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고 했다. 농업은 천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큰 근본이라는 말이지만 요즘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 되고 있다.

정부의 양곡정책에 대해 농민들은 불만을 토로하며 반대하고 있다. 농민들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다른 대안을 찾으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근본적인 문제는 보지 않고 근시안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유례없는 쌀값 폭락은 농민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줬다. 피땀 흘리며 농사지은 쌀이 헐값에 팔리고 있으니 허탈함뿐이었다. 떨어진 쌀값은 올라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정부는 공공비축미에 지급했던 우선지급금을 환수하겠다고 나섰다. WTO 협정으로 인한 농업보조총액인 1조4900억보다 변동직불금으로 지급해야할 금액이 많아 일부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현실이 되어버렸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환수 정책 철회를 외쳤지만 변동직불금 지급과 연계해 환수하고 농협직원이 카드단말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결제하거나 영농회장에게 현금으로 납부하도록 하는 방법 등 환수 절차에 대해 알려지면서 모든 금액을 받아내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드러났다.

이달 초에는 쌀 적정생산과 소비촉진을 표면에 내세운 '2017년 중장기 쌀 수급안정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77만9000ha 중에서 3만5000ha를 감축할 예정이지만 타작물전환에 따른 지원 예산조차 없다. 과연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재배면적을 줄이는데 동참할지는 의문이다.

보완대책 속에는 직불제, 공공비축제 등 쌀 관련 정책과 양공관리법도 바꾼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농민들은 정부가 그 동안 지원했던 것들의 예산을 줄여나가기 위한 꼼수라며 비판하고 있다. 정부의 양곡정책 실패를 농민들에게 덮어씌워 농민들이 잘못해서 지금 상황이 벌어졌으니 농민들이 책임을 지라고 하는 것이다.

식습관이 바뀌어 우리의 주식인 쌀 소비가 줄어들고 농업기술 등의 발달로 생산량은 증가했다. 거기에 정부는 의무수입량이라는 것으로 쌀을 수입하고 있다. 재고는 쌓여만 가고 소비 감소, 생산량 증가, 쌀 수입이 반복되는 악순환만 지속되고 있다.

실패의 원인은 생각하지 않고 눈앞에 벌어진 일만 해결하려는 모습만 보이는 정부가 안타깝다. 농민들은 다시 거리로 나선다. 수확철 쌀값 하락으로 땅보다는 아스팔트 위에서 투쟁한 시간이 많았던 농민들은 다시 아스팔트로 나간다.

농업을 장려하기 위해 쓰였던 농자천하지대본의 말이 무색하지 않게 대한민국의 근간인 농업이 무너지지 않도록 정부에서 해결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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