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 중에 명가(名家)는 이름과 실체가 일치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운다. 명가의 대표적 인물인 공손룡은 백마를 타고 가다 통행세를 받는 검문소에 이르러 돈을 내기를 거부했다. '백마는 말이 아니다' 라는 백마비마론(白馬非馬論)을 펼친 것이다.

하얗다는 것은 색에 이름 붙여진 이름이고 말이란 것은 형태에 이름 붙여진 개념이기 때문에 색깔과 형태가 조합된 백마와 형태의 하나로써 말은 '개념적으로 다른 것이다'라는 논리이다. 그는 하얗고 단단한 돌을 주어와서 이렇게 우겼다. "손이 없는 자는 돌이 단단한 것을 만져 알 수 없다. 눈이 없는 자는 희다는 걸 알 수 없다. 우리가 눈으로 그 돌을 볼 때 흰색이라는 것만 볼 뿐 단단함을 느낄 수 없고, 또 손으로 만질 때 단단함만 느낄 뿐 하얀 색깔을 볼 수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단단한 돌이라거나 하얀 돌이라는 개념은 얻을 수 있지만, 단단하고도 하얀 돌의 개념을 동시에 얻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서양에도 BC 4~5세기 경 그리스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소피스트(Sophist)들이 있었다. 최초의 소피스트로 불리는 프로타고라스는 "인간은 만물의 척도다"라는 말로 진리의 주관성과 상대주의를 이야기했다. 설득을 목적으로 하는 논변술을 강조하였고 웅변에 능했던 그들은 사회적으로 인기가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목적을 위해서 논리적인 규범을 무시하고 능수능란한 말솜씨로 아무렇게나 둘러 붙이는 궤변학파로 변질되었다.

궤변(詭辯)은 형식적으로는 타당해 보이는 논증을 이용해서 거짓인 주장을 참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억지스러운 말이다. 플라톤은 대중의 이익과 행복이 아닌 자신의 이익을 위해 대중을 사로 잡는데에만 관심을 두는 궤변과 수사술은 아무리 미사여구를 동원하더라도 추한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진실에 근거한 말하기를 강조했다.

온 나라가 말(馬)때문에 시끄럽다. 재벌들에게 강압적 모금을 통해 세운 공익재단이 최씨 모녀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 승마협회를 사조직처럼 움직여 온 최순실 씨의 어리석은 자식사랑이 세상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1886년 5월 미국 감리교 선교사인 스크랜턴 부인이 서울 정동에서 가르친 첫 학생은 30대 김씨 여성, 두 번째 학생은 꽃님이, 세 번째 학생은 별단이 처럼 이땅에 소외되고 억눌린 여성들 이었다. 여성들이 근대교육을 받으며 인간으로서 삶을 누리는 출발점이 되었던 130년 전통의 여성 명문사학이 개교 이래 첫 승마 특기생이라는 한사람으로 인해서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단속 경찰에 "나 이대나온 여자야!" 라며 쏘아 붙이는 영화 '타짜' 에서의 사설도박판 운영자인 정마담의 대사는 이화여대의 사회적 위상을 나타내는 한편 이를 은근히 비꼬는 말로 유명세를 탔다. 그러나 총장까지 사퇴한 지금의 이대사태는 자본과 권력 앞에 이대의 자존심과 모든 것을 내팽개친 무력하고 처참한 대학의 몰골이다.

입학에서부터 재학시 학점이수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누가 보아도 정상적이지 않은 과정을 통해 입학을 했는데 특혜는 아니었다. 학점 관련 의혹은 쏟아지는데 특혜는 없었다는 주장은 '흰말은 말이 아니다' 라는 궤변과 다르지 않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