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주세페 페아노(Giuseppe Peano)는 그의 저서 '새로운 방법으로 표현된 산술원리'에서 합집합(∪)과 교집합(∩)에 대한 현대적 기호를 발명해 최초로 사용했다. 두 집합 A와 B가 있을 때 A에 속하거나 B에 속하는 원소의 집합을 합집합(A∪B) 이라고 하고 두 집합 A와 B가 있을 때 집합 A, B에 공통으로 속하는 원소 전체로 이루어진 집합은 교집합(A∩B)로 나타낸다. 공통부분인 교집합과 구성효소 전체인 합집합은 반비례 한다.

집합을 나타내는 두 원은 사회와 개인으로 말 할 수 있다. 교집합이 커지면 합집합은 작아지고 교집합이 작아지면 합집합은 커진다.

지난 첫눈이 내리고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속에서 경향각지에서 200만의 촛불이 타올랐다. 이웃나라 일본의 오락프로그램이나 멀리 아프리카 우간다의 언론에서도 비아냥 거릴 정도로 우리나라의 국격이 부끄럽고 처량한 신세로 전락하였지만 우리는 촛불에서 희망을 보고 위로와 함께 치유를 받고 있다.

최순실 일당과 박근혜, 새누리당 셋이 부정부패의 교집합이라면 촛불민심 200만은 박근혜 퇴진을 매개로한 교집합이면서 보다 살기좋은 세상과 민주공화국을 지키기 위한 사람들의 합집합 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차이'와 '연대'의 의미를 이해하고 서로 존중하며 비록 나와는 다른 존재지만, 공통된 목표의식이나 지향점을 바라보며 함께 손잡고 나가는 것이다. 200만이라는 촛불은 국정농단으로 만신창이가 된 민주주의의 회복과 자랑스런 대한민국을 후세에 물려주기 위해 함께 모였기 때문에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계속 분화하여 300만, 500만이 될 것이다.

우리지역에서도 박근혜 퇴진과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시위가 열렸다. 군내 40여개 시민단체가 함께 모여 촛불을 들었다. 들리는 후문에 일부단체들 간에 촛불시위에서 나온 군수퇴진 요구를 두고 상대를 인정할 수 없다, 함께 할 수 없다는 식의 파열음이 있었다고 한다.

박근혜 퇴진과 하야요구가 모두의 교집합이었다면 참석한 단체의 활동목표와 추구하는 방향에 따라서 군수퇴진이나 국정역사교사서 폐지, 양성평등, NON GMO 등을 외치는 것은 합집합에 해당하기 때문에 시위에 참석한 사람들이나 군민들에게 나름대로 주장할 수 있고 그것의 옳고 그름과 동조여부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판단할 것이다.

공자께서는 논어에서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한다 하였다. 군자는 어울리며 조화를 이루되 항상 참 근본을 지키고 소인은 겉으로는 어울리는 듯 하나 각자 다른 마음과 욕심을 낸다.

모두가 다 같은 양적으로 많은 교집합일 필요는 없다. 어둠을 밝히는 작은 촛불처럼, 서로가 상대를 인정하고 함께 살기 좋은 지역사회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새끼손가락 약속의 작지만 탄탄한 교집합으로 '따로 또 같이'면 충분하다.

촛불은 '교집합을 가진 합집합'에 가깝다. 촛불민심이 20만, 100만, 200만으로 커져나가는 것도 강물이 산골짜기의 계곡물에서부터 시작하여 흐를수록 여기 저기의 개울물, 도랑물과 냇물이 흘러들어 폭이 넓어지면서 깊어지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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