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락길

▲ 전남도에서 조성한 산자락길은 기존에 군내 조성된 땅끝천년숲옛길과 대부분의 코스가 겹친다. 주작산을 오르는 옥천면 코스는 단독으로 분리돼 있어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 전남도에서 조성한 산자락길은 기존에 군내 조성된 땅끝천년숲옛길과 대부분의 코스가 겹친다. 주작산을 오르는 옥천면 코스는 단독으로 분리돼 있어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 현산면 조산마을 봉동계곡으로 향하는 구간의 길은 수풀이 우거져 관리가 되지 않은 상태다.
▲ 현산면 조산마을 봉동계곡으로 향하는 구간의 길은 수풀이 우거져 관리가 되지 않은 상태다.
▲ 네비게이션에 나타난 위치에 설치된 이정표가 희망길 지도 구간에 포함되지 않은 모습.
▲ 네비게이션에 나타난 위치에 설치된 이정표가 희망길 지도 구간에 포함되지 않은 모습.
 
 

코스 대부분 다른 길과 겹쳐
이정표·희망길지도 중구난방

 
 

산자락길은 전남도에서 기본계획을 수립한 남도오백리 역사숲길의 구간이다.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추진된 사업으로 투입된 총 예산은 3억5000만원이다. 65.8km 길이로 송지면 땅끝마을에서 시작해 삼산면 평활리 부근에서 주작산을 끼고 고산윤선도유적지로 돌아오는 코스이며 군내 조성된 5개 코스 중 가장 길다.

산자락길이라는 이름답게 해안가를 따라 걷는 길이 아니라 달마산과 두륜산, 주작산 등 산 부근에 조성된 길이다. 해남군내 대표적인 산자락은 밟아볼 수 있는 길이라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직접 걸어본 산자락길은 우후죽순처럼 만들어진 길 사업의 폐해를 보여주는 예로 꼽을 수 있었다.

먼저 상당 구간이 기존에 해남군이 조성한 땅끝천년숲옛길과 중복된다. 맴섬부터 달마산까지의 구간은 십자혈을 지나 몰고리재로 향하는 구간 중 2km가량을 제외하고 땅끝천년숲옛길과 동일하다. 송지면 구간은 땅끝천년숲옛길과 차별화가 없는 것.

또한 현산면 덕흥마을부터 대흥사까지 향하는 구간도 겹친다. 전남도에서 산자락길을 조성한데다 관리 부서는 군 산림녹지과로 연계해 기존의 길을 조성한 문화관광과와 별개로 운영되면서 서로 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길을 조성했다는 느낌을 준다.

지도상 표시된 구간이 아닌 곳에 이정표가 놓여 있는 경우도 있었다. 달마산에서 이진리를 지나 현산면 월송리로 향하는 구간인데, 이 구간은 길 걷기가 아닌 미로를 연상케 했다.

월송리 직행버스정류장을 지나 북평면 남창리로 향하는 길목의 삼거리는 희망길 안내도에 산자락길로 표시되지 않은 구간이지만 산자락길 이정표가 세워져 있었다. 지도와 이정표 간 길을 안내해주는 방향도 달랐다.

군이 공식 발표한 지도와 산자락길 이정표의 실제 위치가 틀렸을 리 없다고 믿으며 한참을 빙글빙글 걸었다. 지도와 이정표만으로 길을 찾으려 했지만 일치하지 않다 보니 결국 스마트폰 지도앱과 차량 네비게이션을 사용해 이정표의 위치가 전혀 다른 곳에 설치됐음을 확인했다. 삼거리 이외에도 월송리 마을 내 산자락길 이정표와 지도 안내 구간은 표시가 동일하지 않았다.

가뜩이나 이정표의 수도 군내 5개 길 중 가장 적은 수를 보여 걷기 힘든 길이었는데 지도와 다르기까지 하니 제대로 걸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 산자락길은 이정표를 따라 산길로 들어서도 리본 표식 등이 전혀 없어 땅끝천년숲옛길과 겹치는 구간에서는 천년숲옛길 리본과 이정표에 의지해야 했다.

조산마을을 통해 봉동계곡으로 가는 구간은 임도였다.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아 풀이 무성한 상태로, 길 안내라곤 이정표 하나 만난 것이 전부다. 현장 점검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경쟁적으로 '길'만 조성하고 관리자가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땅끝천년숲옛길도 같은 구간이긴 했으나 워낙 이정표와 지도가 불친절한 탓에 산자락길에 대한 불만이 더 컸다.

풀숲을 헤치고 현산면 덕흥마을에서 산을 타고 삼산면 구림마을로 향했다. 산자락길 이정표는 거의 찾기 힘들었지만 땅끝천년숲옛길 표식이 있는데다 갈림길 구간이 아니어서 쉽게 오를 수 있었다.

주작산 오르는 구간은 평탄
군 홈페이지에 없는 산자락길

구림리에서는 용천교를 지나 양촌저수지를 끼고 옥천면 이목리에서 주작산으로 향하는 길목인데, 이 구간도 희망길 지도와 이정표가 다르게 설치되어 있어 주의해야 한다. 지도상에서는 자동차가 지나는 도로에 바로 편입하는 형태이지만 실제 산자락길 이정표는 농로를 일부 지난 뒤 도로로 오르게끔 안내하고 있다. 차량들이 빠른 속도로 주행하는 경우가 많고 통행량이 의외로 많으므로 걸을 때 주의해야 한다.

양촌저수지를 지나면 주작산으로 오르는 길인데, 산자락길 중 가장 추천할 수 있는 구간이다. 해남군 산악훈련장 표시를 따라 주작산을 오르면 평탄하고 잘 다듬어진 길을 만날 수 있다. 곳곳에 편백나무가 있고 길은 구불구불 완만한 형태로 조성돼 있어 쉽게 걸을 수 있다. 정상 부근까지 오르면 멋진 경관도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주작산에서 내려오면 삼산면 용심리를 지나 상가리로 향한다. 지도에는 상가리에서 고산윤선도유적지 방향으로 길이 안내돼 있지만 마지막으로 만난 이정표에는 고산윤선도유적지 방향은 표시돼 있지 않았다.

산자락길은 전남도에서 해남 땅끝과 전남 구례 지리산까지 잇는 남도 오백리 역사숲길을 내겠다며 진행된 사업이지만, 미흡한 기본계획만 수립한 뒤 관리는 해남군에 떠넘긴 꼴이다. 중복되는 길이 많고 이외의 구간은 이정표만으로 길을 찾아 걷기 어렵거나 험한 길이어서 타 지역 방문객들에게 추천하기도 어렵다.

또한 해남군청 홈페이지에서 테마관광 쉼이 있는 여행 카테고리에 소개되고 있는 다른 길과 달리 산자락길은 찾아볼 수 없는 상태여서 전반적인 점검과 보완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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