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의 탄력성, 운율의 안정감 뛰어나
제1회 해남사랑시 문학상

절망을 딛고 일어서는 시작의 의미를 가르쳐주는 그리운 땅끝 마을, 즐거울 때보다 사는 일 팍팍해 앞이 보이지 않으면 그곳으로 간다. 그러면 늘 땅끝은 나의 절망을 다독거려 주었다. 마음속 한 언저리를 맴돌곤 하는 땅끝, 그 땅끝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담은 시 한편이 나왔다.
해남문학회는 문학의 고향 해남을 주제로 한 제1회 해남사랑 시 문학상을 제정, ‘그리운 마을 땅끝’(곽지원 작)을 대상작품으로 선정했다.
해남문학회는 문학의 고장답게 아름다운 시어로 해남을 노래한 시를 대상으로 한 문학상 제정이 늦은감이 있지만 이번에 출품한 작품 대부분이 수준작이어서 해남사랑 시 문학상이 권위 있는 상으로 나아갈 것으로 내다봤다.
대상에 선정된 곽지원씨의 ‘그리운 마을 땅끝’은 해남에 대한 체험적 술어나 용어를 비교적 정확히 구사하고 있고 시조형식을 배려하여 한과 정서를 승화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특히 ‘시작을 떠올리며 여기 흘러온 사람은 상처도 지고 나면 꽃잎으로 아문다’등 가슴을 태우는 듯한 언어가 퉁겨내는 맛과 시상의 탄력성과 운율의 안정감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곽지원씨는 경북 고령 출신으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경력이 있고 현재 한국 시낭송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리움 마을, 땅끝

시작을 떠 올리며
여기
흘러온 사람들
상처도 지고 나면 꽃잎으로 아문다고
이별을 말하기보다 가슴에 풀씨 묻는다.

어둡고 긴 터널 속
또 다시 가야 하지만
고통의 질긴 그림자 이곳에선 엷어지고
낯이 선 얼굴들 모여
묵은 시름 덜어낸다.

바다가 깨어나면 순례도 막을 내리는가
새로운 길을 안고 돌아가는 걸음마다
가슴엔
해송 한 그루
파도마저 옮겨 심는다

떠나간 저 물결, 남기고 간 언약은
해안을 파고들며 사래질 끝이 없어

절망을 삼킨 바다만 멍이 들어 철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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