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소통하고 화합하는 자조모임 만들어

▲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 가족파티를 열고 있는 필리핀 자조모임 '한필 커뮤니티'.
▲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 가족파티를 열고 있는 필리핀 자조모임 '한필 커뮤니티'.
▲ 지난해 11월 종합사회복지관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베트남 자조모임 '도이 무어'.
▲ 지난해 11월 종합사회복지관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베트남 자조모임 '도이 무어'.

| 싣는순서 |

1. 남편들의 의식변화와 노력이 중요하다.
2. 그들도 한국 학생, 한국 청년이다.
3. 당당한 결혼 이주 여성들의 삶이 아름답다.
4. 건강한 자조모임과 멘토링 사업에서 그 답을 찾다.

낯선 땅에서 살아가는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자조모임은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은 존재이다. 고향에 온 것처럼 맘껏 떠들고 이야기하고 자녀들 육아부터 교육까지 정보를 교환한다. 고향 음식을 서로 만들어 먹으며 고향의 정을 되살리고 지역사회 안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도 한다. 또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처한 동료를 돕는 데 앞장서고 멘토·멘티가 되어 어려움을 이겨내고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서로 힘을 모으기도 한다.

자조모임은 단순한 모임에서 벗어나 후배 이주여성들의 정착을 돕는 네트워크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사회통합과 인식개선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조모임이 지속성을 갖고 보다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각계각층에서의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도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해남에는 10여개 나라에서 온 결혼이주여성들이 600여가구에 달하는 다문화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다. 특히 이가운데 필리핀 자조모임과 베트남 자조모임이 끈끈한 정으로 소통의 장을 이어가고 있어 소개해본다.

아름다운 동료애로 뭉친
'한필 커뮤니티'

해남에서 살고 있는 필리핀 출신 결혼 이주 여성들은 한국과 필리핀의 앞자를 따서 '한필 커뮤니티'라는 이름으로 자조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70여명이 참여하고 있고 3개월에 1번 정도 정기적인 모임을 하고 있다. 모여서 고향 요리를 함께 만들고 가족들이 함께 나들이와 캠핑을 하고 크리스마스 파티 등을 즐기며 소통의 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누가 새로운 머리핀을 하고 오거나 뜨개질을 하고 있으면 신기한 듯 모두가 따라 해보고 배우느라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만나는 선후배와 친구들이 더욱 소중하다.

육아와 결혼 생활 그리고 고부간 갈등에 대해 서로 멘토와 멘티가 되어 다양한 의견을 함께 하고 스트레스 해소의 장으로 활용한다. 그래서인지 필리핀 자조모임은 특히 어려움에 처한 동료를 돕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아이를 낳다 의료사고로 마비증세를 보여 병상에서 치료를 받던 동료를 위해 자조모임 회원들은 바자회를 열고 모금운동을 펼쳐 지난 2012년 친정어머니가 우리나라로 올 수 있게 도왔다. 이 여성은 최근 숨을 거뒀는데 회원들은 장례절차도 함께 했다.

지난 2013년에는 말기암의 고통 속에서 친정 식구들을 만나고 싶다는 동료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회원들이 주축이 돼 약 한달 간 모금운동에 나섰다. 지역사회의 도움 속에 동료의 친자매들을 한국으로 초청할 수 있었고 이 동료는 가족을 만나고 싶다는 마지막 소원을 이루고 생을 달리했다.

같은해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을 강타해 큰 피해가 났을 때도 회원들은 뭉쳤다. 지역사회와 연대해 약 두달 간 부스를 운영하고 거리에서 모금활동에 나섰고 군민들의 대대적인 참여까지 이어지며 피해를 입은 필리핀 4가족의 친정집에 각각 500만원씩을 전달할 수 있었다.

