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들녘, 풍요로움, 코스모스, 파아란 하늘, 갈대밭...
여름의 끝자락을 붙잡고 살포시 다가와 아침 저녁으로 제법 옷깃을 여미게 하는 이 가을에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오메! 오메메 좋은거’
‘어쯔께 이런 색이 나올 수 있당가’
‘억새에서 이렇게 고급스럽고 때깔 있는 색이 나올지 누가 알았을랑가’
‘황토속옷 입어 봤지라? 남자한테는 그만입디다’
한들거리는 갈대밭을 지나며 지난 8월 우리색 사랑회 회원들이 자율연찬을 하면서 오가던 대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빙그레 웃음을 지어본다.
우리색 사랑회란 전통 천연염색 교육을 받고 난 후 자율적으로 모임체를 결성하여 운영되고 있는 단체다.
바쁜 농사일로 투박해진 손이지만 짬짬이 시간을 내어 주변의 소재가 될 만한 것이면 무엇이든 염색재료로 이용하여 염액을 만들고 콩대를 태운 잿물, 철장액 등의 매염제를 써서 전통의 색을 알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게서 나는 많은 것을 배운다.
그냥 한번쯤 배워 보고 싶었던 취미교육으로 끝내지 않고 염액을 만들어내는 염재, 직물의 종류, 매염제 별로 스크랩을 해가며 다음 염색모임을 기다리는 이들은 분명 색에 빠진 여인들이다. 농촌여성, 취미, 문화생활, 부업, 소득활동이란 단어들이 고리를 만들어 내 머리속을 맴돌 때 이 모임체의 구성원들 열정 또한 농외소득으로 연결돼야 되지 않을까?
시작은 작고 미미했지만 다행히 목표를 가지고 활동하는 회원들이 있기에 전통 천연염색 직물을 이용한 침구류, 의복, 생활소품, 속옷들이 상품화되어 소득으로 연결되고 해남관광의 한쪽에 염색 체험관광이 자리잡힐 날을 기대해봄은 나만의 과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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