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인기(해남지역자활센터 관장)

 
 

연말을 맞아 한해의 인생살이를 뒤돌아보고 다시 희망찬 새해를 준비해야 하는데 마음이 불편하다. 인생에는 늘 좋은 때만 있는 게 아니어서 개인적으로 어려움은 있기 마련이지만 나라 돌아가는 꼴이 엉망이어서 더욱 마음이 편치 못하다.

'박근혜의 국정 파탄'과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태'에서 초래된 국회의 비선실세 최순실 없는 '최순실 청문회'에서 보여주는 재벌 총수들과 권력자들의 거짓말과 진정성 없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민낯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표결이 이뤄진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변자이기에 가결되리라 기대하지만 어쩔지 모르겠다. 대통령은 탄핵이 되더라도 퇴진하지 않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차분하고 담담하게 갈 각오'라며 헌법재판소에서 상황을 뒤집을 책략을 세우고 있다.

지난 토요일에는 박근혜 즉각 퇴진을 외치는 성난 시민들의 촛불항쟁에 우리 역사상 가장 많은 230만명이 모여 위대한 민주시민의 성숙한 외침을 보여 주었다. 우리 해남에서도 매주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제 촛불 함성은 새누리당과 국회로 향하고 있다, 1500여 단체로 구성된 '비상국민행동'은 국회에서의 탄핵과 관계없이 주말인 10일을 '박근혜 정권 끝장내는 날'로 정하고 대규모 촛불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회의 탄핵 가결 여부에 따라 촛불민심이 어떻게 나타날지 지켜 볼 일이지만 지금까지의 촛불항쟁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외침은 대통령의 탄핵과 비선실세와 측근들 몇 사람의 처벌로 마무리되어서는 안 되며 전반적인 사회변혁과 국가개혁이었다.

'박근혜 이후를 준비하는 시민포럼'에서 주권자가 바라는 국가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시민대표를 선출할 것을 제안하여 눈길을 끈다.

촛불 시민대표단은 신망 받는 시민가운데 온라인 최다 추천을 받는 이들로 구성해 민의를 수렴하여 정부와 정치권에 전달하고 압력을 가하는 시민들의 시한부 대표기구다. 그리하여 시민의 힘으로 정치권력의 교체만이 아닌 제대로 선 나라를 세우는 국가개조를 이루자고 주장한다.

'따뜻한 하루'라는 단체에서 보내온 대통령의 양심이라는 글을 보면 미국 제28대 윌슨 대통령에게 한 비서관이 잠시 업무를 접어두고 기분전환을 좀 하시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내 상관이 허락하지 않으실 걸세" 비서관은 의아해하며 "지금 상관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러자 대통령은 "그렇다네. 내 상관은 바로 나의 양심일세. 양심상 임무 수행에 매진할 수밖에 없네"라고 하였다.

양심이란 '자신의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을 뜻한다. 어떠한 길이 옳은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조용히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지금 대통령에게 양심은 있는지 묻는 것은 부질없는 일인 것 같다. 민심이 천심이라 했다. 지금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외치는 거대한 촛불과 여론조사 민심을 모르쇠 하는 태도를 보면 더욱 그렇다. 지금 상황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면 퇴진해야 한다.

이번 광화문혁명 촛불혁명이라 불리는 시민혁명의 성공으로 제대로 된 살맛나는 사회와 국가를 이뤄내야 한다. 침몰해가는 나라를 건져내 제발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민주주의 새역사를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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