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단 선진지 견학의 문제점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얼마되지도 않은 돈 가지고', '그깟 6만원 가지고', '버스 대절비도 안되는 돈 가지고' 였다.

해남군은 이장들의 사기진작을 위한다며 해마다 이장단 선진지 견학 명목으로 이장 1명당 6만원씩 모두 3000여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장 한명당 6만원씩, 14개 읍·면 별로 200만원 정도씩 지급되고 있어 얼마되지도 않은 돈이고 이것 가지고 2·3일 어디를 가려해도 버스 대절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데 꼬투리를 잡느냐는 것이다.

거기다 지원되는 돈이 이렇게 많지 않다보니 이장들이 자부담으로 돈을 보태서 국내외로 견학을 가는 것이고 선진지 견학이지만 관광 일정으로 가는 것도 관광 선진지 견학이니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관행과 선심성 행정이 습관화되면서 별스럽지 않게 여기는 걸까?

올해 쌀값이 폭락하면서 20킬로그램 1포대에 3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6만원이면 쌀 2포대 값이다.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지급되는 기초노령연금 최대 금액이 월 20만원인데 6만원이면 이 금액의 3분의 1수준인 것이다. 그래서 6만원은 적은 돈이 아니라 큰 돈이다. 그리고 그것이 군민세금이라면 1원도 허투루 써서는 안되는 것이다.

이장단 선진지 견학은 적잖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 11월까지 선진지 견학을 다녀온 11개 읍·면의 일정을 직접 살펴보니 대부분 관광성 일정으로 농업이나 주요 산업과 관련한 현장견학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또 최근 선진지 견학을 간 한 이장단의 경우 남자 이장들간에 지나친 성적 농담이 오가며 참다못한 남자 이장 한명이 개인적으로 돌아오는 일이 발생했다. 이장단 선진지 견학에 면사무소 직원들이 인솔자 개념으로 동행하고 있지만 상당수 직원들이 비용 일부만 부담하거나 아예 무료로 다녀오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해남군은 제 돈 쓰듯이 연초에 읍·면 별로 예산을 다 지급하고 이 예산이 제대로 쓰인 것인지 견학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지 나 몰라라 수준이다. 견학을 다녀온뒤 이장단이 제출한 보고서만 챙기고 있다.

이장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여러 가지 지원책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장단 선진지 견학은 해남뿐만 아니라 다른 자치단체에서도 여러 문제점을 낳으며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일부에서는 선거용 보은성 견학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남군은 내년에 예산을 더 늘려 이장 1인당 7만원으로 올릴 계획이다. 취지에 맞게 일정을 잘 짜고 관리감독을 철저히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예산낭비식으로 관행적으로, 선심성 행정으로 계속 할 거라면 없애는 편이 낫다.

차라리 그 예산으로 쌀값을 보전해주거나 독거노인을 위한 복지 정책에 쓴다면 더 많은 박수를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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