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옥(해남공고 교사)

 
 

원전 밀집 지역인 경북 영덕, 경주, 부산 고리 등이 지진활성단층대임이 드러났다.

어쩌면 지진단층대를 콕 찝어서 원전을 건설한 것인지 기가 막힐 정도다. 경상도쪽 사람들의 걱정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전 국민이 실감한 지진이 일어났으니 사람들의 걱정은 현실적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지진도 무서운데 거기에 원전을 끼고 있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영화 판도라는 원전지역 사람들이 더 많이 본다고 한다. 영화는 지진에 원전폭발 만으로도 극단의 공포인데 사고대응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될 수 없는 주변의 인구와 도로 사정까지 현실감 있게 결합시켰다.

실제 그런 사고가 일어나면 대피는 불가능할거라고 전문가들도 말한다. 그래도 원전 마피아들은 남한 땅에 원전을 더 짓겠다한다. 세계에서 원전 밀도가 가장 높은데도 그들은 원전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지진 이후에 거짓말들의 선명성은 더욱 도드라진다. 저들의 선전과는 다르게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었다. 원전건설시 했다는 안전진단이나, 환경영향평가는 다 뻥이었다. 안전하다고 강변하는 원전기자재도 납품비리로 가득한 폭발물이었다. 조직적 체계적 거짓말이 우리를 일상적으로 감싸고 있으니 뜨거운 물 속에서 조용히 죽어가는 개구리를 비웃을 일이 아니다.

정부가 원전포기를 선언하지 않는 이상 신규원전건설문제는 반드시 다시 떠오를 것이다. 저들도 이젠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라고 강변하진 못할 것이지만 그래도 원전 포기는 절대로 안하는 저들이니 저들은 새로운 대안 지역을 찾으러 나설 것이다. 진앙지 경주를 중심으로, 인구가 가장 많은 서울 도심을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면 두 경우 다 가장 먼 곳은 해남이다. 저들이 보기에 해남은 추가 원전 건설지로는 최적으로 보일 것이다.

해남사람들이 다 반대하는 데 "설마 그럴 일이?" 하겠지만 그들은 또 이권과 돈을 미끼로 들어올 것이다. 이권과 돈 앞에 흔들리지 않을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고, 직접적 원전수혜자들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을 떠들어 댈 것이다. 무엇보다 돈은 무섭다. 이익만 취하고 해남을 뜨거나, 아예 해외로 나갈 생각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 번 원전유치에 앞장섰던 이들이 여전히 한마디 반성도 없이 중요한 자리에 끄떡없이 앉아있고 이들이 아직도 큰소리치는 것도 현실이다. 그들이 아니라도 돈과 이권이라는 미끼를 물고 나설 이들은 또 있을 수 있다.

부안에서 핵폐기장 저지투쟁이 지나갔으니, 해남도 원전건설을 막아냈으니 이제 두손 놓아도 되는 것인가? 입만 열면 해남 걱정 앞세우면서 누가 한마디라도 할라치면 말문을 막던 사람들, 그들은 원전 후보지로 해남이 떠오를 때마다 원전은 안전한 것이라느니, 지역발전에 필요하다느니, 좁은 한반도이니 어디 원전이 터져도 죽기는 매일반이니 던져주는 이익이나 놓치지 말자느니 하는 억지를 퍼뜨렸다. 이 헛소리들과 싸워야 했던 지난 시간을 생각하면 억울하고 화가 치민다.

다시는 핵이 해남에 밀려들어오지는 않을 것 같은가. 방심이다. 걱정 떨칠 수 없다. 전쟁이 나면 너무 늦고 평시에 대비하는 경우에만 전쟁을 피해가거나 이길 수 있음은 다 아는 일이다. 원전반대, 핵폐기장 반대투쟁을 하면서 군민이 어렵게 지켜온 우리 땅 해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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