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 내동 앞바다 전어 담백한 듯 풍부한 맛 일품

가을. 이맘때가 돼야 제맛을 내는 음식이 있다. 비린 듯 고소하고 담백한 듯 하면서 풍부한 맛이 넘치는 가을 전어.
맛이 너무 좋아 사는 사람이 돈을 생각하지 않는다하여 전어(錢魚)라 불렀다는 전어. ‘전어 대가리엔 참깨가 서말'이란 속담도 있고 ‘집 나간 며느리 전어 굽는 냄새 맡고 돌아온다'는 이야기도 있다.
전어를 먹기에는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머리에 기름기가 자르르 흐르는 지금이 제철이다. 송송송 썰어서 참깨를 살짝 뿌린 회, 온갖 야채에 식초를 곁들인 회무침, 어슷하게 칼집을 내고 왕소금을 뿌려 숯불에 올린 구이 등 요리법도 다양하다. 지방이 2% 밖에 없어 다이어트식품으로도 일품이고 한방에서는 음기를 보하고 기를 북돋우며 해독하는 효능이 있어 음이 허하여 생긴 내열과 식은땀에 열이나는 증상에 좋다고 기록하고 있다.
전어는 성질이 급해 잡히면 제 성질에 못이겨 죽는다. 싱싱한 전어를 맛보기 위해서는 바닷가 산지를 찾는 게 필수. 해남에서 맛좋은 전어가 많이 잡힌다는 내동을 찾았다. 전어 잡으러 나간 사람도 없지만 요즘 전어가 잘 잡히지 않는단다. 사내간척지 끝자락에 위치한 사초리 포구로 향했다.
저녁 7시 전어를 실은 첫배가 도착했다. 포구에는 부산이나 광주쪽으로 나갈 활어차들이 오래전부터 줄을 서있다. 하지만 잡은 물량은 겨우 5kg 남짓. 1톤배를 끌고 나가 기름값도 못했다며 투덜거리는 어부의 말이 요즘 전어잡이를 대변하고 있다. 물때가 맞으면 가끔 많이 잡히기도 하지만 가을이면 지천에 깔리던 전어가 올해는 구경하기도 힘들어졌다.
외지인들이 10톤짜리 큰배로 선단을 꾸려 외곽에서 다 포획하다보니 내만에는 갈수록 전어가 귀해진다는 것이 어부들의 말이다.
내동과 사초리 등 사내간척지 인근에서 잡히는 전어는 맛이 탁월하다. 광양이나 충남 홍성 등 전국에 전어축제 열리는 곳은 많지만 이곳 전어는 살이 많고 단단해 아삭아삭 씹는 맛이 일품이라고 마량수협 30번중매인은 귀띔한다. 그래서 여수나 보성, 마량 등 가까운 곳을 제쳐두고 부산활어차들이 사초리 위판장을 찾는단다.
지난10일 위판가격은 1kg에 1만4000∼1만5000원. 많이 잡혔을 때의 5000∼6000원에 비하면 비싼 시세지만 경매인에게 부탁하면 팔팔한 전어를 구할 수 있고 인근 횟집에서도 다양한 전어요리를 맛볼 수 있다. 특히 해남사람이 운영하는 우정횟집에 가면 통통하게 살이오른 전어에 칼집을 내고 왕소금을 뿌린 전어구이의 고소함이 일품이다.
전어를 찾아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는다면 볼 것도 들를 곳도 많다. 사내호 간척지 초입에 물이 빠지면 건너갈 수 있는 내도(안섬)는 낚시나 조개잡이 하기에 제격이고 사초리 초입에는 오랜 옛날 고기를 잡던 방식인 독살이 있다. 뻘밭에 야트막한 둑을 쌓고 군데군데 물이 빠질 수 있게 그물을 설치해 둔 독살에는 낙지, 문저리, 장어, 게 등 온갖 것이 다 걸린다. 물이 빠지면 마을 아낙들이 소쿠리를 들고 하나 둘 갯벌로 나가는데 이곳 사람들은 독살을 독장, 짱애방, 뻘걸이란 이름으로 부른다.
북일면 방산리 앞에는 장죽도란 섬도 있다. 제법 큰 섬인데 물이 빠지면 차를 타고 들어갈 수 있게 콘크리트 포장이 돼 있다. 썰물때는 인근 완도섬에 닿을 정도로 넓은 갯벌이 드러나는 이곳에는 굴, 바지락, 낙지 등이 풍부하다. 어촌계 소유로 갯벌에 들어갈 수는 없지만 싱싱한 해산물을 구입할 수 있고 넓은 송림에 백사장, 그 앞으로 다가오는 다도해 풍경은 한번쯤 들러볼만한 곳이다. 전어잡이가 끝나가는 이달말부터는 내동 일대에서 본격적인 낙지잡이가 시작돼 뻘밭에서 잡은 작은 호미낙지나 뻘낙지를 맛볼 수 있다.

◇ 날이 어두워지자 바다로 나갔던 전어잡이배들이 사초리 포구로 귀항을 서두르고 있다. 달빛을 받은 바다는 그대로 한폭의 그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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