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천년숲옛길

▲ 땅끝천년숲옛길은 땅끝마을 맴섬에서 도솔암, 미황사, 봉동계곡, 대흥사를 지나 세곡재를 지나는 숲길이다. 아름다운 해남 풍경을 잇는 길이지만 아직까지는 걷는 이들을 위한 배려가 부족한 실정이다. 1 도솔암으로 향하는 길.
▲ 땅끝천년숲옛길은 땅끝마을 맴섬에서 도솔암, 미황사, 봉동계곡, 대흥사를 지나 세곡재를 지나는 숲길이다. 아름다운 해남 풍경을 잇는 길이지만 아직까지는 걷는 이들을 위한 배려가 부족한 실정이다. 1 도솔암으로 향하는 길.
▲ 갯재에서 도솔암으로 향하는 돌계단.
▲ 갯재에서 도솔암으로 향하는 돌계단.
▲ 땅끝마을 천년숲옛길 안내판.
▲ 땅끝마을 천년숲옛길 안내판.
▲ 뽑힌 채 방치된 이정표.
▲ 뽑힌 채 방치된 이정표.

10년 전 걷기 열풍이 시작됐다. 제주도 올레길이 대표적인 길 코스로 이름을 올렸고, 이어 각 지자체와 민간에서 수많은 길을 조성했다. 해남군내에도 땅끝천년숲옛길, 산자락길, 코리아트레일, 문화생태탐방로길 등이 조성돼 있으며 명품남도길, 이진성 장군샘물길 순환탐방로를 추가 조성 중에 있다. '걷기'는 참 좋은 활동이지만 경쟁하듯 만들어진 길들의 현 상황은 어떨까. 구간 구간을 직접 걸으며 해남의 길을 점검하는 르포 기획을 마련했다.

 
 

해남은 어느 지역과 비교하더라도 멋진 자연 풍경과 역사·문화 자원이 뒤지지 않는 곳이다. 특히 '땅끝'이라는 상징성 덕분에 국토순례의 시작지로서 각광을 받고 있지 않은가. 걷기 길 코스가 조성되기에는 충분한 조건이다.

군내에는 2010년부터 조성된 길이 5개 코스다. 여기에 2코스가 추가로 조성된다고 한다. 기존의 길이 괜찮은 성과를 내고 있어서 추가로 조성하는 것일까. 어떤 곳들인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그리고 해남의 아름다움을 얼마나 느낄 수 있는지 확인하는 기획을 구상했다.

마침 해남군에서 지난달 13일 '땅끝 해남 희망길 안내도'를 공개했다. 군에 따르면 국토지리정보원 발행 지형도에 5개 코스를 색깔별로 안내하고 주요 건물을 기재했을 뿐만 아니라, 5개월 동안 일일이 답사하고 기존 자료와 비교해 제작했다고 한다.

'그래, 이거다' 라는 생각이 스쳤다. 해남에 처음 온 관광객이 되어 군이 제작한 희망길 지도와 군청 홈페이지 코스 안내 자료만으로 길을 걸어봐야겠다는 다짐을 세웠다. 지난달 17일부터 3주간 주말마다 해남의 길을 구간별로 걸었다. 다만 교통편이 여의치 않은 구간들이 많아 차량으로 이동키도 했다.

땅끝천년숲옛길 '보완 필요'
갈림길 미흡, 파손된 이정표

해남의 길은 강강술래길을 제외하고 모두 땅끝마을 맴섬 앞에서 시작된다. 그렇다보니 맴섬에서 4개 코스의 안내표지판과 이정표가 따로따로 세워져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땅끝천년숲옛길 또한 맴섬에서 시작해 도솔암·미황사·대흥사 등 대표 관광지를 거쳐 강진군 세곡재로 향한다. 총 길이 52km, 국비 14억4500만원과 군비 9억6400만원이 투입됐다. 데크로드 설치와 새로운 길을 개발하는데에 쓰였다고 한다.

맴섬에서 땅끝전망대와 땅끝호텔로 향하는 구간은 상당히 잘 정리된 구간이다. 땅끝천년숲옛길이 조성되기 이전부터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라 그런지 전망대 인근 산책로가 정비된 상태여서 헤맬 염려도 없다.

아름다운 땅끝 바다를 감상하며 땅끝탑과 연리지를 지나면 이정표를 만난다. 지도상에는 땅끝전망대와 해남땅끝호텔이 코스에 포함된 곳들이다.

그런데 코스가 아닌 지역에 위치한 오토캠핑리조트도 함께 안내해준다. 대부분의 이정표가 이런 식으로 코스 이외의 곳들을 표기했다. 일부 구간만 걷는 관광객들을 위한 배려이겠지만, 본래 땅끝천년숲옛길 코스는 어디인지 지도 없이 알 수가 없다. 별도로 구분해놓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부분이다.

개재를 지나 도솔암으로 향하는 구간은 이정표를 찾기 어렵다. 산 속 길인데다 갈림길이 있어도 어느 길인지 안내 표시가 없다보니 길을 잃기 십상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올라간 십자혈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은 꽤나 멋지다. 하지만 걷기 길 코스인지 단순 임도인지 구분하기 어려워 타지역 방문객들에게 추천하기에는 어려운 구간이다.

도솔암으로 향하는 숲 속에서는 띄엄띄엄 '땅끝천년숲옛길'이 표시된 노란 리본이 나무에 매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간격이 멀긴 했지만 산자락길과 문화생태탐방로와 달리 리본 표시가 있다는 부분에 점수를 후하게 줄 수 있는 부분이다.

이어지는 구간은 산등성이 정상 부근을 타고 올라가는 길인데 일부 구간은 돌로 계단을 만들어 놓은 곳이 있다. 그러다 도솔봉으로 향하는 시멘트길과 마주하며, 쭉 따라 올라가면 달마산 등산로 안내지도가 등장한다.

이곳은 땅끝마을과 같이 많은 관람객들이 방문하는 곳이어서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다. 해남 8경 중 하나인 도솔암과 기암괴석이 만들어내는 어우러짐을 만난 뒤에는 '숲길'이 아니라 험한 '등산로'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길이 등장한다. 산악인들이 대부분인 길. 이후에는 봉동계곡과 대흥사로 향하는 길이 이어진다.

봉동계곡 구간은 현산면 월송리 등의 마을을 지난다. 시골 마을의 특성상 샛길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정표는 부족했으며 갈림길 안내도 여전히 미흡했다. 이정표가 송두리째 뽑혀 방치된 곳도 있었다. 해남 유명 관광지 부근과 달리 신경 쓰지 않은 태가 났다. 한적한 시골 논밭을 거니는 느낌이 정감을 주기도 하련만, 실상은 지도와 이정표를 보며 길 찾기에 정신없는 구간이다.

덕흥마을에서 대흥사로 넘어가는 구간은 말 그대로 '숲길'이다. 길을 걷다 만난 덕흥마을 주민의 말에 따르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오르는 길이라고 한다. 산자락길과의 갈래길 산등성이의 탁 트인 하늘은 일몰이 멋스럽게 내려앉는다. 이어 숲길을 따라가면 유선여관 인근이 나오며 대흥사 상가촌으로 빠지는 길을 따라 옥천면 백호마을, 청신마을을 지나 강진 새곡제에서 끝을 맺는다.

지도와 이정표만으로 길을 찾아가기에는 어려움이 따르지만 군내 다른 길에 비해서는 나은 편. 전반적으로 화장실·휴게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곳이나 안내가 부족하고, 특히 관광지 인근 이외 지역의 코스는 점검과 보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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