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것이 이제 가을이다. 짓궂은 가을장마에 녹아나는 배추가 안쓰럽기는 해도 어느덧 겨울채비를 해야 하는 가을로 접어들었다. 이제야 얼마 안남은 햇살에 맞춰 가을걷이 분주하고 마늘에 양파에 밭일은 바쁜데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 있으니 진드기가 그놈이다.

특히 가을에 더 조심해야 할 쯔쯔가무시증을 옮기는 빨간털진드기가 걱정이다. 살인진드기란 말은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을 일으키는 작은소피참진드기에서 비롯됐지만 쯔쯔가무시균을 옮기는 빨간털진드기도 무시 못할 놈이다. 이런 저런 과정으로 치사율이 높은 질병을 옮기는 진드기들이 문제다. 그래도 진드기들은 억울한가 보다. 죽음에까지 이르는 바이러스와 균을 옮기는 중간다리인건 맞지만 직접적인 원인도 아닌데 살인진드기란 말을 들으니 못내 서운하기는 하겠다.

이제 진드기가 어떤 과정에서 사람에 치명적일 수 있는지를 보자. 우선 진드기는 절지동물에 들어간다. 등뼈가 없는 무척추동물 중에서 몸이 딱딱한 외골격으로 싸여있고 몸과 다리에 마디가 있는 동물이다. 동물 중 가장 종류가 많은 무리다. 게나 거미 그리고 지네같은 놈들이 여기에 들어간다. 그 중에서도 진드기는 보기와 다르게 작은거미류에 들어간다. 대부분의 거미들이 그렇듯이 이놈들도 태어날 땐 3쌍의 다리를 갖는다. 그러다 유충이 탈피를 거쳐 약충이 되고 이때부터 한 쌍을 더 가져 4쌍의 다리를 갖는다. 아마도 피를 빨아먹고 몸집이 2배 3배로 커지면서 그 뚱뚱해진 몸뚱아리를 버티고자 다리 한 쌍을 더 달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도 그럴 것이 거미나 다른 곤충과 다르게 머리와 가슴 배가 서로 나뉘어진 게 아니라 한통으로 되어 있는데다 몸집이 불어나면 머리 쪽보다 배 아래 쪽으로 더 크게 불어나니 배를 지탱할 다리가 꼭 필요했으리라.

다리가 한 쌍 더 필요할 정도로 몸이 불어나는 것은 다 숙주의 피를 빨아먹고 충분히 영양을 보충하기 때문이다. 알에서 부화한 뒤 유충 때는 숙주에 달라붙어 4-7일 피를 빤다. 그러다 땅에 떨어져 허물을 벗고 약충이 된 뒤 다시 7-10일간 또 다른 숙주의 피를 먹는다. 그리고 허물을 벗고 성충이 되어 겨울을 난다. 봄이 되면 다시 다른 숙주에서 1-4주 피를 빨아먹고 3-5일 후에 알을 낳고 일생을 마친다.

유충에서 약충을 거쳐 성충이 되기까지 덩치가 커지면 커질수록 숙주에 붙어 피를 빠는 날이 늘고 그 양도 점점 늘어난다. 3밀리미터에서 다 크면 10밀리미터까지 크니 3배 이상 덩치가 커질 정도로 피를 빨아먹을 수 있는 구조 또한 치밀하다. 주둥이 기저부에 여러 구조물이 돌출해 있는데 등쪽은 매끈하고 배쪽은 이빨이 톱니처럼 세로로 나 있다. 그래서 숙주의 피부를 매끄럽게 뚫고 들어가기도 쉽고 한번 들어갔다 하면 쉽게 빠지지도 않는다. 그러니 피부를 뚫고 들어온 진드기를 제거할 때는 반드시 이 부분까지 뜯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피부 조직에 남아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손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런 어마무시한 주둥이를 가진 놈이 숙주를 찾는 것은 또 재빠르기가 귀신같다. 동물이 지나갈 때 일어나는 빛의 세기의 변화와 체온에서 풍겨지는 따뜻한 기류를 포착하는 것이 예술이다. 뱀처럼 땅의 진동과 냄새에 따라 좋아하는 숙주에 달라붙는 것도 자연의 진화가 보여주는 놀라운 신비로움이다.

그러니 500여 종이 넘는 진드기 종류 중에 열성질환을 일으키는 몇 종 안 되는 진드기가 무서워 자연과 더불어 이 놀라운 생명의 그물을 보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은 없어야 하겠다. 지난 편에서 말한 조심할 것 몇 가지만 챙긴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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