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장점 살려 지역경제 기여 필요"

| 싣는순서 |

1. 남편들의 의식변화와 노력이 중요하다.
2. 그들도 한국 학생, 한국 청년이다.
3. 당당한 결혼 이주 여성들의 삶이 아름답다.
4. 건강한 자조모임과 멘토링 사업에서 그 답을 찾다.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일자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언어소통에 어려움이 있고 경제적 불안정성이 클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경제적 자립도를 높이고 지역사회 일원으로 자리잡기 위해서이다. 특히 대부분 남편과의 나이차가 많이 나기 때문에 나중엔 결혼이주여성들이 가정 경제를 이끌어가야 하는 상황이 오기 때문이기도 하다.

문제는 눈앞에 생계나 돈벌이를 위해서 자칫 일용직이나 단순 노무직만 전전할 경우 고용의 안정성은 물론 일에 대한 자기 만족도도 담보할 수 없다.

따라서 지역사회나 행정기관에서 다양한 직업교육을 지원하고 결혼이주여성들의 장점을 살린 일자리 마련과 중장기적인 취업지원정책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어려운 여건을 이겨내고 자신들의 장점을 살려 지역사회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결혼이주여성들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당당하고 아름다운 그녀들의 모습을 들여다보자.

 

▲ 복지관에서 수업 중인 등조미 씨.
▲ 복지관에서 수업 중인 등조미 씨.

중국어로 사랑을 가르치는 원어민 강사 중국 등조미 씨

지난 7일 오전 해남종합사회복지관.

토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초등학생 4명이 한자를 쓰고 중국말을 따라하며 중국어 배우기에 여념이 없다. 쉬는 시간 안됐냐고 장난도 쳐보지만 중국어 배우기가 마냥 즐겁기만 하다. 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7년 전 결혼해 해남에서 생활하고 있는 등조미(45)씨.

"원래 가르치는 일을 좋아했지만 제일 자신있는 모국어를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 있어 내 자신도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요"

가정 여건이 안돼 학원에 다니지 못하는 학생들이 복지관에서 중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이른바 교실이 마련된 것인데, 등조미 씨가 학생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된 것이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약 20명이 이곳에서 중국어를 배우는데 특히 고등학생들의 경우 중국어를 정말 열심히 배우고 자신들의 학교에서 중국어 관련 동아리까지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등조미 씨는 학부모들이 자신들의 자녀가 중국어에 흥미를 붙이고 배우는 것을 무척 좋아해서 고맙다며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최근에는 이 곳에서 중국어 공부를 하고 있는 한 학생에게 편지도 받았다. "처음에는 한자가 너무 어려웠지만 배우다보니 재미있고 2년정도 중국어를 배워 실력이 많이 늘었다. 앞으로도 더 노력하겠다"는 내용이었단다. 등조미 씨는 이 편지를 가방에 넣고 다닐 정도로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현재 원어민 강사 활동에 만족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이같은 프로그램이 많아져서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더 많이 찾아줬으면 합니다"

 

▲ 문화관광해설을 하고 있는 하루미 씨.
▲ 문화관광해설을 하고 있는 하루미 씨.

'명량대첩을 말한다' 문화관광해설사 일본 하루미 씨

우리나라 관광객을 상대로 우수영 명량대첩이나 해남 땅끝을 소개하는 일본인이 있다. 결혼을 해서 해남에 온 지 올해로 벌써 20년째인 하루미(46)씨의 직업은 문화관광해설사이다.

한국말을 워낙 잘해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참 관광지를 설명하다 보면 억양이 이곳하고 다르다며 고향이 경상도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그러면 "저 일본 사람이예요" 라고 대답하는데 다들 깜짝 놀란다고 한다.

"일본인이지만 일본 역사도 많이 모르는데 이 곳에서 문화관광해설사를 하기 위해 해남·전남의 역사를 알고 배워야 해 처음에 많이 힘들었어요. 역사를 배우면서 한국인 입장에서 '임진왜란, 일제강점기가 아픈 역사구나'를 알게 됐죠"

하루미 씨는 어렸을 때부터 영어나 해외여행에 관심이 많았고 그래서인지 지인의 추천으로 접하게 된 문화관광해설사 일이 오히려 재밌고 편하다고 한다.

