 군수도 없이 속 터지는 세월을 견뎌야 하는 군민들만 쓸쓸하다. 을씨년스러운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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