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상금(전 서울시의원)

 
 

지난 8월 18일은 김대중 대통령 서거 7주기이다. 그날 현충원 김대중 대통령의 묘소에는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하여 여야 정당 대표와 정치인, 일반시민 등 천여명이 참배하였다. 나는 참배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하루 종일 <김대중 자서전>을 읽었다.

<김대중 자서전>은 1, 2권에 1400여 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독자의 판단 나름이겠지만 <김대중 자서전>은 해방 이후 우리나라 정치사의 백과사전이라고 부를만하다. 현대사의 큰 획이 되는 8·15광복, 6·25전쟁, 4·19혁명과 이승만 정권의 몰락, 박정희 정권과 유신시대, 전두환·노태우의 군사정권, 광주민주화항쟁, 6·29 선언 등, 수많은 정치적 사건 뿐만 아니라 정당의 탄생과 소멸 정관계의 인맥과 그에 얽힌 비사까지 정치사를 한눈에 꿰뚫어 볼 수 있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과거를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온전하게 기억하지 못하면 현재를 올바르게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 기강이 흔들리고 있는 오늘의 정치 현실이 이를 뒷받침 한다. 그렇다고 박근혜 대통령의 정책에 대하여 비판하거나 시비할 마음이 나는 추호도 없다. 왜냐하면 어느 국가든 그 나라의 정치 수준은 국민 수준과 일치한다는 정치학자들의 지적처럼 박근혜 대통령에게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그를 선택한 국민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들어 스마트폰 SNS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김대중 대통령 재임 시절의 어록이 부쩍 나돌고 있는 것은 현실 정치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프랑스의 소설가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서 똑똑한 여우는 순진한 어린왕자에게 "역시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라고 훈계한다. 그렇다. 모든 세상일은 마음의 눈으로 바라볼 때 제대로 볼 수 있다.

<김대중 자서전> 2권 341 페이지의 2000 년 신년사에는 '복지는 시혜가 아니고 인권이다. 복지는 국민의 권리며 국가의 의무다.' 라고 했다. 이와 같은 휴머니즘이 녹아든 국정 철학에서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이 더하는 것은 아닐까? 특히 긴장관계가 고조되는 남북관계 때문에 소모되는 국력을 생각하면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 외에 어떤 대안이 있을까?

우리 속담에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 했고 성경에도 대접받고자 하는대로 대접하라고 했다. 6년간의 옥살이와 노벨평화상 수상 등 세계적인 대통령으로서의 위상까지 생각하면 할수록 대통령님이 더욱 그리워지고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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