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가 사람피를 좋아하는 정도가 지나쳐 오히려 더 괴로운 우리는 모기가 좋아하는 만큼 더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그 관계가 썩 좋은 것만은 아니어서 씁쓸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름 한철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니 서로 서로 잘 맞추어 살 일이다. 한 편 모기의 사랑이 지나치다고는 해도 아무한테나 다 나누어주는 사랑은 아니다. 특별히 더 좋아하는 피가 따로 있으니 물리는 사람은 더 물리고 그 덕분에 이웃들은 안녕히 주무신다.

모기는 우선 냄새 맡는 데엔 귀신이다. 땀에 들어있는 젖산은 20m나 떨어진 거리에서도 맡을 수 있고 이산화탄소는 10m 밖에서도 알아챈다니 놀랄만한 생존력이다. 그래서 결국 화장품류를 많이 쓰는 사람일수록, 땀에 지방산이나 유기산, 젖산이 많을수록 더 잘 물린다. 게다가 체온이 높거나 눅눅한 곳에 머물거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을수록 모기에 공격당할 가능성은 더 높아지니 당연히 어린이 특히 신진대사가 왕성한 갓난아이들은 더 조심해야 한다. 체력이 부실한 사람보다는 건강한 사람도 모기와친할 기회는 많아진다.

모기를 많이 타는 사람일수록 모기가 무는 과정을 잘 살펴보라! 얼마나 섬세한 과정을 거치는지 또 얼마나 빨리 그 일을 해내는지 놀랄 것이다. 입 끝에 달린 감각털을 예민하게 굴려 살갗 중에서도 가장 보드라운 자리, 피를 빨기 좋은 자리를 고른다. 그런 다음 곧장 침을 살갗에 꽂아 넣는 것이 아니라 우선 침을 질질 흘려 흠뻑 발라 놓는다. 살갗에 있는 지방질을 녹이는 과정이다. 그러다 흐물흐물하게 녹으면 그때야 침을 찔러 마음껏 피를 빨아들인다. 그때까지도 우리는 피를 빨리는 줄 모른다. 진통제가 들어오고 항응고제가 들어와 알아차릴 여유를 주지 않으면서 피를 굳지 않게 만들어 피를 도둑질해 간다. 그리고 나서 우리도 모르는 새 백혈구가 몰려와 히스타민을 뿌려대야 비로소 열도 나고 벌겋게 솟아오른다. 항체가 몰려들고 탐식세포가 모이는 과정이니 긁어대지만 않으면 자연치료가 된다.

이렇게만 끝나면 모기는 알 낳는데 도움되고, 사람은 그깟 피, 새발의 피도 아닌 모기발의 피 정도 선심쓰면 그만이다. 그런데 문제는 말입니다, 이놈들이 호환마마보다도 무섭다는 지카바이러스감염증과 학질이라 불리는 말라리아, 일본뇌염을 일으키는 주범들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모든 모기가 이들 질병을 옮기는 것은 아니고 특정 모기들이 이런 법정전염병을 일으키는 균들의 중간숙주로 또는 종숙주로 열심히 사람에게 옮겨주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매년 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학질은 말만 들어도 학을 뗄 일이다. 이뿐만 아니라 전염성 열병인 황열과 뎅기열도 모기가 옮긴다. 인수공통전염병인 일본뇌염은 감염된 돼지의 피를 일본뇌염모기가 빨아먹은 뒤 사람을 물어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모기를 없애는 것도 초전박살이나 박멸로 멸종시키려 들지는 말 일이다. 그야말로 말로만 듣던 견문발검이다. 덩치가 작으면 작을수록 생존능력은 훨씬 더 커져서 이미 손을 써 볼 도리가 없다. DDT를 비롯한 맹독성 화학제에도 살아남았고 유전학적으로 모기를 자멸하게 하려는 수컷단종법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그저 모기장과 물흐름을 멈추는 보를 쌓지 않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책이다.

왜냐하면 모기는 생태계의 크나큰 그물코로 박쥐나 잠자리 그리고 미꾸라지나 물속생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먹이감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런 천적들이 그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맹독제들을 삼가고 무서리내린 뒤 쉽게 얼어 죽을 수 있게 너무 뜨거워진 지구촌을 식혀주는 데 온 힘을 쏟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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