마랄린(44)씨는 "자조모임을 통해 낯선 환경에서 어렵게 생활하는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들을 직접 도울 수 있어 기쁘다"며 "앞으로도 어려운 동료들을 꾸준히 돕는 모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문화를 전파하는
북평 '도이 무어'

도이는 베트남어로 '춤'을, 무어는 '팀'을 뜻한다고 한다.

북평 '도이 무어'는 북평면에 사는 베트남 출신 여성 6명이 참여해 만든 '춤팀'이다. 이들은 지역사회에서 나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자조모임을 통해 베트남 음식을 만들어 먹고 아이 교육문제와 집안일로 수다를 떨고 스트레스를 풀지만 이들의 본업 아닌 본업은 베트남 전통 춤 공연이다. 해남에서 다문화 관련 행사는 물론이고 학교행사와 시장축제, 군민의 날 행사에서도 이들을 찾는다. 최근에는 광주에서 열린 설 맞이 베트남 축제에도 참여해 베트남 전통 춤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그런가하면 해남종합사회복지관에서 노인들을 상대로 춤 공연을 하는 등 지역사회에서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이들 6명은 대부분이 낮에 일을 하기 때문에 저녁에 식구들 밥을 차려준 뒤 밖에서 만나 밤 8시부터 9시까지 연습 한다. 연습실이 따로 없어 면사무소 인근에서 연습을 하고 행사 날짜가 잡히면 한달 정도 본격적으로 연습을 하기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시간이 마냥 즐겁다.

이 자조모임의 회원인 쩐티탄튀(30)씨는 "공연할 때 입는 옷도 직접 만들어서 하고 있다"며 "베트남 문화를 한국사람들에게 소개하고 멋있다고 칭찬을 들을 때면 기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기고| 해남군 건강가정·다문화가족 지원센터 정광선 센터장

이제는 '행복한 다문화 도시 해남'이 되어야 한다

 
 

다문화 하면 불과 몇 년 전만해도 긍정보다는 부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평범한 우리들 일상이 된 보통 사람들의 세상이 되었다. 다문화란 용어도 언젠가는 사라지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언어·경제·문화·사고·고부·교육·세대차이 등 다양한 부분에서 보이지 않는 갈등은 산적해있다.

현재 결혼이주여성은 20대 초반에 결혼하여 어른으로서의 충분히 성숙한 인격체를 이루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결혼·임신·육아·살림 등의 역할에서 혼란스러움과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다문화 가족과 우리 사회와 국가가 동참해야 문제는 해결된다. 특별히 우리 사회는 다문화와 관련해 많은 교육을 필요로 하고 있다. 다문화 사회, 다문화 국가로 변화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혼이주 여성에게는 한국어·한국문화 이해·한국생활 적응·부모교육·자녀생활 교육이 필요하고 다문화 가족 구성원에게는 배우자 교육·시부모 교육·부모 교육·자녀 교육 등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는 모든 이들을 대상으로 한 다문화사회 이해교육이 절실히 필요로 한다. 가족이 존중과 배려로 함께 하고, 사회 구성원이 이해하고 안아 주며, 국가가 맞춤형 정책으로 지원한다면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리라 믿는다.

다문화가족 자조모임도 활성화되어 서로 소통하며 다문화 멘토·멘티의 멘토링으로 나눔을 갖는다면 더욱 건강한 다문화 가족, 다문화 사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이제는 다문화 시대, 글로벌 시대, 세계화 시대라 한다. 우리의 필요와 욕구에 의한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세계화 시대는 열려가며 세계의 경계가 사라지고 다양한 사람들의 만남이 이어가고 있는 시대이다.

세계화 시대에 맞게 우리들의 시각과 견해도 달라져야 한다. 편견과 차별을 떠나 인식의 변화 속에 이해와 인정, 수용이 필요한 때이다. 우리는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이다. 희망의 시작이라는 이 곳 해남에서 대한민국 가족의 행복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 땅끝이 아닌 땅의 시작점에서 모두가 건강하며 행복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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