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 사는 모습에서 부모의 삶은 조명되고...
"아들아 며늘 아가야 정말 고맙다"
칠순 맞은 김홍심할머니의 애틋한 마음

10월 3일 칠순 기념 잔치로 자식들을 따라나선 무주리조트 관광, 설렘보다는 뿌듯함이, 기쁨보다는 감동에서 오는 작은 떨림이 있던 관광이었다. 김홍심 할머니(70 구교리 새시대아파트), 건강하게 밝게 자라준 3남2녀의 자식들, 그 자식들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앞으로의 삶보다는 세월이 밀쳐낸 지나온 삶들이 자꾸만 떠오른다.

2∼3년전 나의 생일기념으로 갔던 제주도 여행길에서 나는 허리를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119차에 실려 병원에 도착하지만 대소변도 혼자 해결하지 못할 정도로 허리는 망가져 있었고… 이때 교편을 잡고 있던 막내며느리가 학교와 집, 병원을 오가며 그 험한 일을 다 해냈다. 맑은 정신에 두 눈뜨고 내 몸을 딸도 아닌 며느리에게 맡기려고 하니 미안하고 거북스럽기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래서 자꾸만 며느리의 눈치를 살피지만 며느리 표정에선 싫은 기색이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막내아들과 며느리가 번갈아 가며 병간호 한 덕에 한달 조금 지나 병원 문을 나서게 됐다.
막내아들과 해남에서 산지도 12년이 되어간다. 칠순을 맞은 지금 아들과 며느리에 대한 고마움이 자꾸만 밀려온다. 12년째 함께 살지만 아들 며느리의 얼굴에서 짜증 어린 표정이란 찾아보질 못했고 둘이 가벼운 말다툼을 한 적도 보질 못했다. 어른을 모시고 살다보니 조심하느라 그런지 항상 웃는 모습만을 나에게 보여준다.
아무리 작은 음식이라도 할머니께 먼저 드리게 하는 마음 씀씀이, 부모들이 할머니를 먼저 생각하니 손자들도 자연 할머니를 생각한다.
항상 웃고 사는 집, 작은 일도 크게 고마워 하며 웃고, 작은 실수나 어려움도 웃음으로 극복하는 가정을 꾸미고 싶었던 게 나의 작은 소망이었다. 그 소망을 우리 아들과 며느리가 가꾸어 가는가 싶어 설렐 때가 많다.
사람의 행복이란 이런 거구나, 요즘 들어 부쩍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식이 부모에게 주는 행복이란 건강하게 그리고 알뜰살뜰 살아주는 것이란 것을 새록새록 느낀다. 5남매 모두 건강하고 밝게 살고 있으니, 나에게 행복을 안겨주는 자식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란 건강뿐이라고 자꾸 다짐해본다. 내가 건강해야 우리 가정의 화목도 커간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기에….
칠순 여행길, 아들 며느리와 출가한 딸과 사위, 손자 등 모든 가족이 다 모인 자리였다. 부가 넘치는 여행길은 아니었지만 웃음이 넘쳐난 여행이었다. 작은 것에도 고마워하며 웃을 줄 아는 삶을, 자식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종교를 갖고 있진 않지만 모든 신들에게 감사하고 싶은 날들을 보내고 있다. 비록 흙으로 사라질 삶이지만 나의 영혼을 자식들이 이어간다는 사실이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아들아(박상준 기아자동차) 며늘 아가야!(고희석 옥천중 교사) 우리 지금처럼 변함 없이 살자꾸나. 작은 것에 감사하고 항상 옆에 있는 모든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가슴에 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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