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종기(해남지역자활센터 관장)

 
 

지난 6일 생명과 평화의 일꾼 고 백남기 농민의 민주사회장 광주 금남로 노제와 망월동 민주열사 묘역 하관식에 참석하였다.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에 참가하여 평화로운 시위를 하다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317일간의 뇌사상태에서 사망한지 41일만이었다. 물대포에 맞아 깨어나지 못했는데도 부검을 해야 한다는 검찰과 경찰에 맞서 고인을 두 번 죽일 수 없다는 유족들과 시민들의 항거로 뒤늦게 치르는 장례식이었다. 노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든 '우리가 백남기다'라는 손팻말의 내용이 무겁게 머릿속을 짓눌러왔다.

사람이란 다른 사람의 죽음을 슬퍼한다. 아무리 밉고 원수 같아도 죽음 앞에서는 슬픔과 애도를 표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다. 더구나 그 죽음이 사회에 책임이 있을 때 그 슬픔은 더하기 마련이다. 고인을 서울로 불러 죽음에 이르게 한 근원적 책임은 정부의 잘못된 농업정책에 있고 직접적 책임은 국가권력인 경찰의 물대포에 있다. 3백여 어린 학생들이 희생당한 세월호 사태에서 온 국민이 슬퍼한 것도 그런 연유 때문이었다.

국가권력인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숨진 게 명확한데도 시위의 합법성을 따지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꼭 해야 할 일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및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여 시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나라 경찰과 국가권력은 사과는커녕 조문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최근 들어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정국을 보면서 이 나라가 사람 사는 세상이냐는 탄식과 자책이 더욱 심각해진다.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요체인 자유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요사이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주권재민의 원칙을 선언한 헌법 제 1조를 되새긴다. 또한 헌법은 우리가 추구하는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라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자유'는 서양에서 모든 사람의 자유가 아니라 시민계급 즉 산업혁명에서 새롭게 탄생한 자본가계급의 자유였다.

또한 대의민주주의는 국민 대중의 정치적 의사를 선거에서 뽑힌 대표자를 통해 대변하는 제도이다. 일반적으로 선거에서는 보통사람이 아닌 사회적으로 우월한 사람들이 뽑히는 게 현실이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정당'이 그들만의 리그인 '선거판'을 만들고 주권자인 국민은 선거 때만 주인이 되고 선거가 끝나면 굿판을 바라보는 구경꾼이 된다. 이러면 대의민주주의의 내용은 상실되고 껍데기만 남아 정당과 정치는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된다.

이러한 문제가 세월호 참사나 백남기 농민의 죽음과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에서 대다수의 국민이 느끼는 좌절감과 상실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우리의 민주주의 위기는 지금 '이게 나라냐'는 국민들의 외침에서 보듯 국정을 운영할 자격과 능력도 없는 정치권력과 국민들이 그들을 선택했다는 불편한 진실에서 초래되었다.

도올 김용옥 선생은 이번 사태를 11월 혁명이라며 정권의 변화를 뛰어넘어 새로운 사회를 갈망하는 소망의 혁명이어야 한다고 한다. 주권재민의 헌법정신을 바탕으로 이 나라를 사람 사는 세상으로 만드는데 모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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