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인기(해남지역자활센터 관장)

 
 

새해가 밝은지 벌써 보름이 되어 갑니다. 지난해 마지막 날엔 왠지 진도 팽목항에 가보고 싶었습니다. 가보지 않고는 마음이 편치 못할 것 같은 부담감이 발걸음을 재촉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날 오후 팽목항에는 세월호 희생자들과 주검마저도 돌아오지 못한 9명을 추모하는 예술제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여러번 찾은 통한의 장소였으며 우리 사회와 국가에 대한 분노의 현장이기도 했던 방파제에서 희생자 가족들의 통곡의 부르짖음을 다른 때와 달리 찬찬히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안아주고 싶다' '보듬고 싶다' '만지고 싶다'라는 내용 앞에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연말이라 가는 한해를 뒤돌아보면서 후회와 아쉬움을 달래보는 무거운 마음이 앞서서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사람은 사람끼리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입니다. 언제나 곁에 있어 좋고 멀리 있어도 함께 있는 것 같아, 좋고 궂은일을 함께 나누며, 외롭고 어려울 때 더 생각나는 사람 때문에 살아가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러한 평범하면서도 제일 중요한 인간의 소망과 바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새해 첫날에는 다산 정약용이 살았던 다산초당 근처 강진 만덕산 정자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새해 해맞이를 하였습니다. 언제나 똑같은 일출인데도 새해 첫날에 떠오른 '첫해'라 그런지 달라 보였습니다. 멀리 바다건너 산위에서 동녘하늘을 붉히며 솟아오르는 장엄한 해오름에 간절한 소망과 희망이 실현되는 새 세상이 오기를 빌었습니다. 첫사랑 첫마음 첫눈 첫직장 같은 말에서의 '첫'이라는 가슴 설레임을 느꼈습니다.

그 설레임은 나라가 바로서 주권자안 국민들이 평안하고 행복하게 사는 한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요사이 돌아가는 나라 모습을 보면 재벌들과 최고위층의 권력자들이, 특혜와 특권을 누려온 국정농단이 국민들을 절망시켜 왔습니다. 이런 잘못된 국정농단에 대해 이들이 내뱉는 위선과 거짓말은 우리를 더 화나게 합니다. 인간은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것도 나쁘지만 후에라도 진실을 밝히고 용서를 빌며 책임을 지는 양심을 지녀야 하는데 끝까지 모르쇠로 미꾸라지 같이 빠져나가려는 비양심적인 자태가 더 나쁩니다. 이들이 보이는 파렴치는 보통사람들이 가진 정의감과 도덕성에 훨씬 못미처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일상을 살아가야 하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무언가 나아질 것이 있어야 행복한 삶을 꿈꾸는 새해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올해에는 팽목항의 외침대로 '세상 살기 힘든 사람' '아픈 사람' '외로운 사람'들을 안아주고 보듬고 만지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다가가 무언가를 배려하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러하면 곧 다가오는 설명절도 차린 것은 별로 없지만 마음은 풍성한 설이 될 것입니다.

이런 사랑의 정신으로 보통사람들이 힘을 모아 나라를 '리셋' 즉 나라를 기본부터 다시 세워야 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는 선이 악을 이기고 염치가 파렴치를 물리치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사회정의가 실현되는 나라다운 나라가 되어 대다수 국민들의 안전이 보장되고 사는 형편이 좋아지는 한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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