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지카바이러스 때문에 올림픽 출전을 한다는 둥 만다는 둥 물이 썩어 도저히 경기를 진행할 수 없다는 둥 그래도 할 만하다는 둥.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행사가 화려한 폐막식을 끝으로 마무리된 것이다. 이 시점에도 지카바이러스나 썩은 물은 모기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으니 태아 소두증을 일으키는 지카바이러스는 모기가 매개체이고 썩은 물은 그 모기를 무한대로 육성하는 중요한 생태환경이 된다.

이런 와중에도 지구 반대쪽인 우리는 올해 모기 피해가 크지 않다. 모기에 피를 빨린 게 언제인가 싶다. 유난히 무더운 더위 그리고 무엇보다 한 달이 넘게 비가 오지 않으면서 물웅덩이가 생기지 않은 덕분이다. 텃밭엔 채소가 말라비틀어지고 심지어 잡풀들마저 세상을 뜨는 이 판국에 그래도 모기가 덜하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지경이니 반드시 물이 있어야 번식이 가능한 모기에겐 치명타. 이놈들은 알을 물위에 낳는다. 그것도 잔잔하거나 고여 있거나 아주 깨끗하지 않은 물을 골라 알을 낳는다. 그리고 애벌레를 거쳐 번데기가 될 때까지 물에서 살아간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장구벌레가 이놈들 애벌레다. 북 치고 장구 친다는 그 장구를 닮아 그리 부르는데 보통 어미가 알을 낳은 지 이틀이면 장구벌레가 된다. 그리고 1주일에서 2주일에 걸쳐 무려 4번이나 허물벗기를 한다. 번데기가 된 뒤 2-3일 지나 껍질을 벗어 던지고 물에서 하늘로 날아올라 마침내 품었던 원대한 꿈을 이루려 한다. 1억 7천만 년 전 화석에서도 존재했던 그 끈질긴 생명력을 다시 이으려는 몸부림이다.

그런 생존본능이 날개를 달고 나오자마자 짝짓기를 할 수 있게 했다. 해질 무렵 노을이 붉게 물든 이 아름다운 산하를 모기들이 차지하고 짝짓기에 열중이다.

또래 수컷들이 떼 지어 날고 있는 아름다운 창공에 암컷이 유유히 날아들어 씨를 받는다. 그리고 정자를 받은 그 순간부터 암놈은 피를 빠는 흡혈귀로 돌변한다. 본디 암놈이나 수놈이나 다 같이 꿀물이나 식물의 즙을 먹고 살던 놈들이 씨를 받자마자 본능적으로 영양분이 많은 먹이를 찾는 것이다. 따뜻한 피 동물들이 갖고 있는 피 속 단백질이 알을 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어찌 그리도 잘 알게 되었을까? 틀림없이 수백만의 그리 뛰어난 머리를 갖지 않은 보통 모기들이 수억 년에 걸쳐 터득한 경험이리라.

그리곤 어둠이 찾아들면 어김없이 왱 왱 거리며 피사냥에 온 밤을 누빈다. 덕분에 우리는 밤잠을 설쳐가며 모기와 전쟁을 벌인다. 견문발검이라고 모기 보고 큰 칼 빼들고 달밤에 체조하는 꼴이란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여름밤 풍경이리라. 어떤 집에선 휴대폰 앱으로 모기가 싫어하는 초음파를 이용하기도 하고, 어떤 집에선 구문초나 야관문을 길러 쫓아내려 애를 쓴다. 또 어떤 집에선 모기향을 피워놓고 그보다 더 유난을 떠는 집에선 천연 제충국을 원료로 한바탕 모기쫓기 대소동을 벌인다.

그러나 초음파나 식물은 그다지 큰 효과가 없다. 암모기가 싫어한다는 숫모기의 날갯짓 소리가 왱하면 500~600Hz. 그것도 파리목이니 날개가 4개도 아니고 기껏해야 2개만으로 진동을 일으켜 일초에 250~500번을 떤다. 놀랍기는 하지만 이런 날개진동음도 암수가 서로를 부르는 사랑 짓이라니 이미 정자를 받은 모기가 아닌 다음에야 더 꼬여들 소리가 되는 것이다. 모기를 쫓는 식물들도 그 향을 뿜어야 효과가 나올 텐데 향 자극이 없으니 그저 무용지물일 뿐 차라리 레몬이나 오렌지 박하 정유로 향초를 만들어 두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리고 향을 태우는 것들은 모두 바닥보다는 책상이나 그보다 더 위쪽에 둘 일이다. 그래야 가벼운 땀냄새나 이산화탄소가 창문 아래쪽이 아닌 위쪽으로 올라갈 때 이를 알아채고 접근하는 모기들이 덩달아 섞여진 그 향에 질겁할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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