특히 개인 블로그를 통해 일본에 해남과 우리나라의 관광지를 알리는 일도 하고 있는데 이것을 보고 많은 분들이 연락을 준다고 한다. 몇 해 전에는 80대 재일교포가 아버지가 해남분이고, 자신의 호적에 해남 문내면이 기록돼 있어 고향을 방문하고 싶다며 가족과 함께 해남을 찾았다고 한다. 하루미 씨의 안내를 받고 해남을 찾은 그들은 고향땅을 밟고 눈물을 흘리며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고 하는데, 이때 이 일 하기를 잘했다며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그녀는 앞으로 소망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앞으로 한국문화관광해설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해남·전남·한국의 문화와 정신, 정서를 일본에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 후배들을 바라보고 있는 김투이 씨.
▲ 후배들을 바라보고 있는 김투이 씨.

해남 결혼이주여성의 맏언니 통·번역사 베트남 김투이 씨 

다문화가정 1세대로 이 곳 해남 결혼이주여성들에게 맏언니로 불리는 여성이 있다. 해남군다문화지원센터에서 통·번역사로 활약하고 있는 김투이(46)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우연한 기회에 통·번역사 일을 알게 돼 지원을 했고, 다문화지원센터에 베트남어 통·번역사로 채용된 것이다. 본인이 힘들게 한국생활을 해 왔었고, 어떤 어려움이 있고 또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를 잘 아는 만큼 처음 한국에 들어온 결혼이주여성 후배들을 이끌어주고 돕는 이 일이 그녀에게는 운명과도 같은 일이 된 셈이다.

한국말이 서툰 결혼이주여성들에게 한국생활에서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국적 취득은 물론 운전면허나 자격증 취득을 위해 필요한 서류나 절차도 안내해준다.

김투이 씨의 가장 큰 역할은 결혼 이주여성들을 상담해 주는 것이다. 그녀들의 경우 언어 소통의 어려움은 물론, 대부분 나이가 어리고 시부모를 모시고 살다 보니 부부간·고부간 갈등이 크다. 그 부분에 있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담을 해준다. 하소연할 데 없는 결혼이주여성들이 맏언니격인 그녀에게 의지하고 위로를 받는 것.

"국적 취득 시험에서 떨어진 후배에게 '너는 한국말도 잘하니 꼭 합격할 거야. 그러니 실망하지 말라'고 위로를 해줬는데 나중에 국적취득을 하게 됐다며 그 후배에게 고맙다고 연락이 왔을 때 큰 기쁨을 느꼈어요"

최근에 큰 아들이 군대에 간 뒤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키워줘서 고맙고 사랑한다'는 내용의 편지였다. 김투이 씨는 결혼이주여성 후배들이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자신과 같은 행복을 함께 하기를 바란다.

 

▲ 동남아 채소를 키우고 있는 김수정 씨.
▲ 동남아 채소를 키우고 있는 김수정 씨.

"나는 농부다" 채소농사 짓는 필리핀 김수정 씨

줄콩, 여주, 인디언 시금치.

태국이나 필리핀 등 동남아에서 흔하게 볼 수 있고 즐겨 먹는 농작물을 해남에서 키우고 있는 주부가 있다. 남편과 함께 농사를 하고 있는 김수정(43)씨다.

필리핀에서 가족들과 농사일을 해왔던 터라 자신의 경험을 살려 결혼 후 이렇게 해남에서 남편과 함께 농사일을 하는 게 마냥 즐겁기만 하다.

필리핀에서는 노지에 씨앗만 뿌리는 수준인데 이곳에서는 비닐하우스 10여동에서 온도와 거름을 조절하고 재배기술을 곁들여 키우니 신기하기만 하다. 여기서 아르바이트로 일했던 친구들이 재배기술을 배워서 나중에 본인들이 직접 자기 땅에 농작물을 키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농작물을 사가는 주 단골들은 한국에 와서 고향의 맛을 찾는 결혼이주여성과 이주노동자들로 전국 곳곳에서 택배로 주문을 하기도 한다고.

김수정 씨 부부가 SNS를 통해 키우는 농작물들을 홍보하는데 입소문을 타고 주문을 한다고 한다. 또 동남아음식점 등 식당에서도 주문이 늘고 있다고 한다.

"임신한 결혼이주여성이 필리핀에서 먹었던 채소들이 먹고 싶다며 전화로 주문을 해 보냈는데, 나중에 잘 먹었다며 아이도 건강하게 낳았다고 전화가 왔었을 때 제일 뿌듯했어요"

이들 부부는 필리핀 채소 이외에 지난 가을에는 도전정신을 발휘해 처음으로 청양고추도 심어서 현재 수확을 하고 있다.

"필리핀 재배 기술을 접목해 처음 배우는 자세로 좋은 농작물들을 계속 키우고 싶어요"

"나는 농부다"를 외치는 김수정 씨의 당찬 각오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